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박명수와 영화 제작자 스탠리가 독립운동가들을 다룬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6일 오전 11시,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최근 개봉된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를 먼저 다뤘다. 스탠리는 “저는 봤다. 지난주 개봉했다. 일주일 됐는데 잘 되고 있다. 쟁쟁한 영화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유관순 열사의 독립운동, 투쟁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옥중일기다. 옥에서 보낸 1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3.1운동과 가족 이야기는 부분적으로 다룬다. 이 영화 괜찮다. 이런 소재가 잘못하면 지나친 국가주의 애국주의로 몰아갈 수 있는데 차분하면서 몰입이 된다. 유관순 열사 고문 장면을 컬러로 하면 자극적일 수 있는데 흑백으로 처리했다. 무엇보다 유관순이란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다. 같이 감옥에 있던 다른 여성 독립운동가를 같이 조명하는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박명수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친일파 후손보다 대우를 덜 받고 소외된다는 게 안타깝다”고 일침을 가했다. 스탠리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당시 감옥에 수감된 이들 사진이 공개되는데 일제가 기록한 수감 사진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자 이름으로 나오니까 한글 이름까지 자막으로 넣어줬으면 더 좋았을 걸 싶더라”고 덧붙였다.
유관순, 김구, 안중근, 안창호, 윤봉길 등 많이 알려진 독립운동가 외에 최근에는 새로운 인물들도 조명되고 있다. 영화 ‘박열’에 대해 스탠리는 “박열은 무정부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였다. 일본인 아내와 천왕 암살 계획을 꾸렸다. 체포된 후에도 비굴하게 굴지 않았다. 감옥에 갇혀서 부부가 찍은 사진을 보면 포즈, 자세, 기개가 놀라울 정도로 파격적이다. 이준익 감독이 이 사진 한 장에 감동해서 영화를 만들었다더라. 덕분에 박열 인물이 조명됐다”고 알렸다.
이어 ‘암살’ 속 전지현이 연기한 여성 독립운동가에 관해서는 “실제로 남지현 선생이 있었다. 남편 내조 뿐만 아니라 행동 계획까지 세웠다. 다만 ‘암살’ 속 전지현처럼 펄펄 날면서 총을 들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 영화적으로 재구성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밀정’에선 박휘순이 연기한 김장옥이 김상옥 의사를 모티브로 했다. 행적이 남아 있어서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다뤘는데 남지현 의사는 자료가 많이 없다. 다만 영화를 통해 알렸으니 그 인물을 알고 공부한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강조했다.
‘암살’ 속 이정재가 연기한 염석진은 친일파다. 스탠리는 “처음엔 독립운동에 기초했지만 친일로 돌아서는 인물도 있다. 염석진은 여러 친일 인물을 모아서 창조한 것 같다. ‘해방이 될 줄 몰랐으니까’ 이 대사는 실제 친일파 최남선이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시는 있어선 안 될 일이지만 창작자들에게는 많은 예술적 영감을 주는 시기가 일제강점기다. 의열단 김원봉 선생은 상황과 일생이 극적이다. 일제가 보기엔 테러리스트고 우리가 보기엔 독립운동가다. 무장 독립투쟁을 하자고 의열단을 만들었다. ‘암살’에선 조승우가 ‘밀정’에선 이병헌이 맡았다”고 말했다.
윤봉길, 이봉창 의사의 사진을 보면 거사에 나가기 전 태극기 앞에서 수류탄과 총을 들고 웃고 있다. 스탠리는 “죽으러 가는 줄 알면서도 수류탄을 들고 웃고 있다는 게 극적이다. 모두가 독립운동가가 될 순 없다. 대신 우린 꼭 기억해야 한다. 다만 이봉창 의사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은 아직 없다. 좋은 감독을 만나면 이봉창 의사를 현대적으로 다뤄보고 싶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청취자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스탠리는 “유족들의 동의를 받고 영화화가 진행된다. 부득이하게 유족 동의 없이 진행되기도 한다. 긍정적일 경우에는 그렇지만 친일파 같은 경우는 동의를 못 받는다면 콕 찝어서 하지 말고 모호하게 표현하는 일이 있다. ‘암살’ 속 염석진이 그렇다. 여러 인물을 복합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말모이’에 관해서는 “윤계상이 연기한 인물은 실존 인물이지만 대부분은 가상 인물이다. ‘말모이’ 감독이 ‘택시운전사’ 시나리오를 썼다. 역사적 사건에 있어서 특정 영웅만 다루는 게 아니라 민초들을 잘 다룬다”고 칭찬했다.
영화 ‘동주’ 또한 빠질 수 없었다. 스탠리는 “’동주’의 송몽규 선생은 윤동주 시인과 다르게 실제로 행동에 옮긴 인물이다. 이 영화에는 문익환 목사도 나온다. 윤동주, 송몽규, 문익환 세 사람이 영화에 등장한다”며 “영화를 통해 이런 분들이 있다는 걸 알려드린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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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명수의 라디오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