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방출을 요청한 투수 권혁(35)과 결별했다. 고심 끝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선수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한화는 1일 오후 권혁에 대한 자유계약선수 공시를 KBO에 요청했다. KBO는 이날 즉시 권혁을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했다. 전날 한화 구단이 권혁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이적 결심을 굳힌 선수의 의지가 완강했다. 결국 한화도 내부 검토 끝에 권혁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자유의 몸이 된 권혁은 어느 팀에도 입단 가능하다. 다만 1월 선수등록 마감일을 넘겨 육성선수 계약만 가능하다. 1군에는 5월부터 뛸 수 있다.
한화 1군 캠프 선수단은 이날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훈련 첫 날 일정을 소화했다. 현장을 찾은 박종훈 단장이 한용덕 감독과 권혁 문제를 논의했고, 자유계약으로 풀어주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박정규 대표이사에게 이 같은 의견을 최종 전달하며 권혁의 방출이 확정됐다.
훈련을 마친 뒤 만난 한용덕 감독은 “권혁 선수 본인이 원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풀어주는 게 맞다 생각했다. 사장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다른 팀과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 보내는 형식도 고려할 만했지만, 한용덕 감독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며 깔끔한 결별을 택했다.
왼손 불펜 자원이 많지 않은 한화에 있어 권혁은 필요 전력이었다. 한용덕 감독도 “2군 캠프 배정이 전력 외 의미는 아니다. 지난해 (2군 캠프에서 1군에 올라온) 송은범의 예가 있다. 팀 전체 그림을 그리며 캠프 도중 1~2군 로테이션도 생각했는데 선수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감독 입장에선 선수 한 명으로 인해 팀 전체를 움직이거나 흔들 순 없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1~2군 캠프 배정은 코칭스태프의 고유권한이다. 이에 선수가 불복한다면 더 이상 한 배를 타기 어렵다. 한 감독도 “선수 본인의 마음이 떠난 상황에서 억지로 한다고 해서 될 것 같진 않았다”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한화로선 팀의 자산을 아무런 조건없이 내놓았으니 전력 손실이다. 하지만 FA 4년간 한화 불꽃 투혼의 상징이었던 권혁의 공헌도를 인정,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는 것보다 자유롭게 풀어주는 쪽으로 마지막 예우를 갖췄다. 한화 관계자들도 “선수가 원한 만큼 새로운 팀에서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며 행운을 빌었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한용덕 감독-박종훈 단장. /오키나와=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