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우민호 감독 "'내부자들' 통쾌함과 다른 재미의 영화"(종합) [Oh!커피 한 잔]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8.12.18 12: 45

우민호 감독이 '내부자들'과 개봉을 앞둔 신작 '마약왕'을 비교하며 두 작품의 다른 점을 설명했다.
18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마약왕'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 이두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송강호는 부산의 하급 밀수업자로 생활하다가 마약 제조와 유통에 눈을 뜨며 부와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마약 범죄 세계에 뛰어드는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을 연기했다. 2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하는 조정석은 마약 근절을 목표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열혈 검사 김인구를 맡았다. 배두나는 4개 국어에 능통하고 일본 저명한 사업가의 양딸로 1970년대 사교계를 주름잡았던 로비스트 김정아를 연기했다. 김대명은 이두삼이 친동생보다 끔찍하게 여기는 사촌동생이자 허술하지만 패기 넘치는 이두환을 맡았다. 김소진은 이두삼의 우여곡절을 함께 한 아내 성숙경으로 분했다. 
'내부자들'과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로 9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 역대 청불 영화 흥행 역사를 다시 쓴 우민호 감독의 컴백을 알리는 '마약왕'을 위해 '내부자들' 제작진이 다시 한 번 뭉쳤다. 고락선 촬영감독, 이승빈 조명감독, 조화성 미술감독, 조상경 의상실장과 조영욱 음악감독 등 '내부자들'을 비롯해 '택시운전사' 등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거머쥔 작품에서 활약한 이들은 '마약왕'으로 이제껏 한국영화에 없던 70년대 비주얼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블랙 코미디 화법을 선택했으며, 이번에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개봉을 앞둔 심정과 관객의 반응이 어떨 것 같느냐?"는 질문에 우민호 감독은 "스탠타드한 한국 상업영화와 다른 지점을 갖고 있어서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영화가 소재 자체도 그렇고, 어떤 한 인물의 서사를 다뤄서 쉽지 않은 상업영화의 선택이었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거라고 생각한다. 기획할 때부터 모두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이 영화가 관객들한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며 긴장 반, 설렘 반의 감정을 보였다.
우민호 감독은 "사실 실존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딱 사진 한 장이었는데, 부산에서 마약범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 8명이 들어갔다. 무장을 하지 않고 수갑을 가져갔는데, 안에서 엽총을 쏘니까 깜짝 놀랐다. 이후 특공대 35명을 배치시켜서 잡았다. 유신 정권과 독재 정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싶었다. 그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었다"며 마약 소재의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공개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힘들었던 지점에 대해 감독은 "주인공 이두삼이 소시민에서 마약에 손을 대고 마약왕이 되기까지 과정을 그린다. 일본에 마약을 수출하고, 그것을 애국이라고 믿는 변화무쌍한 인간이다. 그 톤을 보여주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마약왕'의 러닝 타임은 139분으로 2시간이 넘는다. 긴 편에 속하는 슈퍼 히어로 무비와 비교해도 결코 짧지 않다. 
우민호 감독은 "찍기는 정말 많이 찍었는데, 지금 차기작 '남산의 부장들'을 촬영 중이라 감독판은 하고 싶어서 못할 것 같다. 러닝 타임을 더 늘리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고, 줄일 수 있다면 줄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후반부 송강호 선배님의 압도적인 뽕연기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길게 보여주고 싶었다. 자멸해가는, 파멸해 가는 부분을 말이다. 스스로 헛된 욕망을 맹렬히 좇다가 성에 갇혀서 미친 리어왕 같은 느낌이다. 그 후반부 별장 부분은 리어왕의 연극처럼 찍어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송강호를 염두에 둔 우민호 감독은 "70년대 초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10년의 이야기를 얼굴에 담을 수 있는 배우는 송강호뿐이었다. 송강호 선배님한테 책을 드렸고, 선뜻 같이 해보자고 하셨다. 어려운 작업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런데 선배님이 외로우셨을 것 같다. 강력한 뽕연기가 있어서 그렇다. 누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감독인 나도 도움을 줄 수가 없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겨내시는 것을 보고 '이래서 송강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 30분간 송강호의 마약 연기에 도움울 준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민호 감독은 "때론 감독의 디렉션이 없을 때가 좋을 때도 있다. 그걸 보고 감독이 할 수 있는 건 '좋다', '나쁘다' 정도다. 그런데 어찌 보면 얘길 안 한 게 잘한 것 같다. 이두삼은 많은 사람을 만나다 결국에는 혼자 남는다. 약에 쩔어서 점점 미쳐간다. 마약왕은 그런 구조의 이야기다. 이두삼 자체도 고독하고 외롭다. 선배님이 현장에서 느꼈던 외로움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답했다.
우민호 감독은 전작 '내부자들'과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을 더해 920만 명을 동원했다. 청불 영화에서 기록적인 수치다. 
그는 흥행 부담감에 대해 "부담감이 없을 순 없다. 그러나 '내부자들'과는 다른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야 한다. 때마침 '마약왕'이라는 소재가 나한테 왔다. 사실 청불 다음에 청불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흥행 부담감도 크고, 감독이 감수해야 할 지점이 있어서 청불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너무나 매력적인 소재였다"고 했다.
또한, 감독은 "'내부자들'의 920만은 기이한 현상이다. '마약양'은 천만이나 큰 흥행을 기대 안 한다. 개인적으로 목표는 손익분기점이다. 관객들한테 새로운 영화로 다가가면 좋겠고, 트렌디한 영화와 결을 달리하면 좋겠다. 물론 싫어하는 분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내부자들'이 직선적이라면, '마약왕'은 은유와 상징을 숨겨놨다. 그래서 두 번 보면 느낌이 달라질 거다. 관객분들이 그것을 찾아보시면,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마약왕'은 통쾌한 결말의 '내부자들'과 다른 영화다. 그것 때문에 실망할 수도 있는데 계속 '내부자들'만 할 수는 없다.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마약왕'은 오는 19일 개봉한다./hsjssu@osen.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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