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16일째 300만 돌파"..'국가부도의 날' 실화의 힘 통했다[300만 돌파]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12.13 11: 02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집)이 극장가 판도를 새롭게 짜고 있다.
13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국가부도의 날'은 이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300만 71명을 돌파했다. 개봉한지 16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개봉해 이달 4일까지 일주일간 1위를 차지하다가, 이달 8일부터 1위 자리를 탈환해 흥행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영화라는 점이 관객들에게 통했겠으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국가부도의 날’에 대한 실관람객들의 애정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 번 더 극장에서 보겠다는 ‘N차 관람객’도 있다.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외환 위기 당시 비공개로 운영됐던 대책팀이 있었다는 한 줄의 기사에서 시작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실화와 상상이 더해진 드라마 장르이지만, 일각에서는 액션 없는 스릴러로 불리기도 한다. 국가부도 위기 앞에서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하는 재정국 차관(조우진 분)은 엘리트 중심적 사고와 판단으로 한시현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비밀리에 입국한 IMF 총재(뱅상 카셀)가 양보 없는 태도로 한국 정부를 옥죄며 극적인 긴장감을 형성해서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주목하는 비주류 경제학자들의 목소리가 한시현(김혜수 분) 캐릭터와 만나면서 한국영화계에 잔재한 편견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충무로에는 아직 여배우 중심 서사가 투자받기 어렵다는 시선이 있지만 ‘국가부도의 날’ 시나리오는 여러 투자·배급사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개봉 첫 날 30만 1330명(영진위 제공)을 동원했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높았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주인공을 여성으로 설정했다는 점이 유효했다. 비주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로써 제 아무리 어떤 가능성을 아무리 떠올려보아도 여성을 뛰어넘는 장치는 없다. 영화계는 물론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성차별 이슈가 뜨거운 요즘 시대에 “가만히 있지 말고 커피나 타” “여자들은 중요한 순간에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니까 정부 고위직에 여자가 없는 것”이라는 말까지 듣는 한시현의 상황은 현실과도 밀착한다.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지금보다 더 남성들이 지배하는 거대 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에서 여성 리더가 팀원들에게 우리가 시스템이라고 선언하고 팀원들이 든든하게 서포트하는 그림은 정치적인 함의를 갖는다. 이 집단은 리더만 여성인 것이 아니라 성비도 맞는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유일하게 제구실을 하는 조직,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은 다양성을 고려해 세팅됐고, 20년 후 한시현(김혜수 분)을 찾아오는 기획재정부 인물 역시 여성이다. 성별, 학벌, 지역에 좌우되지 않는 고른 인재 채용과 같은 이슈까지 갈 것도 없이, 재정국 차관과 재벌 3세(동하 분) 등이 하버드대 동문 운운하며 만나는 영화 속 장면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된다.
영화 제작자는 여성 캐릭터이기에 비주류 입장을 더 선명하고 긴장감 있게 그릴 수 있는 아이템을 발견했고, 연기파 배우들에 해외 인기 배우까지 캐스팅하면서 상업 영화로써 경쟁력을 확보했다. 당시 학계의 소수의견은 대중문화콘텐츠의 파급력에 힘입어 광범위하게 소개된다.
‘국가부도의 날’의 시도가 성공으로 끝났기에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서사, 더 다양한 인물의 재현을 고민하는 창작자에게 지금보다 유리한 길이 열릴 여지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까지 패배의 이야기로 끝나다가, 2017년 한시현 팀장을 찾아가 함께할 것을 제안하는 아람(한지민 분)과의 조우로 일말의 희망을 품게 한다. ‘국가부도의 날’이라는 좋은 프로젝트가 충무로에 주는 의미도 이와 다르지 않다./ purplish@osen.co.kr
[사진]영화 스틸이미지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