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선규가 올해 초부터 스크린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코믹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부터 이달 20일 개봉한 오컬트 범죄 스릴러 ‘사바하’(감독 장재현)까지 상반된 장르에서도 차진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줘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극한직업’에서 진선규는 잠복근무를 핑계로 놀고 먹는 일을 좋아하는 한량 같은 마형사 캐릭터를 맡아 난생 처음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첫 번째로 흥행에 성공한 범죄액션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 2017) 속 위성락의 얼굴과 비교했을 때 180도 다른 모습이라서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마약반의 허리를 책임진 마형사는 범인 검거를 위해 치킨집을 위장 창업했다가 대박 맛집의 주방장으로 거듭난다. 형사와 자영업자를 넘나드는 이중적인 캐릭터가 큰 웃음을 유발한다.
마형사는 자신도 몰랐던 요리 실력을 발견하고, 그가 튀겨낸 마약치킨은 먹음직스러운 비주얼로 관객들의 침샘을 자극한다. 촬영 전 요리학원과 액션스쿨을 병행하며 닭 발골, 액션을 동시에 익힌 진선규가 마성의 캐릭터 마형사를 독창적으로 만들었다.
극악무도한 조선족 출신 조직 폭력배로서 스크린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진선규가 ‘극한직업’에서는 작정하고 15년치 연기 내공을 발휘했다. 2004년 연극을 통해 데뷔한 진선규는 우리가 알지 못했지만 알고 보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온 연기파 배우였다. 가까운 과거만 보더라도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 2017)에서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 분)가 싸준 고기쌈을 억지로 받아먹던 비서 길수도 진선규였다는 사실.
‘범죄도시’ 위성락 캐릭터를 통해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불러 모은 진선규는 제38회 청룡영화상(2017)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이름 세 글자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고, 차기작 ‘극한직업’까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배우로서 날개를 달았다.
상영 중인 한국형 오컬트 무비 ‘사바하’에서 해안스님을 연기한 진선규를 보면 ‘이 배우의 표현력은 어디까지 일까?’라는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진선규의 등장과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캐릭터로 다시 한 번 관객들 앞에 선 그가 아무런 이질감 없이 해안스님 캐릭터로 다가온 걸 보면, 그가 앞으로 만날 다양한 장르 및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진선규는 3월 개봉하는 영화 ‘돈’(감독 박누리), 4월 개봉할 황혼 로맨스 ‘로망’(감독 이창근), 공포영화 ‘암전’(감독 김진원)과 강윤성 감독의 차기작 ‘롱 리브 더 킹’에도 출연한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무명 배우의 설움을 버틴 진선규. 오로지 연기에 대한 열정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품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인지도와 인기가 올라 갔지만 여전히 “작품 안에서만 변하겠다”고 밝힌 겸손한 배우 진선규의 앞날이 기대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