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미친 전개도 없다. 주인공의 간 이식을 앞두고, 기증을 약속한 모친이 돈까지 받아 도망쳤다. 좀처럼 납득할 수 없는 풍전등화 상황에 처한 '왜그래 풍상씨'다.
6일 밤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 33, 34회에서는 주인공 이풍상(유준상 분)이 도망갔던 엄마 노양심(이보희 분)으로부터 간 기증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노양심은 이풍상의 아내 간분실(신동미 분)로부터 2천만 원까지 받아 수술 당일 도망쳤다. 그 사이 이풍상의 동생 이외상(이창엽 분)은 조직 일을 하다 치명상을 입었다.
이풍상의 애잔한 삶에 볕들날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드라마는 종영까지 불과 일주일을 앞두고 있다. 도무지 수습 불가능해 보이는 전개임에도 시간을 흘러가고 있다.
그나마 이풍상의 건강은 실마리가 보인다. 이외상이 치명상을 입은 데다 사고 전 이풍상이 자신을 극진히 키운 이야기를 들었던 만큼 간 기증을 결심했으리라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혹은 문영남 작가의 과거 작품인 '장밋빛 인생'과 같은 결말도 짐작되고 있다. '장밋빛 인생'에서는 주인공 맹순이(고 최진실 분)가 극 중 사망하고 남편 반성문(손현주 분)이 조강지처를 외면했던 과거를 진심으로 참회하고 오열하며 마무리됐다. 이에 '왜그래 풍상씨'에서도 이풍상이 세상을 떠난 뒤 간 기증을 거부했던 동생들과 도망친 노양심이 진심으로 참회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관건은 얼마 남지 않은 분량 가운데 노양심을 향해 치솟은 시청자의 분노를 어떻게 마무리할지다. 문영남 작가는 전작들에서 유독 완벽하게 닫힌 행복한 결말을 추구해 왔다. 등장인물들이 어떤 악행, 과오를 저지르더라도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실수로 포장하며 참회하는 모습으로 마무리했던 것. 주인공이 죽는 '장밋빛 인생'에서도 그를 괴롭게 하던 주변 사람들은 오직 주인공만 생각하다 작품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현재 '왜그래 풍상씨'의 노양심의 전개는 도를 넘었다. 간 때문에 생사에 기로에 선 아들을 앞에 두고 간을 이식하겠다고 나타났다가 돈만 빌리고 도망친 상황. 모성애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사회에서 노양심은 모성애가 결여된 인면수심의 인물로 묘사됐다. 시청자 사이에서는 노양심에 대한 격분과 분노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쯤 되면 노양심을 응징하지 않아도 문제, 징벌한 뒤 참회하도록 해도 찝찝한 모양새다.
'왜그래 풍상씨'는 어떻게 노양심과 이풍상의 관계 나아가 드라마의 결말을 수습할까. 해피 엔딩, 새드 엔딩 어느 쪽으로 가던 급격한 전개와 아쉬운 마무리는 피할 수 없게 됐다. / monamie@osen.co.kr
[사진] KBS 2TV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