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우상' 쉬운 영화 아니었지만 감독 믿고 맡겼다"(종합)[Oh!커피 한 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3.08 15: 00

 “이수진 감독은 근래에 보기 드문 감독이다. 굉장히 집요하다.(웃음)”
설경구는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상’(감독 이수진, 제공배급 CGV아트하우스, 제작 리공동체영화사, 공동제작 폴룩스바른손)의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이수진 감독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이 감독은 독립단편 ‘아빠’(2004), '아들의 것'(2006), '적의 사과’(2007) 등을 연출했고 2014년 개봉한 ‘한공주’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5년 만의 신작인 '우상'에서 그는 배우 천우희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설경구와 이 감독은 ‘우상’을 통해 처음 만났다.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정치인 구명회(한석규 분),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찾아 나서는 유중식(설경구 분), 사고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조선족 여자 최련화(천우희 분)까지 저마다 맹목적으로 지켜내려 했던 우상을 좇아 폭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44분 펼쳐지는 러닝타임 내내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수진 감독과 천우희는 한 차례 인연이 있었기에 캐스팅이 쉽게 성사됐고, 한석규는 시나리오를 읽고 구명회 캐릭터에 반해 지속적으로 출연의사를 전달했던 바다.
그렇다면 설경구가 극중 아들을 잃고 슬퍼하는 아버지 유중식 캐릭터를 맡은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유중식이 이해가 안 갔다. 이해하기 어려웠고. 근데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그가 점점 더 궁금했고 그 궁금증을 해결해보고 싶은 마음에 하게 됐다.”
‘우상’에서 설경구는 지체 장애아 아들을 둔 유중식을 연기했다. 죽은 아들이 연루된 사고의 비밀을 파헤치는 집요한 부성애와 억울하게 자식을 잃은 부모의 비통한 심정,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세상을 향한 분노가 뒤섞인 다양한 모습의 유중식은 오직 연기파 배우 설경구가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설경구는 이어 “유중식은 리액션을 하는 인물이다. 처음엔 아들을 잃고 떠돌며 경찰들을 만나다가 나중엔 도의원 구명회의 선거 지지자로서 따라다닌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따라다니고, 나만 눈 감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산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그런 그를 가리켜 설경구는 “리액션을 하는 인물”이라고 재차 힘주어 말했다.
중식에 대해 그는 “중식이가 (며느리)련화에 집착한 건 아니고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우상처럼 여긴 거다. 그 아이가 내 손주가 아닌 걸 알면서도 집착을 넘어섰다. 그게 중식이 갖고 있는 핏줄에 대한 생각이자, 우상”이라고 전했다.
설경구는 이수진 감독과의 첫 촬영에 대해 “이수진 감독님이 같은 장면도 다르게 여러 번 찍는 스타일이다. 아마도 ‘이 배우에게 뭔가 다른 게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요구하는 거 같다. 사실 다른 방식으로 요구해서 지치긴 했다(웃음). 이 감독님이 집요한데 근래에 보기 드문 감독인 거 같다. 요즘엔 촬영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집요했다. ‘우상’이 쉬운 영화는 아니었지만 저는 이수진 감독을 믿고 맡겼다. 첫 촬영 때부터 느낀 건데 전적으로 이 감독을 믿고 맡기자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캐릭터로서)달라지겠다는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중식을 그리는 게 어려웠다는 그는 “중식이 어려운 인물이라서 촬영하면서도 쉽지 않았다. 유중식의 감정이 최정점에서 시작한다. 아들의 죽음이라는 뜨거운 감정에서 시작하는 사람이지 않나. 제 촬영이 있는 매회 차 신경을 쓴 게, 유중식의 감정이 늘 치고 나간다는 거다. 그래서 현장에 가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하고 가야 했다. 가서 (감정을)달굴 시간이 없어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한편으로 제 부족함을 느낀 작품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첫 촬영은 차로 들이받는 장면이었다. 비 오는 날 새벽부터 찍었는데 그 날부터 ‘아 이런 감독님이구나’ 싶었다(웃음). ‘그래 이런 식으로 계속 가자’는 결심을 내렸다. 사실 쉬운 캐릭터가 아니라서 쉽진 않았다. 또한 내가 (맡은 그간의 역할과 달리)돌파해가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낯설었다. 내가 변주해나가는 캐릭터에 익숙하다가 누군가에 의해 움직이는 캐릭터가 낯설었다. 그래서 ‘이건 리액션 하는 캐릭터다’라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우상’은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분에 공식 초청 받았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봤는데 관객들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거 같다는 예상을 했다. 이런 얘기를 (주연 배우인 제가)해도 될지 모르겠는데(웃음). 감독님도 그렇고 저희들도 관객들의 호불호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모든 걸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이해가 된다." / purplish@osen.co.kr
[사진]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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