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로큰롤라디오 “시지프는 바로 요즘 젊은 세대”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9.03.07 14: 34

[OSEN=김관명기자] 4인 밴드 로큰롤라디오가 정규 1집 이후 6년만에 2집을 냈다. 지난해 11월 선공개한 ‘The Mist’를 비롯해 총 12곡이 담긴 ‘You’ve Never Had It So Good’이다. 멤버들 말에 따르면 “지난 5,6년 동안 느꼈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고”(김진규), “다른 앨범보다 만족도가 높다”(김내현). 김진규는 “저희에게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줄 앨범”이라고도 했다. 
맞다. 이들에게는 분명히 제1의 전성기가 있었다. 지난 2011년 결성해 2013년 10월 1집 ‘Shut Up And Dance’를 낸 즈음이었다. 2012년에는 입소문만으로 이름이 알려지더니 대한민국 라이브 뮤직 페스티벌 대상 수상에 이어 쌈지사운드페스티벌 히든 마스터와 CJ아지트 튠업 아티스트에 선정됐다. 2013년에는 EBS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 2014년에는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결성 4년만에 미국 SXSW, 프랑스 MIDEM에도 다녀왔다. 누가 봐도 최고의 시기였다. 
로큰롤라디오를 만났다. 기타와 보컬의 김내현, 기타와 코러스의 김진규, 베이스와 코러스의 이민우다. 드럼과 퍼커션을 맡고 있는 최민규는 이날 마침 나온 2집 CD를 받으러 공장에 가느라 참석하지 못했다. 

= 반갑다. 벌써 3번째 공식 인터뷰다. 마지막으로 본 게 2014년 말이다. 그때 쓴 인터뷰 제목을 보니 ‘피죽도 못먹다 미국행, 내년엔 프랑스!’더라. 바로 엊그제 같다.
(김진규) “저희도 반갑다. 참 세월 빠른 것 같다.”
#. 로큰롤라디오는 프랑스 미뎀에 다녀온 2015년 11월에 EP ‘Life Is A Dream We’ll Wake Up And Scream’, 2016년 11월에 싱글 ‘Take Me Out’, 2017년 9월에 싱글 ‘America’와 11월 싱글 ‘Punctum’, 2018년 3월에 EP ‘무의미의 축제’를 냈다. 
= 지난해 3월 EP ‘무의미의 축제’ 이후 근황부터 들어보자. 
(김내현) “재작년 말부터 마르멜로라는 여성밴드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EP는 저희들끼리 냈다. 믹싱은 (김)진규 형이 하고. EP 이후에는 계속 2집 음반 작업을 했다.”
(김진규) “EP 끝나자마자 2집 작업에 돌입했다. 2집 믹싱도 제가 하려고 2개월 동안 붙잡고 있었지만 정규는 제가 하면 안되겠더라. 그래서 작업 기간이 더 늘어났다. 개인적으로는 레슨도 하면서 살았다.” 
#. 이들의 1집 믹싱은 3호선 버터플라이의 김남윤이 했다. 
(이민우) “회사(전 소속사) 나오고 나서 저희끼리 하다 보니까 행사 잡기가 힘들더라. 그래서 부모님 가게일 도와드리며 살았다. 현재 팀의 매니저 일을 맡고 있다. 클럽에서 전화 오면 다 받고. 확실히 버겁긴 하다. 아, 그새 쌍둥이가 태어나 이제 세 아이의 아빠가 됐다.”
= 오호. 정말 축하한다. 그런데 로큰롤라디오를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위 사진)가 올 여름에 개봉한다고 들었다. 
(이민우) “내현이 친구가 다큐 감독인데…”
(김내현) “어휴, 잘못된 정보다. 친구 아니다(웃음). 2012년 말 클럽 공연 후 뒷풀이를 하고 있는데 한 분이 오더니 다큐를 찍고 싶다고 하더라. 마침 그날 같이 공연한 밴드 벤딩머신을 찍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그러라고 한 것이다. 이후 그 감독이 저희와 벤딩머신을 비롯해 웨이스티드 쟈니스, 청년들, 더 루스터스 등을 찍었다. 처음에는 5팀으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에는 더 루스터스, 웨이스티드 쟈니스, 로큰롤라디오 등 3팀으로 줄었다. 멤버들이 온전한 팀은 저희밖에 없다.”
#. 벤딩머신의 우주와 강태근은 2013년 9월 시조새 출신의 우석제와 3인 밴드 아즈버스를 결성했다.
= 감독이 누구인가. 
(김내현) “중앙대 구조조정을 다룬 다큐('사람이 미래다?')를 찍었던 조이예환 감독이다. 86년생이다. 저희 매 공연 때마다, 그리고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 와서 찍었다. 2013년 헬로루키 대상을 받았을 때는 대기실에 같이 있었다. 2014년 미국 투어 때도 같이 갔고. 2014년에 저희가 성과를 보이니까 마무리를 하려 했는데 작업기간이 길어졌고 저희도 거기서 멈추고 하니까 결론도 바뀌었다(웃음).”
