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 개봉한 영화 ‘뺑반’(감독 한준희)에 이어 두 달여 만에 ‘돈’(감독 박누리)으로 컴백한 배우 류준열이 스크린을 기선 제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작 영화 ‘돈’은 류준열의 ‘원맨쇼’라고도 부를 수 있을 만큼 그의 비중이 꽤나 높다. 총 67회차 촬영 중 류준열이 60회차나 출연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갔기 때문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돈'은 부자가 되고 싶었던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여의도 최고의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 분)를 만난 후 거액을 건 여러 개의 작전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집안 배경부터 출신대학까지 자랑할 만한 조건이 하나도 없었던 평범한 청년 조일현이 ‘증권가의 심장’으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에 입성하면서 큰 돈을 만지고, 그로 인해 변화된 삶의 방향성과 가치관이 흔들리는 모습이 속도감 있게 그려졌다.
원작을 읽고 주인공 조일현(원작에서는 ‘조익현’)에게 공감대를 형성해 영화화를 시작했다는 박누리 감독은 이 세상에서 많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담았다.
빠른 시간 안에 스크린으로 컴백한 류준열의 원맨쇼와 많은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 받은 배우 유지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 조우진의 카리스마도 반갑다.
돈에 대한 통속적이면서도 통쾌한 분위기를 기대하는 관객들이라면, 기대한 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범한 신입사원의 긴장된 얼굴에서, 수백 억대 돈을 만진 뒤 자산가로 달라진 일현의 위치는 류준열이 밀도 있게 채웠다.
류준열은 6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돈’(감독 박누리,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사나이픽처스・영화사 월광)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일현이라는 인물을 만든 과정은 저로부터 출발했다”며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현금을 이용했다. 평소에 현금을 쓰는 편은 아닌데 책상이나 가방에 넣고 다니며 쳐다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험상 돈이 많았다거나 부족했다거나, 돈으로 인해 불안했던 적이 있었다”며 “촬영 전부터 촬영 내내 일현이 어떤 생각으로 돈을 대할지 고민했다. 돈이라고 하는 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생각한 부분이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제 인생에서 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깨달음을 느낀 시간이었다”며 “돈에 휘둘리기 보다 제가 돈을 들고 휘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인간 류준열로서 돈을 콘트롤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류준열과 번호표 역을 맡은 유지태의 연기 호흡이 진지하고 막중하게 흘러가 극의 무게감을 형성했다.
또한 번호표와 금융감독원의 ‘사냥개’로 불리는 한지철(조우진 분)의 대립 구도도 명료해 후반부로 갈수록 극심해진 갈등을 느낄 수 있다.
역시 눈에 띄는 인물은 일현의 변화를 표현한 류준열이다. 가진 것 없던 시절 느꼈던 열등감과 자기 비애, 돈을 얻었지만 불안정해진 일현의 일상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신입사원 일현을 표현할 땐 ‘젊은 피’로서 혈기왕성하면서 순수한 성격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소설을 원작으로 둔 것은 탄탄한 스토리를 일찌감치 확보했다는 강점도 되지만 동시에 원작과 끊임없이 비교되는 운명도 있다. 원작과 영화의 결말은 다른데,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purplish@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