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첫인상만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선입견을 품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새침해 보이는 인상이나 도도해 보이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순간 움츠러들게 되는 것이 사실. 한껏 새침해 보이고 도도해 보이는 사람이 소탈하게 웃어 보이고 쾌활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그 반전된 이미지에서 오는 매력은 그 사람에게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을 만들기도 한다.
첫인상은 천생 여배우, 도도하고 시크한 이미지지만 누구보다 소탈하고 털털한, 주어진 하루에 감사함을 느끼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다는 멋있는 배우 채정안과 bnt가 만나 아름다운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4가지 콘셉트로 진행된 이번 화보에서 채정안은 화이트 티셔츠와 브라운 코듀로이 팬츠로 한가한 어느 날의 망중한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베이지 시스루 블라우스에 통통 튀는 옐로우 스커트로는 상큼하게 매력 넘치는 모습을 뽐내기도. 몸매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는 블랙 드레스에 퍼플 블라우스로는 우아하고 몽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어진 화이트 플라워 패턴 시스루 블라우스에 팬츠 콘셉트로는 시크하고 모던한 모습까지 완벽 소화하며 다채로운 그녀의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화보 촬영 후 마주한 그녀에게서 먼저 최근 촬영에 돌입한 드라마 ‘리갈하이’에 대한 이야기부터 들을 수 있었다. 주인공 진구 연기에 감탄하게 된다는 그녀는 “유쾌하고 통쾌한, 사이다 같은 면을 보여 드릴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현장의 모든 스태프가 최선을 다해 분위기가 좋다”고 전하며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의 ‘차도녀’와 같은 내 이미지를 조금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일반적이지 않은 변호사 캐릭터라 다양한 매력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소개를 전했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후속이라는 ‘리갈하이’에 참여하는 채정안은 여배우가 주축이 되는 ‘스카이캐슬’에 대한 이야기 한 자락도 들려줬다. “‘리갈하이’ 촬영도 열심히 하면서 ‘스카이캐슬’도 열심히 보고 있는데 처음 시작할 때부터 여배우가 주축이 되는 작품이라 참 부러웠다.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등의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라고 웃어 보이며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해서 시청자로 남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배우들이 주축이 되는 작품이 드물다. 앞으로 ‘스카이캐슬’처럼 여배우가 주축이 되는 작품이 있다면 나 역시 참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연기자로 오래 활동한 그녀에게 작품을 선택할 때 기준이 있느냐고 묻자 “사실 작품을 선택할 때 큰 기준은 없다. 배우라는 직업이 특별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일상이기 때문에 최대한 꾸준하게 작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러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20여년이 넘는 배우의 길에서 그녀가 생각하는 전환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어릴 때 데뷔해서 현장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몰랐었다. 약간은 강압적이고 주먹구구식인 현장만 보다가 2007년 참여한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많은 걸 깨달았다. 현장의 재미, 소통의 가능성 등. 그래서 아마 그 작품이 내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아닐까 싶다”라고 답하는 동시에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내가 맡은 한유주 캐릭터가 아직도 회자되는데 사실 감사한 마음이 크다. 과거에는 그 캐릭터를 뛰어넘고 싶은 마음이 든 적도 있지만 오래 회자되는 인생 캐릭터가 있다는 점에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는 애정 어린 이야기를 전하기도.
선후배는 물론 동료와의 관계도 돈독해 보이는 그녀에게 힘이 되는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묻자 먼저 선배들에 관한 이야기부터 들려줬다. “여러 작품을 통해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과거 작품에서 만난 (김)남주 언니를 비롯해 진희경 선배, 박성웅 선배 등. 현장에서 후배들을 잘 다독여 단합 분위기를 만들고 연기자로서도 배울 점이 많은 선배들”이라고 전하는 한편 “나 역시 과거에 불완전하고 성숙하지 못한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보이는 후배들을 보면 안쓰럽다. 자기 가치를 모르는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먼저 다가가기도 하는 거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친한 동료 중 한지민, 오나라의 수상과 인기에 대견함을 느끼는 한편 진심으로 축복하게 됐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주변인들을 아끼고 챙기는 모습까지 엿볼 수 있었다.
이어 배우 채정안을 들여다보는 질문을 이어갔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슬럼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다. 일상적이라 생각한다. 심플하고 내추럴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면 금세 이겨낼 수 있다”는 조언을 한 그녀는 이런 마음가짐이 연기할 때까지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느 순간 힘 뺀 연기가 자연스럽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 긴장하고 잘 해 내려는 마음이 앞서면 부러질 것 같은 연기가 나오더라. 내가 주로 맡은 여유로움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잘 소화하려면 힘을 뺀 그 순간의 포인트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들려줬다.
한결같이 아름다운 몸매와 미모를 뽐내는 그녀는 몸매 관리와 피부 관리에 대한 답도 쿨하게 털어놓았다. “몸매 관리는 사실 스스로의 몸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의 몸과 그 문제점에 집중할 때 건강과 함께 아름다움도 함께 오는 것 같다”는 자신만의 생각을 전했고 “피부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클렌징. 깨끗하게 닦아내야 이후 과정이 효과를 본다. 공들인 홈케어는 배신하지 않더라”는 팁을 전수했다.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그녀에게 패션 스타일링의 기준을 묻자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지만, 결론은 기본이 가장 예쁜 것 같다.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 스타일에 도전해서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전했고 이상형을 묻는 말에 “금방 나를 빠져들게 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편이다. 금사빠는 위험한 것 같다. 인성이 중요하고 시간이 갈수록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 이상형”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채정안은 지금껏 본인이 주로 맡은 역할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이제까지 내가 맡은 캐릭터들이 스스로 힘이 센 역할이라 좀 외로운 아이들이 많았다. 최근작 ‘슈츠’의 홍다함을 연기할 때는 상대방을 위해 희생하고 결국 퇴사를 당하는 장면에서 내 캐릭터가 너무 불쌍해 실제로 눈물이 나오더라”며 “이제는 사랑을 받는 역할을 좀 해 보고 싶다. 정통 멜로도 욕심나고 여자들만의 우정을 그리는 워맨스도 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로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목소리를 드러냈다.
오랜 시간 우리 곁에 함께 한 채정안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길”이라고 평하며 “그런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앞으로 내가 걸어갈 길은 좀 편안할 것 같다. 내 앞에 주어진 현실에 집중할 때 행복하고 편안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답을 통해 배우로 치열하게 살아온 그녀의 지난날을 함축적으로 보여줬다.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채정안은 “은은하고 기분 좋은 향이 나는 배우”라고 답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목표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목표를 생각하며 살기보다는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답에서 그녀가 지향하는 배우의 길을 볼 수 있었다. /pps2014@osen.co.kr
[사진] bn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