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전도연 주연의 '생일'이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과 메시지를 선사할까.
6일 오전 서울 CGV 압구정에서는 영화 '생일'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주연 배우 설경구, 전도연과 연출을 담당한 이종언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생일'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 수호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을 작품 안에 녹여냈다.
설경구는 극 중 아들이 세상을 떠나던 날,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지 못해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로 분했다. 섬세한 감정 연기를 비롯해 대사 이상의 감정을 전하는 표정 등 눈빛으로 관객들을 극에 몰입하게 할 예정이다.
전도연은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 순남을 연기했다. 풍부한 감정 연기와 폭발적인 열연을 펼쳤고, 캐릭터의 섬세한 감정선을 그려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설경구, 전도연과 함께 연기한 아역 배우 김보민은 오빠 수호(윤찬영 분)와의 행복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동생 예솔을 맡았다. 두 배우가 극찬할 정도로 순수하고 생생한 감정이 살아있는 연기를 선보였다고.
또, '생일'은 이창동 감독 영화 ‘밀양’과 ‘시’에서 연출부로 활동하며 내공을 쌓은 신예 이종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종언 감독은 다큐멘터리 ‘친구들: 숨어있는 슬픔’을 연출했고, 다음 스토리펀딩을 통해 ‘세월호 세대와 함께 상처를 치유하다’라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련 활동을 이어왔다.
이종언 감독은 "우리가 모두 그날 있었던 일을 안다. 2015년 여름쯤 안산에 봉사를 하려고 가게 됐다. 안산에 치유 공간이 있는데, 유가족들을 위로하면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었다. 나도 설거지와 사진을 찍으면서 활동했다. 그곳에서 아이 생일이 다가오면 엄마들이 힘들어했다. 가족, 친척, 지인들이 모여서 그 아이의 생일 모임을 했다. 나도 그 모임을 도우면서 함께 했다"며 처음 접하게 된 과정을 공개했다.
"영화 속 '생일하다'의 느낌이 어떻게 와 닿았느냐?"라는 질문에 설경구는 "사실 생일 모임이 있는지 몰랐다. 시나리오를 읽고 이런 모임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감독님이 경험을 얘기해주셨다. 인터넷에 올라온 생일 관련 동영상이 있었고 그것을 참고했다. 떠나보낸 아이를 둔 아버지를 연기하면서, 느끼려고 노력했던, 공감하려고 노력했던 감정이 관객들에게 전달되면 좋겠다. 영화 속 생일 모임도 감독님이 실제 그 모임에 참석해서 느낌을 잘 전달해주셨다. 먼저 하늘로 간 아들 수호에 대해서 흉도 보고, 추억도 하면서, 작은 위안을 받았다. 그런 감정이 관객들의 가슴에도 와닿길 바란다"고 답했다.
전도연은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많이 울었다. 내가 이런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받아낼 수 있을까 싶었다. 순남을 통해서 느낀 건, 함께 기억하고, 슬픔을 나눈다는 게, 그 시간 자체가 얼마나 위안이 되고,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촬영할 땐 그런 부분들이 보여서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이종언 감독은 "거리두기가 가장 어려웠다. 한 걸음 물러나서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나의 해석으로 인해 오해가 들어갈까 봐 걱정했다. 다음날이 촬영날인데도, '이제 충분히 고민한 것 같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원점으로 돌아가 유가족 분들과 통화를 하면서 얘기를 나눴다"고 고백했다.
"통화를 하면서 거리두기가 가능해졌냐?"는 질문에 감독은 "통화를 하고난 뒤, 아버님이 '내일 다시 통화를 하죠' 그러셨다. 그리고 촬영날에는 용기를 주셨다"고 했다.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경구는 "스케줄상 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갑자기 시나리오가 와서 당황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었고, 제작 환경은 많이 준비돼 있었다. 내가 오케이만 하면 바로 들어갈 수 있겠더라. 시나리오를 읽고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해야겠더라.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벌써 이 영화를 해야하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동안 왜 안 만들어졌나'하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스케줄을 급하게 정리해서, 다른 영화를 얼른 끝내고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처음 제안을 받고 부담스럽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래서 출연을 고사했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난 뒤, 그런 부담감을 뛰어넘을 만큼,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큰 슬픔이었는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구나'라고 생각했다. 나머지 거리감은 촬영하면서 조금씩 그 인물로 살아가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고 했다.
