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스무살이 된 김향기. 아직은 청량한 소녀의 모습이 더 익숙한 김향기이지만 배우로서는 데뷔한지 10년이 훌쩍 넘은 베테랑이다.
김향기는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김향기가 스무살이 된 후 가장 먼저 선보이게 된 작품은 영화 '증인'(감독 이한)이다. ‘증인’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 분)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로 분한 김향기는 세상과 소통하려 노력하는 캐릭터를 특유의 순수한 매력과 섬세한 연기로 그려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자폐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은 연기 자체로나 외부적인 시선으로나 여러 가지 부담감이 있었을 터. 김향기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고 결정할 때는 시나리오가 너무 좋다보니까 오랫동안 생각을 하지는 않았고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후에 고민이 커졌다. 아무래도 어쩔 수 없이 예민한 부분이고 보시는 분들이 상처받지 않는 상황이 되어야해서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며 "오히려 감독님과 대화를 하고 현장에서 맞춰나가면서 그럴 때일수록 지우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촬영 현장에서 연기에 대한 부담은 많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우와 같은 친구들의 부모님, 지인들이 보셨을 때 불편함을 느끼실 수 있는 부분이 있으실 수도 있다. 저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크게 다가오실 수도 있고. 인물이 과하게 그려지거나 너무 지우에게 치우친 상황을 보여줬을 때 불편하게 느끼시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 부분들이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 지우가 순호에게 던지는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김향기는 좋은 사람인 것 같냐는 질문에 "저 스스로는 좋은 선택을 많이 하려고 하는 편이다. 아직 나이가 어리기도 하고 해서 그렇게 큰 내적 갈등 선택은 없었지만 최대한 나 아닌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택이 결국은 마음이 편하고 좋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김향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밝고, 긍정적이고 착한 소녀. 그는 이에 대해 "저는 착하지 않다. 항상 이 이야기를 드리는데 저는 태어나길 일상생활에서 조용히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보니까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착하다 나쁘다의 기준에서 저는 보통사람이다. 저도 상처받고 기분 나쁜 감정을 느끼지만 맞받아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착한 사람에 대한 강박은 아직까지 딱히 없는 것 같다. 저를 밝은 이미지로 보시는데 그런 면에서는 조금 부담이 있기는 하다. 그렇게 활기찬 사람은 아니어서. 그런데 팬분들은 또 제 성향을 알고 계시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올해로 스무살이 된 김향기 앞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어른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있냐는 질문에는 "자연스럽게 성인 연기자로 넘어가면서점점 장르도 다양해지고 전체적으로 작품 선택에도 많이 열려있지 않나. 그래서 저도 열린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기의 폭도 넓어지고 새로운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현재로써는 기회를 주시는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하면서 성장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mk3244@osen.co.kr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