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한석규가 자신이 생각하는 연기 철학에 대해 전했다.
한석규는 8일 오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가 (제가 연기를 시작한 후)24번째 작품이다. 그동안 나름대로 다양한 이야기를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마다 좀 달랐지 않나. ‘8월의 크리스마스’ ‘서울의 달’ 등 여러 작품을 했는데, 변신의 폭이 넓은 것보다 진폭이 넓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영화 속 명회는 진폭이 꽤 있는 사람이다. 무엇을 믿느냐보다 무엇을 믿게 하느냐는 얘기가 중요했다. 그 인물을 보여줄 수 있는 대사가 그거 였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영화를 하면서 꾸준히 생각났던 말은 석가모니가 했던 얘기였다. 그가 남긴 말 중에 괜찮은 말이 꽤 많다. 물론 제가 종교는 없는데, 예수가 했던 말도 기억에 남는 게 많다. 우리 영화에서는 죽어가는 순간에도 ‘착하게 살아라’는 등 명언이 많았다”라고 소개했다.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인생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정치인과 목숨 같은 아들이 죽자 홀로 사건을 추적하는 아버지, 사건 당일 벌어진 일을 숨긴 채 사라진 여자 등 세 사람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한석규는 ‘우상’에서 차기 도지사 후보이자 모두의 믿음을 얻고 싶었던 남자 구명회 역을 맡았다. 구명회는 아들의 뺑소니 사고 후 자신의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명예와 권력이라는 자신의 우상을 좇음과 동시에 모두의 우상이 되고 싶었던 구명회의 양면적인 얼굴을 담아내는 데 한석규는 최적의 캐스팅이었다. 한석규는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이수진 감독에 대해 “좋았다”고 칭찬했다.
그가 연기한 구명회는 인자한 웃음 너머로 가늠할 수 없는 속내를 감추고 있고, 시민들 앞에서 몸에 밴 듯 친절하다가도 일순간 돌변한다. 그 찰나의 순간들을 입체적으로 연기하며 한석규는 구명회라는 복합적인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면서 “연기는 리액션의 작업이다. 20대엔 내가 할 액션만 생각했었다. 연기는 내가 하는 능동적인 액션이라고 생각했었다. 늘 ‘이걸 어떻게 하나?’라는 고민만 했다. 하지만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연기뿐만 아니라 산다는 것도 뭔가에 반응하는 거다. 근데 우리는 줄곧 '내가 능동적으로 뭔가 한다'는 생각만 하는 거 같다. 저는 연기라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반응하는 것’이라는 답을 얻게 됐다. 예전에는 ‘내가 한다’는 생각만 많이 했었다. 연기는 다른 사람의 액션을 보고 반응하는 거다”라고 전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CGV아트 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