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배우도 쉽게 표현하기 힘든 감정 연기를 훌륭하게 해내는 아역 배우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
이재인(16)에게 ‘연기 천재’ ‘떡잎 스타’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싶은 이유는 제 나이대 동료들보다 탄탄한 연기력을 드러내며 성숙한 아우라를 풍겨서다. 중학교 3학년이라 아직은 귀여운 구석이 남아 있긴 하지만, 어리다고 놀릴 수 없는 충무로 기대주다.
한국형 오컬트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외유내강, 공동제작 필름케이)가 지난달 20일 개봉해 어제(28일)까지 9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순항 중이다.
영화 ‘검은 사제들’(2015)을 선보였던 장재현 감독의 4년 만의 차기작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 사슴동산을 쫓던 종교문제연구소 박웅재 목사(이정재 분)가 의문의 인물 정나한(박정민 분), 그를 둘러싼 사건들을 풀어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이다.
가상의 종교부터 쌍둥이 자매의 탄생, 여중생 살인사건 등의 소재 덕분에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 범죄 등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신개념의 영화가 탄생했다.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재인은 ‘사바하’에서 쌍둥이 자매 ‘그것’과 ‘금화’를 소화했다. 혼자서 1인 2역을 맡은 건데, 중학생 배우의 경험치라고 볼 수 없는 깊은 감정 연기를 해냈다.
이재인은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금화 역할 오디션만 봤었는데 제가 나중에 1인2역을 제안드렸다”며 “몸 동작 같은 부분도 미리 생각해서 보여드렸고, 무엇보다 쌍둥이가 가졌을 마음을 표현했다. (제작진이)원래 2명의 배우를 뽑으려고 하셨는데 제가 먼저 1인 2역을 제안해서 쌍둥이 자매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오디션 과정에 대해 “금화 캐릭터의 지정 대본을 읽었고 자유연기도 준비해갔다. (나만의)읽는 느낌을 보여줬다”며 “시를 외워가서 읊었다. 쌍둥이 역할이다보니 그에 대한 설화를 찾아서 독백을 준비해갔다. 그런 감정들을 토대로 쌍둥이를 표현했다”고 회상했다.
이 영화는 1999년 강원도 영월에서 쌍둥이 자매가 태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을 비롯해 이들의 부모는 첫째 아이가 금방 죽을 것 같다며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았고 '그것'이라 부르며 방치한다. 그것의 동생 금화는 뱃속에서 언니에게 다리를 물어뜯긴 탓에 장애아이로 자랐다.
이에 이재인은 “금화는 참고할 만한 자료가 많지 않아서 표현하기 어려웠다. (각본을 쓴)감독님이 생각하신 것과 제가 생각했던 캐릭터적인 부분을 상의해 조화롭게 만들었다”면서 “금화의 중요한 점은 변화하는 과정이었다. 그 나이대만 느낄 수 있는 혼란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금화가 언니에 대해 생각하는 감정이 양면적이고 복잡한데, 싫고 밉지만 혈육끼리 가질 수 있는 사랑이 있다고 봤다. 언니에 대한 사랑은 마지막에 울 때 표현했고 그 전에는 대사가 아닌 눈빛이나 말투에 배어 나오게 했다”고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한 과정을 밝혔다.
이재인은 같은 날 태어났지만 살아온 과정이 다른 그것과 금화를 표현하기 위해 시각적으로도 차이를 뒀다. “(그것의)괴물 같은 소리와 털 특수분장도 (대역이 아닌)제가 직접 했다”며 “털 분장은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걸렸다. 그동안 해본 적이 없어서 신기한 경험이었고 되게 재미있다. (창고에 갇힌 장면은)4~5일 정도 촬영했는데, 털을 붙이고 나온 장면은 3일 정도 걸린 거 같다”고 전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