(김진규) “극사실주의 영화다. 저희를 비롯한 밴드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다른 청춘과 다르지 않다.”
(이민우) “큰애 돌잔치도 찍었다(웃음).”
= 다큐 제목이 ‘불빛 아래서’다. 
(김내현) “감독이 영화 제목 고민을 많이 했다. 무대 위에 서는 사람들 이야기이니 1집 수록곡 ‘불빛 아래서’가 어떠냐고 묻더라. 당신 영화이니 마음대로 하시라고 했다(웃음).”
= 개봉은 언제 하나. 
(김내현) “올 여름이다. 완성본을 보니 ‘보헤미안 랩소디’랑은 결이 완전 다르다. 그 영화는 동화처럼 예쁘게 만들었지만, ‘불빛 아래서’는 밴드의 훨씬 투박한 모습까지 다 보여준다.”
(이민우) “뮤지션들도 회사원들과 똑같구나, 이렇게 느끼실 것이다. 음악영화라기보다는 청춘들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김내현) “고군분투하는 청년들 이야기.”
(김진규) “이 시대, 불투명한 미래를 갖고 사는 청춘들 이야기. 하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확실히 추구하면 행복한 삶일 수도 있겠구나, 그런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다.”
= 이제 2집 얘기를 해보자. 타이틀 ‘You’ve Never Had It So Good’, 무슨 뜻인가. ‘그렇게 좋은 적이 없었다’ 이런 뜻인가. 
(김내현) “이토록 좋았던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반어적 표현이다. 최근 10년은 사회적으로도 격변의 시기였다. 누군가한테는 ‘이보다 더 좋은 적이 없었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한테는 ‘한번도 그랬던 적이 없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좋고 나쁘고는 상대적인 것이다. 전체적인 앨범 주제는 염세적인 분위기이지만 나름 즐거움을 찾아보자는 메시지도 담았다.”
= 재킷 사진은 뭔가. 눈인가. 
(이민우) “아니다. 미국 LA에 있는 하얀 모래다. 저희 EP와 혁오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정진수 감독한테 음악을 보내줬더니 이렇게 찍으셨다.”
(김내현) “핑크 플로이드 음반 느낌이 난다. 젖소가 등장한 ‘Atom Heart Mother’.”
= 전곡 코멘터리를 해달라.
#1. Here Comes The Sun = 1번 트랙으로 못박아 놓았던 곡이다. 앨범의 출사표 느낌?(김내현). 앨범 인트로다. 연주 부분이 길다(김진규). 
#2. 이대로 = 출사표를 던지고 집을 나온 사람이 여행을 갔고, 외딴 곳에 떨어져 어느날 갑자기 받는 느낌을 그렸다. 저도 부산 여행을 가서 자고 일어났는데 ‘내가 왜 여기 있지?’라는 낯선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김내현). 집에 오면 다 꿈같다(김진규).
#3. 말하지 않아도 = 코러스가 없는 유일한 노래다. 내현이 보이스가 중심이다. 편곡적으로도 가장 부드럽게 했다. 오로지 보컬 멜로디 위주로 했다(이민우). 1980년대 포스트 펑크, 더 큐어나 더 스미스 느낌의 곡이다. 아름다운 멜로디이지만 화자 자체는 찌질한 사람이다. 자신이 한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하는 내용이다(김진규). 솔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회한일 것이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찌질한 마음이다(김내현)
#4. 비가 오지 않는 밤에 = 3년 전쯤에 좋아하던 형이 죽었고 얼마 안있다가 진규 형이 이 곡을 만들었다. 가사는 2년 후에 나왔다(김내현). 
= 러브록컴퍼니의 고 기명신 대표를 말하는 건가. 
(김내현) “맞다. 그 형이 그런 상황인 줄은 아무도 상상을 못했다. 그 형이 비를 맞고 있었는데도 같이 맞아주지 못했다.”
(김진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계속 울고 있었는데 뭐라도 해야겠더라.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그 주제로 가사를 쓰다가 내현이 얘기에 영감을 받아서 가사를 썼다. 나중에 빠른 템포로 바뀌는데 이는 현실이 아니라 상상을 반영한다. 상상이지만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그래서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는 곡이었으면 좋겠다. (Take Me Home과 함께) 이번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이다.”
= 김내현씨 음색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김내현) “많이 바뀌었다. 지금 1집은 못듣는다(웃음). 만족도는 이번 앨범이 더 높다.”
#5. Take Me Home = 1집이 댄서블한 기조였는데 홍대에서 저희에 대해 강한 딱지를 붙였다. 이후 상당히 부담이 됐다. 춤추는 음악을 계속 만들어야 하나, 그런 것이다. 이후 그걸 벗어나려 애썼다. 하지만 2집에서도 어떤 곡은 저희 (처음) 모습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김진규). 팬들이 로큰롤라디오한테 기대하는 모습에 가장 부합하는 곡이다. 가사는 사랑 노래 같지만 사실은 종교적 구원에 대한 노래다(김내현). 전작에 (2016년 11월에 나온) ’Take Me Out’이 있었다(김진규)
= 처음 나오는 기타는 누가 쳤나. 
