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애유기' 작가 "'화유기' 소송서 인신공격 받아..표절 기준 모호해"(인터뷰②)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9.03.11 15: 07

(인터뷰 1에 이어)
앞서 홍자매 측은 “2014년 SBS 드라마 '주군의 태양'이라는 퇴마물 작품을 마치면서 다음에는 귀신 이외에 요괴가 등장하는 또 다른 퇴마물을 기획하려 했다. ’애유기’는 과거에도 본 적이 없고 아직까지도 읽어 보지 않았다”며 ‘애유기’의 주요설정들이 되려 자신들의 2009년작 ‘미남이시네요’와 크게 유사하다며 '화유기'의 표절 소송을 적극 반박했다. 이에 대해 '애유기' 정은숙 작가에 대한 명예훼손 대응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홍자매는 오히려 ‘애유기’가 ‘미남이시네요’를 표절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저한테 ‘미남이시네요’를 걸고 넘어지던데 그렇다면 ‘화유기’가 ‘애유기’를 표절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것 아닌가. 저를 깎아내리려는 거다. 사실 소송을 준비하면서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했고 악플도 무서웠다. 그 분들은 팬이 많고 저는 힘 없는 작가니까. 10년 넘게 사용한 필명까지 버릴 각오로 소송을 결심했다. 그들의 팬덤과 비교는 안 되지만 저를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어서 힘을 냈고 위안이 많이 됐다.”
-소송과 관련해 홍자매와 대화를 나눴나 
“전혀 없다. 저는 법정에 나가서 지켜봤는데 그분들은 대리인이 대변했다. 저로서는 인신공격도 당했다. 인지도 낮은 제가 유명세를 올리려고 시비를 걸려고 했다더라. 표절 가해자의 전형적인 공격 방법이다. 저는 표절 시비가 나고서 득 본 게 없다. 그들은 홍자매라고 기사가 나고 나는 정모 씨로 나왔다. 무슨 인지도가 올라갔겠나.”
-홍자매 측이 명예훼손으로 대응한다고 밝혔다 
“그들에게 표절 시비는 한두 번이 아니다. 이 기회에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 아닌가 싶다. 곧 신작이 나오지 않나. 본인들은 무분별한 표절시비가 창작성을 저해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정당한 비판을 막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아직 소장이 날아온 건 없지만 저도 계속 가보려고 한다.”
-항소하겠다는 건가
“하루에도 계속 마음이 바뀐다. 우리나라 사법부는 많이 보수적이다. 아이디어와 표현의 폭을 너무 넓게 잡더라. 아이디어는 일종의 소재다. 삼장이 여자로 태어나 손오공과 사랑에 빠지는 건 아이디어로 볼 수 있는데 과정과 사건까지 아이디어로 볼 수 없지 않나. ’애유기’의 전개와 설정을 ‘화유기’에 거의 그대로 가져갔는데 어떻게 아이디어라고 볼 수 있단 말인가. 항소를 한다면 1년은 못해도 길어질 테고 포기한다 해도 데미지를 안고 가야 하니 쉽게 결정 내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항소 기한이 지나서 물건너갔다.”
-향후 작품 활동은 어떻게 되나 
“나름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다. 표절 소송에 휘말리면 작가가 절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계속 몸부림 치고 저항해야 표절하는 사람들이 몸사리지 않을까 싶다. 재판에선 졌지만 표절하면 소송 당한다는 전례가 있어야 의미가 있을 테니. 다른 작가님들도 표절 피해 당했다고 많이 얘기하지만 표절 시비를 가리는 건 망설인다. 이기고 지는 건 둘째 치고 과정이 너무 힘드니까. 저를 모독하는 부분은 심리적으로 지치고.”
-바라는 게 있다면
“제대로 된 판례가 나와야 한다고 본다. ‘이 정도는 표절 아니야’ 하는 이들이 있는데 어디까지가 표절이고 아이디어인지 기준이 없는 현 상황이다. 법이 바뀌고 판결이 바뀌고 가이드라인이 새로 생겨야 저작권법이 지금처럼 모호한 게 아니라 섬세하고 정확하게 구축되지 않을까. 대법원 판례 중에는 여러 개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배열하는 것에 따라 창작성을 인정하는 사례가 있다. 표절 기준이 애매하니 법원이 아니라 전문가가 맡아서 심사에 나서야 하는데 그 과정도 현재는 없다. 아이디어 근간이 있으면 비틀기란 쉽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결과적으로 나온 창작물로는 다른 거라 하면 원작이 뭐가 필요한가. 표절 안 당하는 방법은 안 쓰는 것 밖에 없다더라. 글 쓸 의지가 사라졌다. 왜 하필 ‘애유기’와 ‘화유기’의 설정이 무려 24가지나 겹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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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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