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육중완밴드 “강준우도 있는데 왜 육중완밴드냐고요?”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9.02.25 12: 39

[OSEN=김관명기자] 육중완과 강준우의 육중완밴드가 지난 21일 데뷔 EP ‘육춘기’를 내고 본격 출범했다. 지난해 11월 장미여관 공식 해체 이후 3개월여만이다. 앞서 11일에는 선공개곡 ‘그때는 그냥 추억’을 내며 발빠른 행보를 보인 이들이다. 육중완밴드를 만났다. 
= 반갑다. 여러 일이 있었다. 일단 새 출발하는 소감은 어떤가. 
(육중완) “정말 뭔가 새롭게 출발하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이랄까. 하지만 힘이 들어간 것도 있다. 잘 해야겠다는 의욕도 넘친다.”

(강준우) “처음 부산에서 통기타를 치며 라이브를 하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 3개월만에 데뷔 EP를 낸 것이면 너무 빨리 나온 것 아닌가. 
(육중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앞으로 계속할 것도 음악이더라. 가이드된 곡들도 있어서 (강)준우랑 으쌰으쌰 하는 기분으로 녹음실과 합주실에서 2개월을 보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어린 친구들 3명과 함께 음악만 했다. 그게 답인 것 같더라.”
(강준우) “3명은 같은 소속사(록스타뮤직앤라이브) 후배들인 슈가도넛 멤버들(기타 이진우, 베이스 이영택, 드럼 유효준)이다. 슈가도넛이 잠시 앨범 준비하는 기간이라서 저희를 도와주는 상태다.”
(육중완) “앞으로도 계속 저희랑 함께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들이다.”
= 어쨌든 장미여관은 사라졌고, 고향 형동생 사이인 두 사람이 육중완밴드를 결성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만나이로 39살인데 어떻게 형동생 사이가 되나.
(육중완) “민증으로는 둘 다 80년생이지만 제가 빠른 80이다.”
(강준우) “형은 제가 부산에서 통기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났다. 알바하는 곳은 달랐는데, 아는 누나가 노래 엄청 잘하는 사람이 있다고 만나보라고 해서 알게 됐다. 내가 스무살, 형이 스물한살 때였다. 처음 만나는 날, 저쪽에서 한 사람이 걸어오는데 그냥 ‘가왕’ 포스였다. 노래를 너무 잘하게 생긴 얼굴이었다(웃음). 이후 당구도 치고 음악 얘기도 하면서 형동생이 됐다.”
= 그러다 서울에 같이 올라온 것인가. 
(강준우) “아니다. 서로 각자 꿈이 있어 서울에 올라와 타향살이를 하다가 우연찮게 다시 만났다. 형이 먼저 서울에 올라왔었다.”
= 멤버가 두 명인데 왜 팀명을 육중완밴드라고 지었나. 
(육중완) “고민이 많았다. 장미여관 이름의 임팩트가 너무 셌다. 다른 이름은 도저히 생각이 안나더라. 그래서 그냥 우리 이름으로 짓자고 했다. 강육밴드? 육강밴드? 이상했다. 장미여관 활동을 하면서 나름 유명해지니까 행복하기도 했지만 외롭거나 힘들고 슬플 때도 많더라. 이런 일, 저런 일 생기더라도 내가 짊어지겠다는 생각에 육중완밴드라고 짓게 됐다.”
(강준우) “저한테는 ‘육중완’이 사람이름처럼 안느껴진다. 그냥 브랜드 같다. 육중완이 저인 것이다. 육중완밴드는 이 형이 필두인 밴드가 아니다.”
(육중완) “리더는 준우다.”
(강준우) “아니다. 모든 것은 육중완씨 머리에서 나온다. 나는 옆에 있는 부엉이다(웃음).”
(육중완) “아니다. 나는 얼굴마담일 뿐이다.”
= 데뷔 EP가 나왔다. 앨범제목을 왜 ‘육춘기’라고 지었나. 
(육중완) “‘육중완밴드의 봄에 나오는 음반’이라는 뜻이다. 사춘기 지나 오춘기, 그리고 이제는 육춘기라는 의미도 있다.”
= 선공개곡 ‘그때는 그냥 추억’은 어떤 노래인가. 
(육중완) “타향살이를 하면서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20대 때 광안리 바다를 보면서 기타를 치던 그 순수했던 때가 좋았다. 그러나 노래는 그 좋았던 때의 에너지를 받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삶의 이야기다. 추억에서 위로를 받아 내일로 가자는 것이다.”
= 좋다. ‘육춘기’에 담긴 5곡에 대한 코멘터리를 다 해달라. 
