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이 영화 '생일'을 통해 4년 만에 영화계에 복귀한다. 그의 연기를 대형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번 작품은 배우로서 많은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6일 오전 서울 CGV 압구정에서는 영화 '생일'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주연 배우 설경구, 전도연과 아역 김보민, 그리고 이종언 감독이 참석했다.
'생일'은 전도연이 공유와 호흡을 맞춘 '남과 여'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영화 신작이다. 올해 '생일'을 비롯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도 함께 선보인다.
전도연은 극 중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 순남을 연기했다. 풍부한 감정 연기와 폭발적인 열연을 펼쳤고, 캐릭터의 섬세한 감정선을 그려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또, 설경구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던 날,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지 못해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로 분했다. 섬세한 감정 연기를 비롯해 대사 이상의 감정을 전하는 표정 등 눈빛으로 관객들을 극에 몰입하게 할 예정이다.
전도연은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많이 울었다. 내가 이런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받아낼 수 있을까 싶었다. 순남을 통해서 느낀 건, 함께 기억하고, 슬픔을 나눈다는 게, 그 시간 자체가 얼마나 위안이 되고,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촬영할 땐 그런 부분들이 보여서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 수호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을 작품 안에 녹여냈다. 이종언 감독이 지난 2015년 여름 쯤 안산에 봉사 활동을 갔고, 그곳에서 유가족들의 치유 공간을 접하면서 '생일 모임'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시나리오를 쓰게 됐으며, 여자 주인공 캐릭터를 전도연에게 제안했다.
'생일'은 연기 잘하는 전도연, 설경구에게도 쉬운 작품이 아니었다. 전도연은 출연을 고사했으나, 작품의 진정성과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땐 부담스럽고, 선뜻 다가서기 힘들었다.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고, 고사도 했었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그런 부담감을 뛰어넘을 만큼,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좋았다. 그래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선택하게 됐다. 이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다가가기 힘든 큰 슬픔이었는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구나' 싶었고, 거리두기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그 인물로 살아가면서 조금씩 알게 됐던 것 같다"며 솔직하게 고백했다.
전도연과 설경구는 이종언 감독처럼 유가족을 따로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어서 유가족을 따로 만나거나 이야기를 듣진 않았다", 전도연은 "감독님이 자료 영상들을 말씀해주셨을 때 보지 않았다. 순남의 캐릭터와 시나리오만 집중하고 싶었고, 그 외의 다른 부담감을 덜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번 영화는 2001년 개봉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후 18년 만에 재회한 전도연과 설경구의 연기를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설경구는 "18년 만에 전도연을 만났는데 '어쩜 사람이 이렇게 변한 게 없나' 싶을 정도로 똑같았다. 외모부터 시작해 전체적으로 나이를 하나도 안 먹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전도연은 "지금의 설경구가 훨씬 더 멋있는 것 같다. 멋있게 나이가 드는 것 같다. 그 영화를 찍을 땐 배우 설경구에 대한 설렘이 없었는데, 지금은 설렘을 느낄 정도로 남성다움이 자라난 것 같다"고 설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두 배우와 작업한 이종언 감독은 "어마어마한 행운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놀라운 일이다. 0.01%도 그렇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촬영 하면서부터 지금까지도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분들"이라며 무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전도연은 영화가 갖는 의미에 대해 "'생일'을 통해 조금 다가가서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 영화도 관객 분들이 다가와서 응원을 해주면 좋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설경구는 "벌써 5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온 국민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어마어마한 참사라고 생각한다. 참사의 당사자는 온 국민이기에, 서로에게 위안을 주고 작지만 위로도 주고, '기억하겠다 잊지않겠다' 다짐도 해보는 작은 물결의 시작이었으면 한다"고 각각 말했다.
한편, '생일'은 오는 4월 3일 개봉한다./hsjssu@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