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날 보여주는 일이다.”
한석규는 8일 오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저는 그동안 '연기가 어떻게 좋아질까?’ ‘좋아지는 방법은 뭘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한석규가 갖고 있는 걸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이 같이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요즘 어떻게 하면 (연기의)리액션을 잘할지 연구하고 있다. 그게 연기의 큰 숙제다. 지금은 그걸 고민하는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한석규의 복귀작 ‘우상’(감독 이수진, 제공배급 CGV아트하우스, 제작 리공동체영화사, 공동제작 폴룩스바른손)은 아들의 사고로 인생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정치인과 목숨 같은 아들이 죽자 홀로 사건을 추적하는 아버지, 사건 당일 벌어진 일을 숨긴 채 사라진 여자 등 세 사람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한석규는 ‘우상’에서 차기 도지사 후보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싶었던 정치인 구명회 역을 맡았다. 구명회는 아들의 뺑소니 사고 후 자신의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그는 “저는 항상 새로운 한국영화를 하고 싶었다. ‘닥터봉’으로 연기를 처음 시작했다. 그 전엔 성우일도 했었는데 출발은 연극영화 전공이었다. 고등학교 때의 꿈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거였다. 20대에 연기를 배우다가 최민식 형님을 알고 나서 그때부터 제가 직업 연기자로서의 꿈을 갖게 됐다. 항상 ‘새로움’ ‘new’ 새로운 한국영화와 새로운 연기를 생각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다면 연기적 새로움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야기적인 새로움, 연기의 새로움이 뭔지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 문제인데, 나 혼자서 생각하는 게 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석규는 극중 구명회의 연설장면에 대해 “저는 히틀러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하지만 이 말이 조심스럽다. 제가 아는 강력한 이미지를 떠올리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예전에 아돌프 히틀러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우상이라는 이미지를 강력하게 주기 위해 옛날에 봤던 그를 떠올린 거다. 당시 그의 무대 연출부터 조명이 강렬했다. 제가 본 것 중에 톱3안에 들었던 연설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이수진 감독에 대해 좋았다고 칭찬했다. 한석규가 이 작품 속 구명회를 맡고 싶다고 먼저 요청했을 정도였다. “어제도 말했듯 구명회는 정말 하고 싶었다"며 "연기는 리액션의 작업이다. 예전에는 내가 하는 능동적인 액션이라고 생각했었다. 늘 ‘이걸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만 했다. 근데 연기는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연기뿐만 아니라 산다는 것도 무언가에 반응하는 거 같다. 근데 우리는 '내가 능동적으로 뭔가 한다'는 생각만 하는 거 같다. 연기는 다른 사람의 연기를 보고 반응하는 거다”라고 정의 내렸다.
그의 연기 철학에 따라, 명예와 권력이라는 자신만의 우상을 좇고 모두의 리더가 되고 싶었던 정치인 구명회의 양면적인 얼굴은 배우 한석규가 최적이었다.
그가 연기한 구명회는 인자한 웃음 너머로 가늠할 수 없는 속내를 감추고 있고, 시민들 앞에서 몸에 밴 듯 친절하다가도 일순간 돌변한다. 한석규가 그 찰나의 순간들을 입체적으로 연기하며 구명회라는 복합적인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한석규는 “(연기를 하면서)내가 생각하는 걸 꾸준히 해나갈 뿐이다. 그것을 통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20대에 그렇게 배웠고 나라는 성향의 사람이 이렇다는 걸 연기로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처음 연기를 하고 싶어했던 그 마음,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80년대 그 시절에 무언가를 보고 내가 느꼈던 감정으로 인해 연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깨달았다. 내가 연기하는 순간, 이 일을 하면서 ‘예술적 체험’을 하고 싶다. 그걸 느끼고 싶어서 지금까지도 연기를 하는 거다.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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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GV 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