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기억하는가.
주인공 김제혁(박해수 분)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프로야구 선수. 넥센 히어로즈의 특급 소방수로 활약하며 2년 연속 한국시리즈 MVP 수상을 비롯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3연패, 세이브 및 평균 자책점 1위에 등극했다. 하지만 그는 수감 기간중 왼쪽 어깨를 크게 다쳤다.
선수 생명에 큰 지장을 줄 만큼 치명타를 입게 된 그는 왼손 대신 오른손 투수로의 변신을 꾀했다. 결코 순탄치 않은 과정이었으나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에 올라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 말 그대로 인간승리의 표본이었다.
KIA 신인 투수 김기훈도 김제혁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그는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고 왼손으로 방망이를 쳤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공을 던질때마다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당시 의사는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던지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야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야구할때 왼손을 쓰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에 4학년 때 좌투 전향을 택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왼팔을 다쳤던 그는 우투좌타로 복귀, 포수와 중견수를 소화했다. 왼팔 부상에서 회복되자 다시 좌완 투수로 돌아온 김기훈은 청소년 대표팀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하며 그토록 바라던 KIA 유니폼을 입게 됐다. TV 중계로만 볼 수 있었던 ’롤모델’ 양현종과 함께 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모든 걸 얻은 기분이었다.
12일 일본 오키나와 차탄구장에서 만난 김기훈은 “좌완으로 바꾼게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부모님과 함께 ‘슬기로운 감빵생활’ 드라마를 자주 봤다. 아버지께서 ‘네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자주 말씀하셨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스위치 투수 탄생을 기대해도 될까. 이에 “친구들과 장난삼아 오른손으로 캐치볼하는 정도다. 보는 사람들도 신기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제는 좌완 투수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선을 그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