(육중완) “‘섬소년’은 군산에서 상경한 친구 이야기다. 고깃집에서 서로 알바를 하다가 알게 됐는데, 그 친구 말이 ‘아버지처럼 살기 싫어서, 생선비린내가 싫어서’ 서울에 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인들한테 상처받고 결국 다시 군산으로 돌아갔다. 그때 그 편안한 심정을 담은 이야기다. 하지만 막판에 반전이 있다. 자기 자식이 또 아버지처럼 살기 싫어 섬을 떠난다. 우리가 자식을 낳았는데 아버지가 부끄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 그래서 갈매기 소리, 뱃고동 소리가 들린 것 같다. 
(강준우) “샘플링을 썼다. 갈매기, 뱃고동 소리는 배 위에서 ‘나 다시 고향 간다’ 이러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육중완) “보컬은 평소와는 완전 다른 스타일로 불렀다. 포장 자체가 싫었다. 평범하게 일반 사람이 부르는 것처럼 하고 싶었다.” 
(강준우) “음역대가 너무 낮아 제 차례에서 대충 불렀는데 형이 너무 좋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자기는 너무 가수처럼 불렀다고 하더라. 그러더니 다시 녹음했다.”
(육중완) “준우가 정말 느낌있게 잘 불렀다.”
= 처음 나오는 기타는 누가 쳤나. 
(강준우) “저다.”
= ‘그때는 그냥 추억’에서 ‘그냥’은 왜 들어갔나. 문맥상 굳이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던데.
(강준우) “부산에서 자주 쓰는 단어다. ‘그냥 해’, ‘아니 뭐 그냥’ 이런 식으로. 아, 지금 작게 나오는 기타는 진우가 친 것인데 참 잘 깔아주더라.”
(육중완) “준우가 기타 솔로라인을 잘 짰다. 사운드를 비워야 생각이 많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운드가 휘몰아치니까 생각이 많아지더라.”
(강준우) “저는 화음만 하고 기타에 치중했다. 기타를 더 잘 하고 싶어 최근 2개월 동안 기타 레슨을 받았다. 450만원이나 하는 존 서 클래식 기타도 새로 샀다. 자신감이 늘었다(웃음).”
= 다음곡은 ‘아무것도 아녔는데’다.
(육중완) “살면서 나를 소중한 사람,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사람이 주위에 반드시 있다. 저한테는 준우가 그런 사람이다. 와이프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다.”
= ‘차차’는 어떤 곡인가. 수록곡 중 가장 신나고 예전 장미여관 느낌이 난다. 
(강준우) “설에 집에 가면 꼭 그런다. 대학은? 취직은? 결혼은? 애는? 그럴 때 하는 말이 ‘차차’다. 물론 어른들이 걱정스러워 하는 말이지만 저희한테는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육중완) “예전 친구가 아주 오랜만에 전화를 해서 100만원만 꿔달라고 할 때, 일요일에 직장상사가 전화를 해서 월요일까지 일을 다 마치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불편하다.”
(강준우) “예전에는 제 얘기만 썼는데 점점 모든 것을 아우르게 된다. 제 얘기를 많이 했으니 이제 남들 얘기를 대신 해보자, 이런 것이다.”
(육중완) “서른을 넘겼을 때 친구들이 ‘아직도 음악 하니?’라고 물었을 때, 어머니가 몰래 제 주머니에 용돈 5만원을 넣어주셨을 때 너무 싫더라. 이런 우리네 삶의 이야기다.”
(강준우) “보통 밤에 곡을 써서 아침 7,8시에 완성을 한다. 그러면 아침에 와이프한테 먼저 들려준다. 그런데 이 노래는 와이프가 잠결에도 ‘너무 귀에 쏙 들어온다’고 하더라. 이런 호응은 처음이었다.”
(육중완) “안무가 잘 나왔다. 라이브 끝나고 관객한테 물어보면 엄청 신난다고 하더라. 가사도 힐링되는 가사니까, 이 노래를 많이 부를 것 같다.”
(강준우) “무대에 서면 즐거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게 우리 역할이다. 어쨌든 이 곡 ‘차차’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나오는 나이트클럽 분위기를 잘 표현해줬다.”
= ‘충분히 넌 멋있는 사람’은 ‘아무 것도 아녔는데’와 대구를 이룬다.
(육중완) “자전거를 타고 망원동을 지나가는데 전봇대에 매직으로 이렇게 써있었다. ‘넌 참 멋있는 전봇대야’. 사람도 그렇더라.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강준우) “형이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같다. 어쨌든 관객들이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 ‘신인’ 밴드로서 올해 각오는.
(강준우) “불러주시면 어디든 갈 것이다.”
(육중완) “그동안 장미여관을 하면서 클럽공연을 쉬었는데, 다시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얼마 전에 클럽공연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무엇보다 관객과의 유대감, 서로가 서로를 알아간다는 그 느낌이 좋았다. 친해지는 그런 느낌. 우리 입장에서는 가까이서 얘기하면 우리 진심이나 의도를 더 잘 이해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록스타뮤직앤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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