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자연과 같은 소속사에 속해 있던 배우 윤지오가 10년 만에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장씨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업인 및 언론사 고위층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배우 장자연은 지난 2009년 3월 7일 자살했다.
윤지오는 5일 오전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당시에 발생했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증언했지만, 자신의 증언들은 모두 묻혔다고 주장했다. 10년 전인 2009년 윤지오는, 장자연이 기업가 등 사주들이 포함된 술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할 당시, 그 자리에 동석해있었다고 한다. 장자연의 생전 친분이 있던 인물이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증언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윤지오는 고인의 성추행 사건을 조사 받을 당시, 이상한 일이 많았다는 것과 함께 고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윤지오는 경찰 증언 이후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며 “어린 나이라서 캐스팅에서 제외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시간이 지나서 직접 저에게 사건 증언을 해서 캐스팅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윤지오가 10년 만에 장자연 사건에 대해서 목소리를 낸 이유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였다고.
이날 윤지오는 장자연이 죽음을 선택하기 전 작성한 문건에 대해 “유서가 아니었다. 장자연이 소속해있던 기획사와 옮기려고 했던 기획사 측 관계자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장자연의 성추행 피해 상황을 목격하고 증언해온 윤지오는 장자연 문건에 대해 “법적으로 어떤 대응을 하기 위해 쓰인 것처럼 상세히 작성돼있다. 누군가와 함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 작성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추측했다.
윤지오는 “(장자연)언니와 저는 회사에 소속되기 몇 개월 전부터 알게 됐고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언니가 살갑게 챙겨줬다. 따듯한 사람으로 기억됐다. 언니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상황이어서 공통적인 분모가 있어서 외로움을 서로 많이 의지했다”고 언급했다.
윤지오는 “당시 저는 위약금을 내고 회사를 나왔지만 언니는 그러지 못했다. 언니가 그 세상에 공개하고자 쓴 문건이 아니라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쓰여진 문건이다. 유서가 단 한장도 발견되지 않았다. 누가 유서를 쓰면서 날인을 하냐”라고 했다.
윤지오는 “이 문건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다. 배우를 떠나 한 여자로서 이런 문건 자체를 쓴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회사를 나오고 나서 그 문건을 공개한 분이 ‘(장)자연이 쓴 게 있는데 너도 와서 쓰지 않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게 동일한 문건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장 씨가 과거 문건을 작성할 당시 누군가와 의논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10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저 같이 피해를 겪고 있는 분들이 세상 밖에서 당당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윤지오는 “국내에 거주했다면 증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캐나다에서 피해자가 존중 받는 것을 보면서 한국도 그래야 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 가해자들이 너무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13번째 증언’이라는 책을 출간해 당시 수사과정에서 겪었던 장자연과의 의혹들에 대한 내용을 밝혔다.
윤지오는 13차례나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며 “질문 자체가 수박 겉핥기 식으로 느껴졌다. ‘왜 이런 질문을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늦은 시간에 반복해서 질문했다”고 했다. 윤지오는 성추행 관련 혐의자들이 무혐의로 풀려나는 과정이 이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증언을 하는 목격자 입장인데 진술을 할 때 가해자가 있고 제가 진술을 할 때 비웃고 심리적인 압박감이 있었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증언을 이어갔던 것이 아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최면 수사를 받았다는 윤지오는 “최면 수사 때 얘기 했던 부분과 최면을 깨고 나서 했던 부분이 왜 다른지를 물어봤다”고 했다.
윤지오가 용기를 내는데 국민청원은 큰 힘이 됐다. 윤지오는 “국민청원이 없었으면 재수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청원 응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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