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대신 분노" 방시혁 대표가 서울대 후배들에게 전한 이야기 [종합]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9.02.26 17: 52

그룹 방탄소년단을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그룹으로 키워낸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부조리, 불합리에 맞선 분노가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방시혁 대표는 26일 모교인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19학년도 제73회 전기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졸업 축사를 전했다. 
이날 방 대표는 법대를 지망하던 그가 아슬아슬한 점수로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진학하고 이후 음악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서울대생이 음악을 직업으로 삼기까지는 대단한 에피소드나 굉장한 결단이 있었을 거라고 추측하시는데, 사실 아무리 돌이켜봐도 그런 결정적인 순간은 없었습니다. 그냥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음악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방시혁 대표는 97년 작곡가로 데뷔해 박진영, 김건모, 임창정, god, 베이비복스, 보아, 비, 원더걸스, 임정희, 케이윌, 에이트 등 많은 가수들의 음반에 작사, 작곡, 프로듀싱으로 참여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낸 것에 이어 방탄소년단을 전세계적인 스타로 키웠다. 또한 그는 지난해 5월 빌보드가 발표한 ‘인터내셔널 파워 플레이어스(International Power Players)’에 선정돼, 전 세계 음악 시장을 움직이는 리더로 소개되며 한국 가요계의 한 획을 그었다.
그가 프로듀싱한 방탄소년단은 빌보드에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고, 최근 그래미 어워드에 시상자로 초청받으면서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세웠다. 외신에서는 ‘YouTube 시대의 비틀즈’라고 불리는가 하면 현재 전 세계 주요 지역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티스트의 반열에 올라갔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빅히트 역시 엔터테인먼트 업계 혁신의 아이콘이자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방 대표는 이 같은 엄청난 성공의 비결로 '분노'를 꼽았다. 자신을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는 "최고가 아닌 차선을 택하는 ‘무사 안일’에 분노했고, 더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여러 상황을 핑계로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는 관습과 관행에 화를 냈다. 그 중에서도 저를 가장 불행하게 한 것은 음악 산업이 처한 상황이었다. 이 산업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고, 불공정과 불합리가 팽배한 곳이었다.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이 세계를 알아가면서 점점 저의 분노는 더 커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음악 산업의 불합리, 부조리에 대해서 저는 간과할 수 없다. 외면하고 안주하고 타협하는 것은,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다. 원대한 꿈이 있거나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것이 지금 제 눈앞에 있고 저는 그것이 부당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이제 저는, 그 분노가 제 소명이 됐다고 느낀다.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온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화를 내는 것. 아티스트와 팬들에 대해 부당한 비난과 폄하에 분노하는 것. 제가 생각하는 상식이 구현되도록 싸우는 것. 그것은 평생을 사랑하고 함께 한 음악에 대한 저의 예의이기도 하고, 팬들과 아티스트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이기도 하면서 마지막으로 제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방 대표는 "저는 별다른 꿈 대신 분노가 있었다. 납득할 수 없는 현실, 저를 불행하게 하는 상황과 싸우고, 화를 내고, 분노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것이 저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고 제가 멈출 수 없는 이유였다. 그러니 많은 분들께 위로와 행복을 드릴 수 있었던 것은 제 꿈이 아니라 제 불만이 시작이었다"며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음악 산업이 처한 수많은 문제들을 개선하는 데 매진할 것이며, 방탄소년단은 아시아 밴드, 혹은 K-Pop 밴드의 태생적 한계라고 여겨지는 벽을 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할 것이다. 저 역시 이런 일을 수행하는 데 부끄럽지 않게 끊임 없이 반성하고 제 자신을 갈고 닦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또한 그는 후배들에게 "지금 큰 꿈이 없다고 구체적인 미래의 모습을 그리지 못했다고 자괴감을 느끼실 필요가 전혀 없다. 자신이 정의하지 않은 남이 만들어 놓은 행복을 추구하려고 정진하지 마라. 오히려 그 시간에 소소한 일상의 한 순간 한 순간들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노력해라. 무엇이 진짜로 여러분을 행복하게 하는 지 고민해라.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남이 정해 준 여러 가지 기준들을 좇지 않고, 일관된 본인의 기준에 따라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라. 본인이 행복한 상황을 정의하고, 이를 방해하는 것들을 제거하고, 끊임 없이 이를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반복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소명이 되어 여러분의 앞길을 끌어주리라 생각한다"는 조언을 건넸다.
마지막으로 그는 "개인적으로 저는 제 묘비에 “불만 많던 방시혁, 행복하게 살다 좋은 사람으로 축복받으며 눈감음”이라고 적히면 좋겠다. 상식이 통하고 음악 콘텐츠와 그 소비자가 정당한 평가를 받는 그날까지, 저 또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이같은 방시혁 대표의 진솔하면서도 당당한 축사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부조리에 분노하고 싸우며 변화를 이끌어 온 방시혁 대표가 앞으로 또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 향후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mk3244@osen.co.kr
[사진] 서울대학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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