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우상이란?’
7일 오후 서울 이촌동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이달 20일 개봉하는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 제공배급 CGV아트하우스, 제작 리공동체영화사, 공동제작 폴룩스바른손)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된 가운데 배우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가 각각 맡은 인물과 자신만이 생각하는 작품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인생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정치인과 목숨 같은 아들이 죽자 홀로 사건을 추적하는 아버지, 사건 당일 벌어진 일을 숨긴 채 사라진 여자 등 세 사람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돼 전 세계 평단에 높은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수진 감독은 “‘우상’을 구상한 건 오래 전이다. 과거 ‘내가 장편영화를 만들면 어떤 영화를 할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이런 얘기를 생각했었는데 먼저 ‘한공주’를 선보였다”고 작품을 구상한 시기를 밝혔다.
이 감독은 “이 영화는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그간의 사건사고를 보면서 그 시작이 어딜지 고민을 하면서 시작했다. 저 나름대로 생각했던 결론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였던 거 같다”고 영화를 구상하고 집필, 연출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석규는 탄탄대로를 걸어왔지만 아들의 사건으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이한 도의원 후보 구명회를 연기했다. 한석규는 “저는 (작품을 통해)비겁한 인물을 하고 싶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는, 비겁하게 폭주하는 인물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던 참에 구명회라는 인물을 만나서 감독님에게 '저를 시켜달라'고 했었다.(웃음) 구명회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비겁한 인물이다. 다음 작품에서는 좋은 의도로 용감하게 살아남는 인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석규가 연기한 구명회는 현 도의원으로서 경남도지사를 꿈꾸는 인물이다. 하지만 아들 요셉이 사고를 치고, 그가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이하면서 선망 받는 정치인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학벌, 지연에서 밀리는 그가 어떠한 이유로 정치인이 됐는데 사건에 휘말리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중요한 지점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다른 결정은 안 한다. 시작부터 욕심, 탐욕을 위해 달려나가면서 결국 자신의 목표를 이룬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설경구는 지체 장애 아들 부남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아버지 유중식 역을 맡았다. 아들을 잃은 비통함과 부성애가 뒤섞인 중식을 오롯이 표현했다. 그렇다면 배우 설경구가 생각하는 중식의 ‘우상’은 무엇일까.
설경구는 이날 “중식에게 우상은 자식이었던 거 같다“며 “그래서 저는 시작부터 아들의 죽음 앞에서 뜨거운 감정을 보여줘야 했다. 제 촬영이 있는 매회 차에 신경 쓴 게 유중식의 감정이다. 그가 늘 치고 나갔기에 막상 도착해서 (감정을)달굴 시간이 없었기에 준비를 하고 갔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한편으로 제 부족함을 느낀 작품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 ‘불한당’을 통해 그동안 구겨진 이미지를 어렵게 폈는데 (우상으로)다시 구겨진 거 같다. 하하. 하지만 (팬들이)예쁘게 봐주실 거라 믿는다(웃음)"라고 말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천우희는 부남의 아내이자, 중식의 며느리 최련화 역을 맡아 캐릭터 변신을 감행했다.
그는 “련화는 생존이 우상인 인물”이라고 전하며 “살아가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것들, 평범한 것들을 누리지 못해 늘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가장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다. (출신 때문에)가장 낮은 곳에 있지만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가장 강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달 20일 개봉하는 ‘우상’을 통해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한석규와 설경구가 만났다. ‘연기 장인’들의 첫 만남이자 이수진 감독의 전작 ‘한공주’(2014)로 발견된 천우희의 변신을 만나볼 수 있다. 놓칠 수 없는 이들의 파격적인 변신이 ‘우상’을 봐야 할 관전 포인트다. / purplish@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