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일준이 혼혈이란 편견으로 지내온 아픈 과거를 전해 먹먹하게 했다.
19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가수 박일준 편이 그려졌다.
1977년 '오, 진아'란 곡으로 데뷔한 박일준,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진한 한국적인 감성으로 순식간에 사람들을 사로 잡았다. 그는 "그저 음악하는 것이 재밌었다"면서 사실 가수가 될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앨범이 나온 후 라디오에 처음 전파탈 때 진짜 가수인가보다 느꼈다고 전했다. 윤수일, 인순이와 함께 1세대 혼혈가수, 이국적 외모와 매력적인 목소리로 박일준은 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노래 뿐만 아니라 영화와 TV를 오가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이 대단했던 그였다.
아들은 아버지 곁에서 매니저 일을 돕고 있었다. 지금에야 붙어다니지만 어릴 땐 아빠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다고 했다. 아들 박형우는 "항상 저녁때 들어와 아버지른 존재를 몰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들은 아빠를 닮아 까만 피부와 곱슬머리로 이목을 끌었다고 했다. 까만피부로 아이들에게 놀림받았다며 "아버지 원망도 많이 했다"고 가슴아픈 과거도 전했다. 박일준은 "나도 혼혈로 살아왔지만 내 자식만큼은 혼혈 티가 안 났으면 했는데, 티가 났다"면서 "상의한 끝에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외국으로 보냈다,외국엔 편견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편견의 상처는 박일준도 달고 살았던 아픔이었다. 박일준은 "한국사람 같지 않은 외모로 상처받았다, 흑인들을 비하하는 '니그로'란 별명을 들었다" 면서 "생김새로 흑인일거라 생각해 너희나라로 돌아가라고 했다, 내 나라는 한국인데"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한국전쟁 직후 흑인병사였던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와 친 어머니는 3살 때 자신을 고아원에 버렸다고 했다. 이어 양부모님 밑에서 자랐으나,어느날 양부모도 친엄마를 찾아가라고 했다고. 혼혈인 것도 그제서야 알았다고 했다. 박일준은 "정신 차리라고 얘기해준 건데 더 반항심이 생겨 나빠졌다, 나는 부모가 없나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했다.
가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때, 양부모님도 사고로 한 꺼번에 잃었다고 했다. 이후 친아버지가 우연한 기회로 찾아왔으나 반가움보다 원망이 앞섰다고 전했다. 박일준은 "배다른 동생들이 있다. 환영 파티가 가시방석 같아 뛰쳐나왔다, 허전해 일이 손에 안 잡혔다"며 화려한 무대에서도 외로움이 남았다고 했다. 박일준은 "외로움을 술로 달랬다, 도움되는 가족들에게 안 가고 재밌느 친구들만 찾았다"며 후회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박일준은 알콜중독했던 과거를 전했다. 안주로 약을 먹으면서도 술을 먹을 정도였다고 했다. 이후 6번의 수술로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고. 그래서일까, 박일준은 약방에 들려 건강 관리에도 신경썼다. 건강회복 후, 박일준은 트로트로 다시 재개했다. 같은 혼혈이란 편견으로 아픈 학창시절을 보낸 큰 아들도 옆에서 아버지 박일준을 챙기며 사랑으로 함께하는 모습이 감동을 안겼다. /ssu0818@osen.co.kr
[사진]'사람이 좋다' 방송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