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OCN” “이서진의 재발견”, “시즌2 기다릴게요”
지난 3일 종영한 OCN ‘트랩’을 향한 찬사다. 지난달 9일 첫 방송된 ‘트랩’은 알 수 없는 덫에 걸린 국민 앵커 강우현의 충격적인 전말을 그린 하드보일드 추적 스릴러물. 강우현을 연기한 이서진의 소름 돋는 반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지난 5일,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차 ‘트랩’의 박신우 감독을 만났다. 그는 “처음 겪는 거라 걱정도 고민도 많았는데 잘 마무리 지어서 다행이다. 시청자들이 다음을 궁금하게 만들도록 집중했고 최선을 다했다. 대본이 워낙 좋았고 배우들이 잘해줬다. 즐거운 현장이었다”고 종영 소감을 말했다.
장르물 명가인 OCN은 2019년부터 새롭게 ‘드라마틱 시네마(Dramatic Cinema)’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첫 주자가 ‘트랩’의 박신우 감독이었다. 영화 ‘백야행’을 연출한 그로서는 이번이 첫 드라마 도전.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의 포맷을 결합한 OCN만의 프로젝트라 7부작 드라마라기 보다는 7편의 영화처럼 ‘트랩’을 완성했다.
그는 “원래 2시간짜리 영화로 준비하다가 갈증을 느꼈다. 2시간 동안 짧은 영화로는 반전 위주로 풀어야 하니까. 그런데 OCN에서 제안이 왔고 제가 풀고 싶은 이야기를 더 확장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하게 됐다. 영화 버전이 드라마화 되면서 깊이 있고 더 확장됐다. 남상욱 작가와 잘 맞았다”고 미소 지었다.
소시오패스에 관심을 갖던 박신우 감독은 1년 넘게 각색하며 풍성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극 중 국민 앵커 강우현이 바로 그 소시오패스. 자신이 아내(서영희 분)와 아들(오한결 분)을 죽여놓고선 마치 덫에 걸려 인간사냥을 당한 대국민 사기극을 펼친 인물이다. 마지막에 고형사(성동일 분)에게 응징당하긴 했지만 강우현의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은 ‘역대급’ 악역의 탄생을 알렸다.
박신우 감독은 “사이코패스는 살인이나 토막 행동에 피냄새를 즐기는 미친 정신병자다. 소시오패스는 인간관계 내에서 양산되는 선택을 하곤 한다. 소시오패스를 일반 사람들이 접했을 때의 반응을 고형사를 통해 담고 싶었다. 1번이 피하는 것, 2번이 선의의 연대를 이루는 것, 3번이 실체를 밝히는 것이었다. 매력 있는 악당 조커 같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고, 소시오패스를 대하는 방법을 주변 가까이서 생각해 봤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트랩’은 5회 엔딩부터 강우현의 실체를 공개했다. 이를 연기한 이서진이 사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시오패스였고 잔인하게 인간 사냥에 가담했던 짐승만도 못한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역대급 반전과 이를 감쪽 같이 속인 이서진의 연기는 오래도록 화제가 됐다.
박신우 감독은 “강우현은 반전을 숨겨야 하는 가장 중요한 미션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래서 이서진을 처음부터 생각했다. 예능에서 완전 호감형이지 않나. 절대 나쁜 짓 하지 않을 듯한 그 이미지를 역이용했다. 내면에 악이 있다며 본인도 악역에 대한 갈증이 있다고 했다. 캐릭터를 매력 있게 그려줬다”고 이서진에게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사실 초반 이서진의 연기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물론 반전 스토리를 알고 나서는 그조차 연기였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어색한 모습이 보이도록 한 이서진의 연기는 더욱 칭찬 받았다. 물론 ‘츤데레’ 성격인 이서진은 자신을 향한 악플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반전이 공개된 후 뒤바뀐 시청자들의 반응을 즐겼을 수도.
박신우 감독은 “초반에 어색하게 연기하라고 제가 디렉션 하진 않았지만 아들을 잃은 아빠처럼 감정을 더 넣으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이서진이 나름의 의뭉스러운 느낌을 잘 깔았다. 선을 잘 지켰다. 연기력 논란이 있을 때에도 5회까지만 기다리자 싶었다. 이서진이 연기한 강우현 연기는 급이 다른 소시오패스다. 못 보신 시청자분들도 정주행하면서 다시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 회에서 고형사는 강우현에게 탄저균이 든 주사를 놓으며 복수에 성공했다. 약물 때문에 흉측하게 변한 강우현은 종적을 감춘 채 복수를 다짐했고, 고동국 또한 끝나지 않은 전쟁을 암시했다. 비록 윤서영(임화영 분)은 끝내 사망했지만 그의 쌍둥이 동생이 등장하며 고동국과 함께 강우현을 향한 복수심을 불태웠다. 누가 봐도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드는 엔딩이었다.
박신우 감독은 “공식적으로 계획된 건 없다”면서도 시즌2로 더 많은 얘기를 풀고 싶다는 갈증을 내비쳤다. 그리고는 “모든 회를 7편의 영화처럼 만들려고 했다. 진짜 영화 같은 드라마로 기억됐으면 한다.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10일 감독판과 다시보기 역주행 시청을 꼭 부탁드린다”며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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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C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