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준이 능글과 섬뜩을 오가는 입체적인 연기를 펼치며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극본 박재범/연출 이명우/제작 삼화네트웍스)에서 고준은 악의 카르텔의 중심 황철범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 열연으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5, 6회에서 황철범(고준 분)은 카르텔 권력을 더욱 단단히 하기 위해 구담성당 관리에 나섰고 고아원의 아이들 앞에서 앞으로 더 살기 좋게 만들어주겠다며 넉살을 부렸다. 그러나 겁을 먹는 아이들에 “내가 무섭게 생겼나”라며 조용히 혼잣말을 해 웃음을 안겼다.
또 권력층 앞에서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리고 순박한 미소를 흘리다가도 그들이 없는 곳에서는 순식간에 경멸의 눈빛으로 돌변, “때 오믄 내 손으로 저 새끼들 모가지 다 따블것이여”라고 분노하며 내면의 욕망과 잔혹함을 드러내 몰입도를 높였다. 이는 자유자재로 결을 달리하는 고준(황철범 역)의 입체적인 연기로 표현돼 한층 입체감을 더했다.
지난 23일 방송된 7, 8회에서는 구담구를 빛낸 기업인상을 수여받는 시상식에 나타난 열혈 사제 김해일(김남길 분)을 여유롭게 마주하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구담성당의 이영준(정동환 분) 신부 죽음의 범인으로 자신을 지목하는 그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웃음으로 넘기는가 하면 “나를 조져 불고 싶음 준비 잘해 오쇼. 얼마든지 받아 줄테니”라며 태연자약함을 보인 것.
사람 좋아 보이는 서글서글한 미소와 구수한 사투리에도 불구하고 고준의 서늘한 눈빛과 능청스러운 말 속에 눌러 담은 경고의 목소리는 보는 이들의 심장을 졸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또 문제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다른 종교집단에 구담성당의 표면적인 관리를 맡기며 협박을 감행한 모습에서는 철두철미함마저 보여 섬뜩함이 느껴졌다. 과연 황철범이 카르텔의 정점에 서려는 야심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서리게 하는 가운데 김해일과 이룰 본격적인 대립각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고준은 천연덕스러운 겉모습과 잔혹한 내면을 가진 황철범의 면면들을 생동감 넘치게 그려내며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열혈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