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년차・영화인생 24년된 배우 한석규의 '우상'(종합)[Oh!커피 한 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3.08 15: 01

 KBS 성우 22기(1990년)로 데뷔한 배우 한석규(56)가 올해 햇수로 데뷔 30년차를 맞이했다. 그간 다양한 장르의 영화 및 드라마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입지를 굳힌 그는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대표 배우로 손꼽힌다. 
한석규는 8일 오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민식 선배와 최근 영화 ‘천문’을 촬영했다”며 “연기에 대해 잘 모를 때부터 현재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선배님을 리스펙 한다. 한 직업인으로서 존경심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석규는 지난 2017년 3월 개봉한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그가 주연을 맡은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인생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정치인과 목숨 같은 아들이 죽자 홀로 사건을 추적하는 아버지, 사건 당일 벌어진 일을 숨긴 채 사라진 조선족 여자 등 세 사람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한석규는 ‘우상’에서 차기 도지사 후보이자 모두의 믿음을 얻고 싶었던 남자 구명회 역을 맡았다. 구명회는 아들의 뺑소니 사고 후 자신의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날 “새로운 한국 영화를 하고 싶었다. 95년에 ‘닥터봉’이라는 영화를 처음 시작했다. 그 전엔 성우도 했었는데 출발은 연극영화학 전공이다. 고등학교 때 꿈이 ‘연기를 하고 싶다’는 거였다. (대학교에 들어가서)20대에 처음 연기를 배우다가 최민식 형님을 만났고, 많이 배웠다. 그때부터 제가 직업적인 연기자로서 가진 꿈은 ‘새로움’ ‘new’다. 항상 새로운 한국영화, 새로운 연기를 생각했었다”라고 배우로서 추구해왔던 이상향을 전했다. '우상'의 출연은 새로움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내가 추구하는 새로움이 무엇이냐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볼 만하다”며 “저는 이야기의 새로움, 연기의 새로움이 뭔지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 연기는 리액션의 작업이라고 본다. 예전에는 연기를 내가 하는 능동적인 액션이라고 생각했었다. 늘 ‘이걸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연기인 것 같다"면서 “연기뿐만 아니라 산다는 것은 (무언가에)반응하는 거 같다. 근데 우리는 ‘내가 능동적으로 뭔가 한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 거 같다. 저는 '연기라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답을 찾다가 ‘반응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20대엔 ‘내가 한다’는 생각만 많이 했었다. 연기는 다른 사람의 연기를 보고 반응하는 거다”라고 정의 내렸다.
한석규는 “연기에 대해 내가 생각한 건, 마음 먹은 걸 꾸준히 해나갈 뿐이라는 거다”며 “내 연기를 통해 영향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20대에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고, 나라는 성향의 사람이 이렇다는 걸 연기를 통해 말하고 싶다”고 했다.
초심을 찾고 싶다는 그는 “내가 연기를 하고 싶어했던 그 첫 마음,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80년대 시절 무언가를 보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로 인해 연기를 해야겠다는 걸 깨달았다. 예전엔 그 마음을 사람들에게 보여줘야지라는 생각만 했지만 이젠 내가 느끼고 싶어서 하는 거 같다. 내가 연기하는 순간, 이 일을 하면서 그때 들었던 생각을 표현한다고 본다. 한마디로 ’예술적 체험’을 하고 싶다. 그걸 느끼고 싶어서 연기를 하는 거다”라고 자신만의 연기철학을 설명했다.
한석규는 자신의 연기 지향점을 ‘우상’에 풀어넣었다. 이 작품을 만나기 전 시작부터 끝까지 악랄한 인물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때 마침 이수진 감독의 시나리오를 보고 지속적으로 의향을 전달했다고. 명예와 권력이라는 자신의 우상을 좇음과 동시에 모두의 우상이 되고 싶었던 구명회의 양면적인 얼굴을 담아내고 싶은 게 한석규의 바람이었다.
구명회 캐릭터에 대해 한석규는 “저는 히틀러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하지만 이 말이 조심스럽다. 제가 아는 가장 강력한 이미지가 히틀러였다는 거다"며 “예전에 봤던 아돌프 히틀러의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우상'이라는 이미지를 강력하게 주기 위해 그를 떠올린 거다. 그가 살아있을 때 했던 연설에서 무대 연출부터 조명 등이 강렬했었다. 제가 살면서 본 것 중에 톱3 안에 들었던 연설이다”라고 명회의 연설 장면을 그리기 위해 히틀러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가 연기한 구명회는 인자한 웃음 너머로 가늠할 수 없는 속내를 감추고 있고, 시민들 앞에서 몸에 밴 듯 친절하다가도 일순간 돌변한다. 그 찰나의 순간들을 입체적으로 연기하며 한석규는 구명회라는 복합적인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한석규는 함께 호흡을 맞춘 설경구와 천우희에 대해 “설경구, 천우희는 괜찮은 배우다.(웃음) 제가 연기적 리액션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칭찬했다.
‘우상’의 개봉은 3월 20일./ purplish@osen.co.kr
[사진]CGV 아트하우스, 스틸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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