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합시다"..'말모이' 유해진X윤계상, 피땀눈물로 지킨 우리말[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12.18 17: 09

 배우 유해진과 윤계상이 일제 강점기, 우리말 한글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1940년대 사람들을 재현했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 분)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 분)이 만나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시대가 드리운 비극에 굴하지 않고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뜻을 모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18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내달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더램프(주))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는 김판수 역의 유해진, 류정환 역의 윤계상 등 주연 배우들과 연출을 맡은 엄유나 감독이 참석했다. 엄 감독은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2017)의 각본을 맡았으며 ‘말모이’를 통해 상업 장편 감독으로 데뷔하게 됐다.

연출을 맡은 엄유나 감독은 “저희 영화는 조선어학회와 그들에게 벌어진 사건을 바탕으로 상상을 더해 만들어진 이야기다. 실제 단체와 사건을 바탕으로 했지만 상상력이 더해졌다. 영화 전반적으로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고 영화의 배경을 전했다. 
이어 엄 감독은 “조선어학회 사건이 1942년에 일어났고 창씨 개명이나 한글 잡지 중단 같은 사건들은 딱 어느 시기에 시작했더라도 중간에 반대 의견이 있어 지체됐기 때문에 정확히 어느 시점에 끝난 게 아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40년대라고 보시면 될 거 같다”고 강조했다. 조선말 사전을 만들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옥고를 치렀던 조선어학회 사건은 역사적 기록으로도 남아 있다.
감독은 '말모이'를 통해 강조한 부분에 대해 “‘말모이’는 우리 글과 우리 말을 담고 있다. 저는 글보다 말에 더 집중을 해서 작업을 했다. 얼마나 우리말의 맛이 좋은지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투리나 말 자체에 집중하면서 연출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이 영화가 교훈적일 거라고 걱정하지 않았다. 걱정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저는 사전을 편찬하며 희생 당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 거다. '교훈적이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없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말모이’에서 유해진은 한글을 읽지 못하는, 1남1녀를 둔 아버지 판수로 분했다. 감옥소 동기이나 학회 어른 조갑윤 선생(김홍파 분)의 소개로 조선어학회의 심부름꾼으로 취직한 그는 대표 류정환을 만나면서 인생이 달라지게 된다. 생전 처음 한글을 배우게 된 판수는 먹고 사는 데 급급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누구보다 열심히 한글 사전을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
윤계상은 “(유해진은) 바라보면 너무 좋은, 하늘 같은 선배다. 뻔한 말로 들릴 수 있지만 현장에서 해진이 형님을 보면 ‘내가 배우로서 나가야 할 지점에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다”라며 “이번 작품이 두 번째여서 그런 점들이 더 깊게 보인 거 같다. (형님 연기의)깊이가 이 영화를 만들어주신 거 같다. 제가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영화 ‘소수의견’(2015)을 통해 한 차례 연기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어 유해진은 “저는 처음부터 사명감을 갖고 임했다. 촬영하면서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처음에 글로만 읽었을 때와 달랐다”며 “조선어학회 사람들이 일제에 강탈당한 장면을 글로 본 것보다, 촬영장에서 찍으면서 피부로 더 와 닿았던 거 같다”고 했다. 윤계상은 “제가 맡은 류정환의 대사 전체가 진짜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게 관객분들에게 전달이 됐을 때, 엄청나게 중요한 말들이기 때문에 그의 뜻이 정확히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연기 포인트를 전했다.
‘말모이’에서 윤계상은 민족의 정신인 말을 지키는 일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믿는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을 연기한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 2017) 속 장첸의 극악무도함에서 완전히 탈피해 새로운 얼굴로 다가왔다. 
윤계상은 엄유마 감독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쓴 감독님인지 알고 있었고 만나기 전엔 과연 어떤 분일지 궁금했다”며 “연출에 대한 고집이 대단하시다. 류정환 캐릭터가 풀어진 모습을, 제가 낸 아이디어로 보여드리면, 감독님께서는 ‘정면 승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항상 말씀하셨다. 배우가 감정을 쏟아내는 게 힘들었는데 오늘 영화를 보니 (감독의 뜻을 알겠다.) 그게 정환을 완성한 거 같다. 큰 그림을 보고 연출을 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엄유나 감독의 연출력을 높게 평가했다.
류정환은 고지식할 정도로 사전 만들기에 모든 것을 쏟는 인물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꿋꿋하게 전국의 말을 모으는 작업을 돕는다. 윤계상은 이 인물을 통해 말이 왜 민족의 정신인지, 사전을 만드는 일이 왜 나라를 지키는 일인지 공감하는 연기를 펼쳤다. 1월 9일 개봉./purplish@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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