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이 살아있는 근현대사의 증인으로 가슴 속 이야기를 고백했다.
23일 방송된 MBC '선을 넘는 녀석들-한반도편(이하 선넘녀)'에서는 민통선 마을 교동도에서 국민 배우 김영옥과 만난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김영옥은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6.25 전쟁에 이르기까지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모두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인물. 국내에서 활동하는 여배우 중 최고령이기도 하다.
김영옥은 14살에 겪은 6.25 전쟁의 참혹함을 떠올렸다. 김영옥은 "오빠 둘이 있었는데 21살, 18살이었다. 전쟁 때문에 오빠들을 집 천장에 숨어지내게 했다"며 "첫째 오빠가 연대에 다니던 수재였는데 하루는 대학친구가 와서 '지금 안 나오면 학교 제적당한다'고 전해달라고 하더라. 오빠는 학교에 계속 다니고 싶어서 바로 갔다. 그리고는 안 돌아왔다"고 말했다. 동네가 자랑하던 수재 첫째 오빠는 그렇게 인민군으로 징집돼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둘째 오빠는 국군으로 징집됐다.첫째 오빠는 인민군으로, 둘째 오빠는 국군으로, 형제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게 된 것.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상황이 실제로 김영옥 가족에게 벌어지게 된 것이다. 김영옥 가족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죽은 줄 알았던 큰오빠와 김영옥은 2000년 2차 이산가족상봉 행사로 만나게 됐다. 김영옥은 "드라마 녹화하고 있는 날 나를 찾는다고 전화가 왔다. 파편에 맞아 큰 부상을 입었었다고 하더라"며 "서울 사람인데도 만나니까 사투리를 그렇게 쓰더라. 얼굴도 너무 달랐다. 부모님이 오빠를 못 보고 돌아가셨지만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김영옥의 이야기를 듣던 설민석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영옥은 가슴에 감춰뒀던 자신이 겪은 역사의 아픔을 담담하게 꺼냈고, 설민석은 애달픈 마음에 눈물을 쏟았다. 설민석은 "우는 게 정상이다"라고 말했고, 전현무 역시 "이렇게 살아있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영옥은 일제강점기부터 마침내 찾아온 광복, 6.25 전쟁을 통해 이산가족이 된 어이없는 슬픔까지 겪으며 묵묵하게 이 시대를 살아왔다. 김영옥은 "옆집 걸러 하나씩 가족을 잃어버린 집들이 많았다. 다들 말들을 안 하고 살뿐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담담한 고백이라 더 슬픈 김영옥의 현대사 증언이었다. /mari@osen.co.kr
[사진] '선을 넘는 녀석들'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