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대표하는 가수 이미자가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을 발표한다.
21일 오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는 이미자 데뷔 60주년 기념 음반발표회가 열렸다.
이미자의 이번 앨범 '노래인생 60년 나의 노래 60곡'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함께해온 그의 대표 음악을 엄선하여 신곡과 옛 곡을 리마스터링한 기념앨범.
옛 곡을 다시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재 편곡하여 소리의 질감을 더욱 높였고 리마스터링을 통해 옛 곡도 더욱 더 정교하고 맑게 제작되었다.
이미자는 60주년을 맞이한 것에 대해 "60년 동안 정말 보람된 일도 많이 있었지만 힘들고 어렵고 정말 견디기 어려웠던 시대가 더 많이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동백아가씨'가 히트되면서 1960년대 초가 가장 바쁠 때였고 왜 나를 좋아할까 생각도 했다"며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니 제가 바빴던 이유는 그 당시 우리는 너무나 살기 힘들었고 너무나 어려운 생활에 제 노랫말이라든가 제 목소리가 그 시대에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그는 "가장 바빴을 때, 가장 기뻐야했을 때 저에게는 항상 뒤에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이미자의 노래는 질 낮은 노래다. 천박하다. 이미자의 노래는 상급 클래스 사람들은 창피하다. 술집에서 젓가락 두들기는 반주에 맞춰서 부르는 노래가 이미자의 노래라는 꼬리표가 소외감을 줬다. 그런 소외감에서 항상 힘들었다. 나도 이런 서구풍의 발라드 노래를 부를 수 있는데 바꿔볼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참았다. 견뎠다. 아마도 지금의 60년이 흐르고난 지금에 와서는 내가 잘 절제하면서 잘 지내왔구나 잘 지탱해왔구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이미자의 노래 40곡과 전통가요 20곡을 나눠 담은 3장의 CD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자는 60주년 기념앨범에 대해 "이 앨범은 세 장의 CD로 만들었다. 다 성격이 다른데 첫 번째 CD는 제 주제곡, 기념곡을 담았다. CD2는 '동백아가씨' 등 여러분들이 좋아해주신 전통가요로 묶었다. 세번째 CD는 제 노래 보다도 더 신경써서 불렀다. 우리는 시련과 한을 가지고 살아왔다. 어려운 시대에 우리의 가요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노래들이 있다. 나라 잃은 설움, 배고픔의 설움을 담은 우리 선배님들이 부른 시대의 고마운 곡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가요계의 뿌리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녹음을 해놓아서 영구히 보존하고자 심혈을 기울여서 고르고 골라 20곡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랫말이 가장 잘 표현되는 장르가 가요라고 생각한다. 슬픔은 슬픔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전달할 수 있는 장르가 가요다. 요즘의 서구풍의 노래들은 가사 전달이 안 된다. 그것이 안타깝다. 부디 우리의 가요의 원조, 뿌리가 남겨질 수 있도록 제가 이 세상에 없고 수십년이 흐르더라도 가요의 뿌리가 남겨지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미자는 지난 60년 동안 가장 어려웠던 순간으로 3대 히트곡이 금지곡으로 선정되었을 때를 꼽았다. 그는 ".35주간 KBS 차트에서 1위를 했던 곡이 하루 아침에 차트에서 없어져버렸다. 그러면서 무대에서도 어디에서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때 제 가장 큰 히트 곡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목숨을 끊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제 3대 히트곡을 사랑해주시는 팬분들께서 불러주셨다. 금지곡이 되든 안되든 상관이 없었다. 그 힘으로 버텼다"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외에도 60주년을 기념하는 신곡에 대해서는 "50주년 기념곡이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했다. 60주년이 되면서 이렇게 감사하게 60주년 기념공연을 가질 수 있게 됐기 때문에 팬분들에게 보답을 해드려야하지 않겠나 해서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려고 녹음을 했다. 50주년 기념곡에 이어 이번 곡의 노랫말도 시인 김소영님 께 부탁드렸다. '우리 역사의 뒤안길을 함께 걸으며 동백꽃도 피고 지고 울고 웃었네'라는 가사가 마음에 와닿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미자는 "점점 아날로그가 사라져가고 있다. 이번 앨범에는 제 20대부터 70대까지의 목소리를 다 넣었다. 아마도 들으시면 현저히 다를 것이다. 제가 듣기에도 노래가 부끄럽지만 지나온 생활 동안 이미자의 목소리는 이렇게 변했구나 하고 들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mk3244@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