(김진규) “저다. 신시도 나오지만 기타가 주를 이루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
#6. Keep Your Mouth Shut = 이 곡 역시 ‘Shut Up And Dance’와 비슷하다. 밴드 사운드로 일렉트로닉한 곡을 운영해볼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 가사는 조용히 해라, 이것이다(김진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 산속에 들어가 핸드폰을 끄고 살고 싶다(김내현). 나 좀 그만 괴롭혀, 이런 것(김진규).
#7. Danse Macabre = 2014년에 처음 만든 곡이다(김진규). 그때와는 완전 다른 곡이다. 뒷부분에 가사도 있었고. 지금은 연주곡이 됐다(이민우). 뒷부분을 마음 가는 대로 연주해보자 해서 녹음파일을 재편집해서 만들었다(김진규). 기타와 드럼이 쉴새없이 주고 받는다. 저희 연주 스타일이 많이 담겼다(이민우). 제목은 김연아의 ‘죽음의 무도’에서 따왔다(김내현).
#8. The Mist = 작년 11월에 선공개한 곡이다. 앨범 중에서 사운드가 가장 강력하다.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퍼포먼스를 원했다(이민우). 제일 어두운 곡이다(김내현)
= 왜 이 곡을 선공개했나.
(김진규) “로큰롤라디오가 많이 바뀌었구나 착각하게끔 하고 싶었다(웃음). ‘The Mist’의 신시사이저 부분이 (2017년 9월에 나왔던) ’America’와 같다.”
(김내현) “‘The Mist’ 후반부에 ‘America’ 전주가 나온다. 결국 2곡은 이란성 쌍둥이다. ‘America’를 보내고 지금의 ‘The Mist’가 태어났다. 한 모티프에서 출발한 셈이다. 메시지는 외롭고 고독한 느낌이다. 누군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말하지 않아도’와 비슷한 뉘앙스다.”
(김진규) “그 마음이 더 광기처럼 들렸으면 싶었다.”
#9. Soul = 알앤비, 소울 기반에 저희 색깔을 입히고 싶었다. 고민은 내현이의 보이스가 알앤비 창법에 맞을지 여부였다(김진규). 개인적으로 무척 곤혹스러웠다. 가사도 노래도. 제가 평소 로봇처럼 무감정하게 노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곡만큼은 끈적하게 부르려 노력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하지만 뭔가 해놓고 보니 프로듀서로서 뿌듯하다(김내현). 내현이가 좀더 다채로워졌으면 좋겠다. 꼭 해보고 싶었던 곡이다. 더 많은 것을 해볼 수 있겠다 자신이 붙은 곡이다(김진규).
#10. Dahlia = 음악적으로 보자면 쉽고 부담없는 편곡이다(김진규). 가사는 깨진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다. 애인, 친구, 그런 것에 대해 후회하는(김내현). 
#11. Sisyphe = 시지프신화에서 따왔다. 음반 주제가 가장 잘 담긴 곡이다. ‘불빛 아래서’ 영화의 모토와도 비슷하다(김내현). 고통은 끝나지 않겠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고 행복을 찾자 이런 내용이다(김진규). 시지프가 받은 형벌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요즘 젊은 세대들도 마찬가지다. 절망은 결국 화로 나온다(김내현).
#12. Nothing Lasts Forever = 가제는 ‘고래’였다. 수중에 잠겨있는 느낌, 무거운 톤, 장엄한 분위기(김진규). 음반 마지막 곡이라서 SF영화에서 운석이 마구 떨어지고 종말을 맞이하는 듯한 느낌이 떠올랐다(김내현). 마지막 곡이지만 다음에는 더 다양한 곡이 나올 수 있음을 암시하는 곡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는 밴드가 되고 싶다(이민우).
= 6년만에 2집을 내놓은 소감은.
(김내현) “2집이 나오고 나서 피터 가브리엘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예전 앨범들보다 만족도가 높다.”
(김진규) “5,6년 동안 느꼈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1집 때도 그랬지만, 우리가 한 것은 50%일 뿐이다. 나머지 50%는 관객과 듣는 분이 해석하고 즐기는 몫이다.” 
= 3월에 단공이 있다.
(이민우) “3월30일 토요일 오후7시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열린다. ‘나만 아는 라디오를 모두가 아는 라디오로’ 이런 컨셉트로 진행할 것이다.”
(김내현) “2집을 많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 다채롭게 활동해볼 생각이다.”
(김진규) “2집이 잘 되면 싱글을 한 장 더 낼 생각이다. 2집이 저희의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줬으면 좋겠다. 한 명이 나가면 무조건 해체다, 이런 생각으로 열심히 하겠다.”
= 계속 성원하겠다. 단공 때 보자. 
(김내현) “그 전에라도 만나 술 한 잔 하자.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로큰롤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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