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천박한 노래 꼬리표도.." 이미자, 굴곡진 60년 노래史 [Oh!쎈 현장]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9.02.21 15: 37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가 데뷔 60주년을 맞이했다. 내일 모레 80세를 바라보고 있는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미자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대중가요계의 살아있는 전설.
이미자는 21일 오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이미자 데뷔 60주년 기념 음반발표회에서 데뷔 60주년을 맞은 소회를 전했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해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여자의 일생' 등 총 2천 곡이 훌쩍 넘는 노래를 발표, 400여 히트곡을 탄생시킨 이미자는 지난 60년을 돌아보며 힘들었던 시기가 더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60년 동안 정말 보람된 일도 많이 있었지만 힘들고 어렵고 정말 견디기 어려웠던 시대가 더 많이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동백아가씨'가 히트되면서 1960년대 초가 가장 바쁠 때였고 왜 나를 좋아할까 생각도 했다"며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니 제가 바빴던 이유는 그 당시 우리는 너무나 살기 힘들었고 너무나 어려운 생활에 제 노랫말이라든가 제 목소리가 그 시대에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국민가수로 많은 이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이미자에게도 고난은 있었다. 그는 "가장 바빴을 때, 가장 기뻐야했을 때 저에게는 항상 뒤에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이미자의 노래는 질 낮은 노래다. 천박하다. 이미자의 노래는 상급 클래스 사람들에게는 창피하다. 술집에서 젓가락 두들기는 반주에 맞춰서 부르는 노래가 이미자의 노래라는 꼬리표가 소외감을 줬다. 그런 소외감에서 항상 힘들었다. 나도 이런 서구풍의 발라드 노래를 부를 수 있는데 바꿔볼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참았다. 견뎠다. 아마도 지금의 60년이 흐르고난 지금에 와서는 내가 잘 절제하면서 잘 지내왔구나 잘 지탱해왔구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이어 이미자는 지난 60년 동안 가장 어려웠던 순간으로 3대 히트곡이 금지곡으로 선정되었을 때를 꼽았다. 그는 "35주간 KBS 차트에서 1위를 했던 곡이 하루 아침에 차트에서 없어져버렸다. 그러면서 무대에서도 어디에서도 그 노래를 할 수가 없었다. 그 때 제 가장 큰 히트 곡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를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목숨을 끊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노래를 사랑해주셨던 팬분들께서 그 노래들을 불러주셨다. 금지곡이 되든 안되든 상관이 없었다. 그 힘으로 버텼다"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미자는 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이해 기념앨범 '노래인생 60년 나의 노래 60곡'을 발매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성장과 함께해온 이미자의 대표 음악을 엄선하여 신곡과 옛 곡을 리마스터링한 기념앨범. 옛 곡을 다시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재 편곡하여 소리의 질감을 더욱 높였고 리마스터링을 통해 옛 곡도 더욱 더 정교하고 맑게 제작되었다.
이번 앨범은 세 장의 CD로 구성됐다. 이미자는 특히 세 번째 CD에 애착을 보였다. 그는 "첫 번째 CD에는 제 주제곡, 기념곡을 담았다. CD2는 '동백아가씨' 등 여러분들이 좋아해주신 전통가요로 묶었다. 세번째 CD는 제 노래 보다도 더 신경써서 불렀다. 우리는 시련과 한을 가지고 살아왔다. 어려운 시대에 우리를 달래준 가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노래들이 있다. 나라 잃은 설움, 배고픔의 설움을 담은 우리 선배님들이 부른, 시대의 고마운 곡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가요계의 뿌리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녹음을 해놓아서 영구히 보존하고자 심혈을 기울여서 고르고 골라 20곡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미자의 노래는 기교 없이 담백하고 맑은 창법이 돋보인다. 그는 "몇 년을 히트곡을 부르다보면 가수들이 기교가 생기게 된다. 그 노래에 자신이 생기게 된다. 거기에서 기교도 집어넣고 박자도 늘렸다 좁혔다 하는 습관들이 생기기 때문에 무대 오르기 전 레코딩 할 때를 생각하며 오버하지 말자 라는 다짐을 한다. 그것이 제게 좋게 된 것 같다"고 비결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미자는 전통 가요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가요의 뿌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노랫말이 가장 잘 표현되는 장르가 가요라고 생각한다. 슬픔은 슬픔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전달할 수 있는 장르가 가요다. 요즘의 서구풍의 노래들은 가사 전달이 안 된다. 그것이 안타깝다. 부디 우리의 가요의 원조, 뿌리가 남겨질 수 있도록 제가 이 세상에 없고 수십년이 흐르더라도 가요의 뿌리가 남겨지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mk3244@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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