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개봉하는 장재현 감독의 신작 ‘사바하’가 전작 ‘검은 사제들’(2015)의 새로움과 파격을 뛰어넘을 색다른 장르물의 등극을 예고했다.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이달 20일 개봉하는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외유내강, 공동제작 필름케이)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언론배급시사회에는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을 비롯해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진선규 등의 배우들이 참석했다.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공포 장르의 영화이다. 이정재가 박목사 역을 맡았으며 박정민이 정비공 나한을, 이재인이 금화를, 진선규가 해안스님을, 이다윗이 요셉을 연기했다.
장재현 감독은 앞서 ’인도에서 온 말리’(2009)와 ‘버스’(2010)의 각본 및 연출, ‘특수본’(2011)과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연출부 생활을 거쳤다. 2017년에 개봉한 ‘시간위의 집’(2017) 각본을 맡기도 했는데, 흥행에 성공한 ’검은 사제들’(2015) 이후 4년 만의 신작으로 주목 받고 있다.
'검은 사제들’에서 구마 사제라는 소재를 장르물로 변주했던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에서는 이른바 ‘사슴동산’이라는 가상의 신흥 종교를 소재로 삼았다. 지금껏 본 적 없는 또 하나의 오컬트물이 탄생했다.
이날 장재현 감독은 “박목사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작가이자 감독인 제가 투영돼 있는 캐릭터다. 세상이 불합리하고 어두울 때면 저는 ‘과연 신이 있을까?’ 하는 의문점과 궁금증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모태 기독교로서 신을 믿지만, 세상의 어두운 면을 발견했을 때 늘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고.
이어 영화를 만든 과정에 대해 “‘검은 사제들’은 신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바하’는 반대다. 저는 유신론자이기에 절대자가 선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가끔 세상을 보면 그렇게 흘러가는 거 같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성경구절을 보면서 ‘신은 어디 계신 걸까?’ 라고 고민한 적이 있었다. 반항적인 유신론자라서. 저의 그 모습을 박목사에게 녹여 냈다"고 했다.
이어 "전작(검은 사제들) 이후 불교 관련 서적들을 읽게 됐다. 무속관련 서적도 읽었다. 종교가 굉장히 많더라. 하지만 불교와 기독교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 불교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달리)악이 없다고 하더라. 불교에서는 '악'을 인간의 욕망으로 규정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장 감독은 "(영화를 위해)기사를 찾아보거나, 종교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들과 마찬가지로)결국 신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 남았고 공허함만 남게 됐다. 그런 점들을 영화에 담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장 감독은 “(종교적 색채를 담은 영화를 연이어 만든 것이)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저는 종교라는 게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다. 휴머니즘이 많고 장르물로 만들 수 있는 영화적 요소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이런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5년 만의 현대극 복귀작 ‘사바하’에서 신흥 종교를 쫓는 박목사로 분해 가벼운 모습부터 진지한 모습까지 폭넓은 매력을 선보였다. 매 작품 개성 강한 캐릭터를 선보인 박정민은 미스터리한 정비공 나한을 통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다크한 캐릭터 변신을 감행했다.
이정재는 “캐릭터 구축 방법은 시나리오였는데,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제가 상상했던 목사와 (박목사의 모습이)달랐다"며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박목사는 마음에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다. 박목사는 흔히 생각하는, 우리가 알고 있던 느낌의 목사가 아니다. 신에게 ‘왜 이런 상처를 인간에게 준 것이냐?’라는 질문을 계속 한다. 순응하면서도 반항하는 목사, 위태롭게 서 있는 목사"라고 소개했다. 박목사는 사이비 종교 같은 기독교인으로 극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작품과 캐릭터에서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해보지 않은 장르와 캐릭터 위주로 보게 된다. 관객들에게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박목사 캐릭터를 연기하면 그간의 모습과 다른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박정민도 전작 '변산'(감독 이준익) 속 인물 학수와 180도 다른 캐릭터 변신을 감행했다. “제 개인 연기에 대한 초조함보다 영화 한 편에 대한 100%의 응원이 들어간 적은 이번이 처음 같기도 하다"라며 "이야기가 주인공인 이 영화의 서사가 많은 관객분들에게 잘 다가가서 재미있게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2월 20일 개봉./purplish@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