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아성(28)이 유관순으로 분한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디씨지플러스 조르바필름)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유관순의 옥살이 1년을 담았다.
1919년 3.1 만세운동 후 고향인 충남 병천에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은 3평도 채 안 되는 서대문 감옥소 8호실에 갇혔다. ‘항거’는 만세운동을 한 과정이 아닌 그녀가 감옥소에 갇혀 죽기 직전까지 1년여의 이야기를 그렸다.
옥중에서 유관순은 수시로 아리랑을 불렀고 간수들에게 독립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독립운동을 이어나갔다. 1920년 3월 1일에는 3.1 운동 1주년 기념한 만세운동까지 주도했다. 나라의 해방을 위해 만세를 외친 유관순은 열일 곱의 나이에 모진 고문을 견뎌야 했고 합병증으로 출소 이틀을 앞두고 옥사했다.
일제에게 탄압된 슬픈 상황에서도 자유와 해방을 향한 뜻을 굽히지 않았던 유관순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항거’. 조민호 감독과 제작진은 자료 조사를 통해 사실에 입각해 유관순을 정직하게 스크린 위에 표현했다.
고아성 역시 독립운동가이자, 열일곱 소녀였던 유관순의 감정과 심리를 과장 없이 연기했다. 서대문 감옥소 8호실에 갇힌 독립 운동가들과 연대하는 유관순의 모습을 표현하며, 우리가 몰랐던 유관순의 이면을 관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항거'를 통해 고아성 표 주체적이고 당당한 유관순을 만나볼 수 있다.
국민들은 감옥소에 갇혀서 만세를 부른 유관순을 가슴 깊숙이 기리고 있지만, 삼엄했던 감옥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친다는 게 얼마나 큰 애국심과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모진 고문과 치욕에 시달려야 하는지 피부로 느끼기는 어렵다. 이에 고아성은 그녀의 진심과 용기를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장엄하고 숭고한 민족 정신을 담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2006)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고아성은 ‘항거’를 통해 성숙한 배우의 향기를 내뿜고 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려 고 애쓴 제작진의 연출도 돋보이지만 결연하게 역할을 받아들이고 신중하게 열사를 그려낸 고아성의 얼굴은 대담하다.
고아성은 2018년 8월 ‘항거’의 출연 제안을 받고 나서 같은 해 10월부터 한 달간 촬영을 진행하면서, 감옥에 갇힌 유관순 열사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5일 동안 금식하며 생기를 잃어갔던 얼굴을 표현했다. 그녀의 단식 투혼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관객들의 관심을 통해 입증됐다.
‘항거’는 비교적 짧은 촬영 기간, 적은 예산에도 역사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적인 완성도도 그렇고, 나라를 위해 온몸을 바친 독립 열사들을 떠올리게 만든 제작진의 진심과 배우들의 투혼을 느낄 수 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