유가족들과 꾸준히 소통한 이종언 감독은 "안산에 있는 치유 공간에서 만나게 되면서, 처음에는 다가가도 되나 고민했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얘기를 듣고 있으면 더 얘기해주셨다. 계속 이야기를 듣고, 생일 모임을 함께 하면서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느꼈다. 그때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했더니, 기꺼이 인터뷰를 해주신 분들도 있고, 일상을 함께 보내주신 분들도 있다. 글을 다 쓰고 영화가 완성 됐을 땐, 가족 분들을 찾아가서 상황을 말씀드렸다. 가족협의회 분들이 '힘내서 잘해라, 너무 조심스럽게 그러지마라'고 하셨다. 완성본을 끝내기 전에 한 번 더 찾아가서 시사회를 했다. 그때 다양한 말씀을 듣고 고려해 최종 편집을 했다.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고맙다, 수고했다'라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마음을 놓게 됐다. 유가족 분들은 이미 영화를 봤고, 오늘도 만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두 배우는 2001년 개봉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후 18년 만에 재회했다.
설경구는 "18년 만에 만났는데 '어쩜 사람이 이렇게 변한 게 없나' 싶을 정도로 똑같다. 외모부터 시작해 전체적으로 나이를 하나도 안 먹은 것 같다", 전도연은 "지금의 설경구가 훨씬 더 멋있는 것 같다. 멋있게 나이가 드는 것 같다. 그 영화를 찍을 땐 배우 설경구에 대한 설렘이 없었는데, 지금은 설렘을 느낄 정도로 남성다움이 자라난 것 같다"며 웃었다.
아역배우 김보민에 대해 설경구는 "자극을 많이 받았다. 나도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는데, 안 웃기면 안 웃고, 정말 슬퍼야 진짜 연기를 하더라. 오히려 저 분을 보면서 긴장하고, 같이 몰입했다. '보민이는 진짜로 한다'를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보민 양은 예전에 내 딸로 나왔는데, 이번에도 딸로 나와서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인상이 깊었던 점은, 우리가 상대의 감정까지 생각할 순 없다. 그런데 보민 양은 순간 순간 느낀 감정에 충실하더라. 그래서 나도 그때 순남의 감정이 그대로 나왔다. 새롭게 자극돼서 느껴졌다"며 칭찬했다.
김보민 양은 "전도연 엄마는 촬영 쉬는 시간에도 게임이나 끝말잇기를 해줘서 심심하지 않았다. 엄마가 화를 내는 장면은 친엄마가 화를 내는 것 같아서 진짜 엄마보다 더 무서웠다. 그리고 설경구 아빠는 솔직히 처음 봤을 때 조금 무서웠는데, 촬영이 끝나니까 무서운 지 모르겠더라. 실제는 장난꾸러기였다. 가장 좋았던 건 색연필, 싸인펜 등 선물을 많이 사주셨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가족을 따로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설경구는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어서 유가족을 따로 만나거나 이야기를 듣진 않았다", 전도연은 "순남의 캐릭터에만 집중했고, 다른 부분에서는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영화가 갖는 의미에 대해 설경구는 "온 국민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어마어마한 참사라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가 참사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참사의 당사자는 온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위안을 주고 작지만 위로도 주고, '기억하겠다 잊지않겠다' 다짐도 해보고, 작은 물결의 시작이었으면 한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전도연은 "생일을 통해서 조금 다가가서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 영화도 관객분들이 다가와서 응원을 해주면 좋을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생일'은 전체 관람가 작품으로, 오는 4월 3일 개봉한다./hsjssu@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