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난 영웅 아닌 평범한 지도자"... "벤투에 한 수 배운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8.12.16 21: 03

"난 영웅이 아니다. 한국에게는 한 수 배워야 한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밤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서 열린 말레이시아와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서 전반 6분 응우옌 아인득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지난 11일 원정서 열린 대회 결승 1차전서 2-2로 비긴 베트남은 합계 3-2로 앞서며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스즈키컵 두 번째 정상에 오르게 됐다.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하루 지난 16일 현장에 방문한 한국 취재진과 간담회를 가졌다. 박 감독은 "현재 관사에 살고 있다. 선물받은 집은 3채가 아니다. 하노이와 다낭에 한 채씩 있다. 하지만 축구에 집중하기 위해 관사에만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머물고 있는 축구협회 관사에서는 훈련장 전체가 보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베트남 엘리트 축구의 연습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가볍게 간담회를 시작한 박항서 감독은 "경기를 펼칠 때는 우승에 대한 생각만 했다. 이제는 다른 생각을 모두 떨쳐내고 아시안컵 준비만 펼칠 것"이라면서 "한국과 경기를 하는데 특별한 감정은 없다.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이기 때문에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박항서 감독의 도우미로 베트남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는 이영진 코치도 간담회에 동석했다. 박 감독과 마찬가지로 이영진 코치의 노력도 대단했다.
이영진 코치는 "특별하게 준비한 것은 없다. 다만 다른 팀 보다 세밀하게 준비한 것 같다"면서 "감독님께서는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들어 주신다. 또 이야기를 듣고 전술이나 훈련에 많이 반영 하신다. 감독님과 함께 하게 되어 장밀 기쁘다. 아시안컵 조편성이 험난해 고민이 많다. 우승한 뒤 감독님이 안아 주셨을 때 무슨 느낌인지 잘 알았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도 이영진 감독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박 감독은 "나와 오랜 시간 함께했다. 최종 결정을 내릴 때 함께 고민한다. 이영진 코치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고생한다. 수고한다' 등의 따뜻한 말을 잘 못하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은 분명하게 알고 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새로운 도전이 될 2019 UAE 아시안컵에 대해 박항서 감독은 '도전'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베트남은 분명 경쟁력이 떨어진다. 다만 축구협회 회장이 바뀌면서 첫 대회라는 생각 때문에 의미가 더 중요해 졌다. 아시안컵은 부딪혀보고 경험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박항서 매직'의 시작은 자존심을 세워주는 일이었다. 이영진 코치는 "베트남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을 지적할 때 일대일 면담을 해야 한다. 여럿이 있을 때 질책하기 보다는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고쳐 나가야 했다. 그리고 자존심은 강하지만 자신감은 떨어졌다. 하지만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이 높아졌다.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을 잘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사람들과 베트남 축구에 대해 "자존심이 강한데 자신감과 패배의식이 심했다. 집중력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면서 "지도자와 시스템이 각각 할 일이 있다. 당장은 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계속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칭찬에 대해 박항서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난 영웅이 아니다. 그냥 지도자일 뿐이다. 베트남 감독이 평균적으로 8개월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랑 받는 만큼 돌려줘야 한다.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에 대해 고마움으로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고 마무리 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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