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신파 없이는 안 되는 걸까. '왜 그래 풍상씨' 유준상부터 '하나뿐인 내 편' 박성훈까지, 간 이식을 해야 살 수 있는 시한부 설정이 드라마 속에 가득하다. 시청률은 높지만 도돌이표처럼 되풀이 되고 있는 간 이식 전개에 시청자들의 원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서 장고래(박성훈 분)는 간경화 말기 진단을 받고 오열했다. 의사에게 짧으면 3개월, 길게는 6개월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그는 간 이식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음에 좌절, 아버지 납골당을 찾아 눈물을 쏟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하나뿐인 내편'에서도 장고래에게 간 이식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가 화두로 떠올랐다. 장고래는 김미란(나혜미 분)에게 간경화 말기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이혼을 요구했다. 하지만 장고래의 상태를 알게 된 나홍실(이혜숙 분)이 가만 있지 않았다.
김미란을 찾아가 장고래의 상황을 알리며 눈물을 흘린 것. 이에 김미란은 간 이식을 위해 검사를 받았지만,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나홍실은 나이가 많아서, 이모 나홍주(진경 분)와 동생 장다야(윤진이 분)는 간이 작아서, 장다야 남편 왕이륙(정은우 분)은 지방간이라서 모두가 간 이식을 할 수 없었다.
그 때 나타난 이가 바로 강수일(최수종 분)이다. 김미란이 김도란(유이 분)에게 하소연하는 것을 들은 것. 그는 나홍실을 찾아가 자신의 간이 맞으니 이식을 하겠다고 했다. 물론 곧바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현재 강수일은 나홍실 남편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있기 때문. 이에 나홍실은 반감을 드러냈고, 장다야와 김도란 역시 반대하는 모습이 예고되면서 또 한번 갈등을 예상케 했다.
문제는 '간 이식'이라는 소재가 반복되고 있어 식상함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현재 수목드라마 1위를 지키고 있는 KBS '왜그래 풍상씨'는 몇 회째 간암을 앓고 있는 풍상(유준상 분)에게 간 이식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일생을 헌신하며 키워온 동생들에게 외면 당한 풍상의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과연 누가 풍상에게 간을 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상황.
이뿐만이 아니다. KBS 1TV 일일드라마 ‘비켜라 운명아’에서도 최시우(강태성 분)가 급성 간경변으로 간이식이 필요한 상태. 세 개의 드라마에서 간 이식이라는 소재가 담기면서 시청자들은 일주일 내내 '간 이식'이라는 단어를 듣고 있다. 시한부 설정은 이미 많은 드라마에서 사용되어 온 일명 '사골'같은 소재다. 그렇기에 식상하고 뻔한 전개를 예상케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 또 드라마 막판 갈등을 봉합하고,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등장하는 억지 설정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뿐인 내편'은 최근 6회 연장을 결정 지었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간 이식과 누명을 벗는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 해피엔딩으로 가기 위한 초석이겠지만, 이미 여러 차례 본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어 씁쓸함이 남는다. /parkjy@osen.co.kr
[사진] ‘하나뿐인 내편’, '왜 그래 풍상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