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갈하이’ 정상훈이 매회 짠한 수난기를 겪고 있다. 정상훈 특유의 짠내 나는 페이소스 연기는 웃음뿐 아니라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방송 전, “‘이 시대 평범한 샐러리맨들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응원하고 싶어졌다”는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JTBC 금토드라마 ‘리갈하이’(극본 박성진, 연출 김정현)에서 한때 잘나가는 변호사였지만, 지금은 로펌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시니어 변호사 윤상구(정상훈). 누군가의 음모로 오해를 사고, 매일같이 매형인 방대표에게 혼나며, 후배의 어쏘(시니어 변호사 보조)도 모자라 로펌의 청소 담당까지 전락했다. 그럼에도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윤상구를 보고 있으면, 왠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괴태 변호사 고태림(진구)을 한번이라도 이겨보고 싶은 윤상구. 승소가 확실했던 재판에서도 패소했고, 돌아온 건 “단세포 아베마 같은 촉수나 휘젓지 말라”는 고태림의 독설이었다. 더군다나 고태림을 습격한 괴한의 배후로 지목되는 억울한 누명까지 썼다. 이렇게 사고를 칠 때마다 윤상구는 방대표가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는 물건을 온몸으로 막아내야 했다. 날아온 골프공이 정확히 급소를 가격하기도 했다.
고태림과의 2차전. 육가공 회사인 ‘대선그룹’ 합의 건을 맡았다. 윤상구는 부당노동을 읍소하는 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했고, ‘동물 코스튬 마케팅’에“죽을 만큼 하기 싫어도 해야했겠죠”라며 직원들처럼 돼지코를 착용해보기도 했다. 어떻게든 이겨보려는 그의 짠한 노력을 본 민주경(채정안)도 한심하단 생각보단 이해를 했을 정도. 그러나 이번에도 고태림의 승리. 돌아온 건 방대표의 분노였다.
결국 로펌의 에이스로 발탁된 새파란 후배 강기석(윤박) 변호사의 어쏘가 된 윤상구. “이 놈의 회사 관두고 말지”라고 큰소리 쳤지만, 방대표 앞에서는 “저는 이 회사가 되게 좋아요”라며 꼬리를 내렸다.
강기석을 향한 유치한 복수심은 결국 라이벌인 고태림 법률 사무소 서재인(서은수)에게 유리한 증거를 건네는 실수를 범하게 했고, 언제나 그렇듯 방대표에게 들켰다. 그 결과 어쏘도 아닌 청소 담당이 됐다. 강기석의 눈치를 보며 쓰레기통을 비웠고, 화장실에선 “누가 물도 안내렸어”라고 툴툴대다,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정상훈은 특유의 코믹 연기와 몸개그를 적절히 섞어 윤상구의 수난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가 등장하면 어김없이 웃음이 터지는 이유다. 그러나 그 웃음 속엔 짠내가 깊게 배어있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실수투성이지만, 배우 본인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윤상구를 응원하고 싶어지는 이유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리갈하이’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