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도 부끄러운 골든글러브, 이제라도 권위 세우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12.14 15: 00

넥센 이정후(20)는 데뷔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도 마냥 웃지 못했다. 더 좋은 성적을 낸 경쟁 선수들을 제치고 수상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10일 골든글러브 시상식 당일 4주 기초군사훈련 중이었던 이정후는 13일 수료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뒤늦은 소감을 밝혔다. 
이정후는 ‘올해 골든글러브에 대해 저도 제 자신에게 매우 부끄럽고,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며 ‘이렇게 부족한 저에게 투표해주신 기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은 분들께서 인정해주시고, 제 자신에게 떳떳한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쑥스러운 골든글러브 수상에 본인도 멋쩍어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 109경기 타율 3위(.355) 출루율 6위(.412)로 빼어난 활약으로 넥센을 2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화려한 스타성에 겸손함까지 갖춰 팬들뿐만 아니라 취재진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다만 올해 성적만 본다면 중견수 최초 40홈런(43개) 멜 로하스 주니어, 타율 1위(.362) 김현수를 앞설 정도는 아니었다. 

수상자 본인도 부끄러워할 만큼 현행 골든글러브 투표 방식에는 꽤 문제가 있다. 올해 이정후뿐만 아니라 거의 매년 크고 작은 논란이 불거졌다. 상의 권위도 예전 같지 않다. 골든글러브 후보 97명 중 시상식에 참석한 선수는 14명에 불과했다. 지금처럼 논란이 반복된다면 권위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투표 인단이 너무 폭넓은 데 있다. 골든글러브 선정 투표는 당해년도 KBO리그를 담당한 취재기자, 사진기자, 중계방송사 PD, 아나운서, 해설위원 등 미디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올해 총 투표 인단은 385명. 이 중에서 1표를 행사한 건 349명이었다. 36명이 투표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투표 인단 383명 중 357명이 투표하며 25명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KBO에서 매년 5일간 이메일과 문자를 통해 투표 페이지에 접속, 온라인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지만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 매년 이렇게 사표가 무더기로 발생하는데 굳이 투표권을 남발할 필요없다. 
공격과 수비뿐만 아니라 인기도까지 포함된 KBO 골든글러브 선정방법은 수비율로 수상자를 정한 1982년 원년 이후 크게 바뀐 게 없다. 1983년부터 투표로 수상자가 선정됐고, 1984년 지명타자가 포함된 ‘베스트10’ 성격을 보였다. 30년 넘도록 지금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투표 인단이 많아졌고, 수상에 있어 변수로 작용했다. 
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선 선정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도 있다. 현장 야구인들의 투표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수비력을 기준으로 한 골드글러브가 각 구단 감독들의 투표로 이뤄진다. 타격을 기준으로 주어지는 실버슬러거도 감독과 코치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일본프로야구도 공수 모두 포함한 ‘베스트9’ 선정 투표는 취재 경력 5년 이상 기자단으로 구성돼 있다. 
300명 이상 되는 투표 인단의 생각이 모두 같을 수 없다. 단순한 기록 및 성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평소 행실도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다만 지금처럼 변수가 넘치는 골든글러브라면 매년 시상식이 끝난 뒤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권위를 다세워야 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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