오디션 예능 ‘K팝 스타’ 시즌4에 출연하면서 연예계에 데뷔한 박혜수(25)는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당시 수준급 노래 실력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는데 안타깝게도 톱10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박혜수는 10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K팝 스타’에 나갔다가 어쩌다 보니 지금은 연기를 하게 됐다. 하지만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제가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게을러졌을 거 같다”며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더 노력하며 살게 됐다.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잘해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음악도 제가 너무 좋아하는 분야라서 (연기와)떼어 놓고 싶은 생각은 없다. 누구에게 들려준 적은 없지만 언젠간 제가 만든 노래가 세상에 나가길 노력해보겠다”고 말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박혜수는 ‘K팝 스타’ 탈락 이후 SBS 드라마 ‘용팔이’(2015)에서 배우 주원(32)의 아픈 여동생 김소현 역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작품을 하면 할수록 향상된 연기를 보여주며 배우로서 성장해나가고 있다.
박혜수의 첫 주연 영화 ‘스윙키즈’(감독 강형철, 제공배급 NEW, 영화사 안나프루나 필름)는 그녀만의 매력이 묻어난 작품이다. 캐스팅을 맡은 강형철 감독은 여러 배우들을 만났지만 박혜수만의 매력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거제 포로수용소 안에 생긴 탭댄스단 스윙키즈라는 서사를 풀어낸 강 감독 특유의 연출은 성별, 나이를 관통하는 공감과 재미가 있다. 이념을 넘고 자유와 꿈을 추구한 젊은이들이 진정한 승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통역사 양판래 역을 맡은 박혜수는 전쟁터에서 부모와 남편을 잃고 혼자 생계를 꾸린 여성들의 삶을 대변했다. 박혜수는 “‘스윙키즈’라는 작품을 만난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도 두고두고 생각날 작품”이라고 작품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뮤지컬 ‘로기수’(2016)를 원작으로 한 ‘스윙키즈’는 이념 대립, 전쟁으로 인한 상처, 여성 및 인종차별 등 모든 것들을 춤을 통해 극복하고 하나가 되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박혜수는 이날 강형철 감독의 4년만의 복귀작 영화 ‘스윙키즈’에 캐스팅된 과정부터 촬영을 마친 과정까지 느꼈던 감정을 상세하게 전했다. 질문 하나하나에 떨리는 목소리로 성실히 답하는 모습은 천진난만한 소녀처럼 귀여웠다.
이달 19일 개봉하는 영화 ‘스윙키즈’는 1950년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국적과 신분, 이념을 뛰어넘고 춤에 대한 애정 하나로 뭉친 스윙키즈 댄스단의 가슴 뛰는 무대를 담는다. 한국전쟁이라는 아픈 역사가 춤이라는 신나는 소재와 만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박혜수는 오디션 과정에 대해 “제가 그 날 되게 촌스럽게 입고 갔다(웃음). 그 시대에 어울리는 얼굴이라고 생각해서 옷도 일부러 누런 색깔로 입고 갔다”며 “탭댄스 슈즈를 신고 제가 준비한 이상한 춤을 추니까 감독님께서도 제가 양판래와 닮았다고 보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혜수는 “오디션이 끝나고(합격한 뒤) 자레드 그라임스(잭슨 역)를 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눈빛으로 우연찮게 감독님을 보게 됐는데 감독님께서 ‘그 모습이 양판래 같다’고 하셨다”며 “제가 극중 31년생으로 나오는데, 저의 할머니가 실제로 32년생이시다. 촬영을 앞두고 시골에 내려가서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면서 시대상을 배웠다. 양판래 캐릭터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인물을 만든 비결을 전했다.
박혜수는 아직 탭댄스에 익숙하지 않은 양판래가 스윙키즈 댄스단을 꾸려 본 무대에 설 때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박혜수 역시 전작과 비교해 배우로서 한층 성장한 모습이었다. 그는 “영화를 보고 정말 뿌듯했다. 관객수나 흥행여부를 떠나, 열심히 노력한 과정이 담겼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양판래와 북한군 포로수 로기수(도경수 분)의 러브스토리는 없지만, 의도치 않은 키스신이 있다. 그녀는 도경수와의 키스신에 대해서 “(미군이 로기수의)뒤에서 발로 차서 사고처럼 닿는 장면이라 위험했다. 촬영을 하면서 (입술이)확 닿아 부딪혀서 그런지 입 안쪽으로 피가 났다. 키스신인지도 모르고 찍었다”며 “판래가 싫어하는 얼굴을 해야 하는데 제가 너무 질색하는 표정이나 어떨 땐 좋아하는 듯한 표정이 나오기도 해서 테이크를 많이 갔다”고 회상했다.
박혜수는 “이미 제 손을 떠났고 더 이상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개봉 후 반응에 대한)걱정을 많이 했다. 근데 미리 본 관객들의 평가가 어느 정도 좋은 거 같아서 지금은 부담을 덜었다.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도경수 선배는 이 영화 전에 광고 촬영장에서 한 번 뵀었다. 영화 촬영 당시 ‘저희 처음 뵀죠?’라고 하시길래 제가 ‘전에 뵀다’고 말씀드렸다. 근데 기억을 못하시더라. 초반에는 말도 잘 안 하고 리액션도 잘 안하셨는데, 갈수록 점차 밝아지며 크게 웃으시더라. 오정세 선배님도 원래 재미있으신 분이고, 김민호 선배님과 잭슨을 연기한 자레드 그라임스도 밝아서 저희 다섯 명이 있을 땐 마치 만담을 하는 거 같았다”고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남한, 북한, 미국, 중국 등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인물들의 첫 만남부터 완벽한 무대를 꾸미는 모습은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때론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오직 춤에 대한 열정 하나로 발을 맞춰가는 그들의 성장기가 드라마틱한 전개로 극적인 재미를 안긴다.
“판래가 돈을 구하고 음식을 만드는 것은 가족들을 위한 것인데, 탭댄스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만을 위해 살게 된다. 춤을 추는데 판래의 서러움이 차올랐다. 댄스 장면 안에 판래가 숨겨온 힘든 감정들이 담겨져 있어서 슬펐다. 제가 판래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아서 연기하면서도 너무 서러웠다.”
박혜수는 이어 ‘제2의 OOO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부담이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응원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배님들이 모두 멋진 모습으로 연기를 하고 계시니 저도 그 분들을 보고 제 원동력으로 삼아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