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 이필모, 절절한 법정 연기로 전한 묵직한 울림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9.02.13 08: 51

‘해치’ 이필모가 누구보다 나약한 백성의 편에서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사헌부 감찰로 현 시대에까지 통하는 ‘묵직한 울림’을 전했다.
12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해치’ 2회에서는 밀풍군 이탄(정문성)의 살인사건을 계속해 수사하는 한정석(이필모)과 사헌부 다모 여지(고아라), 만년 과거 응시생 박문수(권율)와 이 일에 뛰어들게 된 연잉군 이금(정일우)의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펼쳐졌다.
이탄이 죽인 사람들의 숫자를 기록한다는 ‘탄의 계시록’을 증거품으로 손에 넣기 위해 사냥 대회에 잠입했던 여지는 그의 처소를 뒤져 수상한 상자를 가져왔지만, 그 안에는 계시록이 없었다. 여지는 분개했지만 한정석은 차분하게 “처음부터 계시록은 그 안에 없었을 게다”라며 “네가 찾지 못했다면 그게 맞을 것이다”라며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여지가 사냥 대회에서 탈출하는 데 도움을 준 이금을 다시 만났고, 그가 바로 박문수가 쫓던 과거 대술(대리시험)자 ‘52세 노태평’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상황이 급진전됐다. 노태평은 과거 뒤 장원급제자로 발표됐지만,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였다. 또한 그는 밀풍군을 협박했던 전적이 있었다.
한정석은 “진짜 노태평 또한 밀풍군에게 죽었다면 시신을 찾아야 한다”며 수사에 박차를 가했고, 여지와 박문수, 이금은 우여곡절 끝에 이탄이 묻어뒀던 노태평의 시신을 발견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이탄과 노태평의 관계를 모른 채 대술에 나섰던 이금은 이탄의 살인을 입증할 수 있는 증인이 됐다. 이에 한정석은 직접 이금을 찾아가 “밀풍군의 사주로 대술을 했다는 걸 증언해 주시면, 그 자를 사헌부로 끌어낼 수 있습니다”라고 청했다. 그러나 아버지 숙종에게 자중하라는 말을 들은 이금은 이를 거절했다.
한정석은 이에 실망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밀풍군의 죄를 묻는 제좌(사헌부, 사간원 관료들의 공개적인 논의의 자리)에서 직접 그 동안의 수사 과정을 낱낱이 밝혔다. 또 그는 “한때 세상은 사헌부 관료를 해치라 불렀다. 선악을 가려 정의를 지킬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지금 우리는 모두 제 한 몸 안위를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절절히 호소했다.
이어 “그래도 이럴 때 백성들은 사헌부를 바라봅니다. 그래도 우리가 그들의 편에 서 주길 간절히 바라면서…”라고 울분에 차서 말했다. 그러나 관료들은 “언근(증인) 따위가 있다면 데려와 보라”며 한정석을 코너로 몰았다. 바로 이때 이금이 “언근 따위가 바로 여기 있긴 한데”라며 등장했고, 한정석의 놀란 표정으로 2회가 마무리됐다.
‘해치’ 2회에서는 배우 이필모의 절절한 법정 연기가 극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며 심금을 울렸다. 누구보다 백성을 생각하지만, 권력 다툼의 틈바구니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는 사헌부 감찰 한정석은 현 시대의 법 질서에 대한 국민의 바람과 같은 메시지를 제좌에서 소리 높여 외쳤다.
“힘 있는 자가 휘두른 칼에 나약한 백성이 죽었다. 백성의 편에서 사헌부의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직한 표정으로 말하는 이필모의 한정석은 선악을 가린다는 전설의 동물이자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한 ‘해치’ 그 자체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parkjy@osen.co.kr
[사진] '해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