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섞어서 재밌으면 되는 건가요?”
tvN 드라마 ‘화유기’의 홍정은-홍미란 작가에게 저작권 침해(표절)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웹소설 ‘애유기’의 정은숙 작가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달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 (부장판사 우라옥) 측은 두 작품 사이 일부 비슷한 걸 인정하면서도 별개의 저작물이라며 홍자매의 손을 들어줬다.
표절 소송을 제기하는 다수는 재판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법정에 서곤 한다. 정은숙 작가 역시 마찬가지. 지난해 8월 소장을 접수하면서 쉽지 않을 거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실제로 패소 판결을 받고서 더욱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최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홍자매는 물론 재판부를 향해 유감을 표했다.
'애유기'는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해 삼장이 여자로 환생한 캐릭터이며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도 환생한 요괴 아이돌이라는 설정을 갖고 있다. 삼장의 환생인 서다나와 손오공의 환생인 원제후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 주된 골자다. '화유기' 역시 '서유기'를 모티브로 하며 퇴폐적 악동 요괴 손오공과 인간 삼장인 진선미가 사랑에 빠지고, 고상한 젠틀 요괴 우마왕이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정은숙 작가는 '애유기'와 '화유기' 속 여주인공 삼장의 설정, 남주인공 설정, 요괴 설정, 요괴 기획사, 최종 보스, 빙의 설정, 전체 구조, 우마왕 등 24가지의 유사성을 들며 홍자매 측에 손해배상금 3억 2천만 원과 위자료 3천만 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11년 선례를 참고로 “‘화유기’가 ‘애유기’에 의거하여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나 원고 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들이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이 피로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애유기’는 언제 구상하고 집필한 건가?
“2015년 9월 2일부터 2016년 2월 18일까지 총 68회에 걸쳐 포털 사이트 네이버 웹소설로 연재됐다. 2016년 10월에는 책으로도 출간됐다. ‘화유기’는 2017년 2월 23일 제작사와 계약이 돼 드라마 시나리오로 집필됐다. 드라마는 2017년 12월 23일부터 2018년 3월 4일까지 방송됐다(판결문 일부 발췌).”
-재판부의 판단은 뭔가?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 아이디어는 저작권 대상이 아니라고 본 거다. 지문하고 대사가 완전히 일치해야 표절이라고 인정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그렇게 표절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재판부는 ‘애유기’가 '화유기'보다 먼저 나왔고 홍자매 측이 ‘서유기’를 기초로 한 드라마 시나리오를 집필하기 위해 사전조사를 했다면 '애유기'를 검토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면서도 별개의 독립적인 저작물이 됐다면 기존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은 거라는 설명이다.”
-홍자매는 2014년 ‘주군의 태양’ 이후 ‘화유기’를 기획했다는데
“그들의 주장일 뿐이다. 오히려 그 주장을 증빙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그들이 ‘애유기’ 연재 이후 ‘화유기’를 집필한 거라고 판단했다. 오히려 홍자매가 2016년 말까지도 중국의 장편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던 걸로 보인다고 했다.”
-‘화유기’의 존재는 언제 알았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기획의도와 등장인물 소개를 봤다. 우마왕이 연예기획사 사장이고, 삼장이 여자로 환생해서 손오공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제 작품이랑 너무 같더라. 우마왕 설정에서 결정적으로 (표절을) 확신했고 이후부터 주시했다. 증거를 확실히 잡으려고 방송이 끝나갈 무렵까지 기다렸다. 비교점을 찾았다. 이제와서 소송을 거냐는 얘기도 들었는데 확실히 비교하고 싶었다.”
-홍자매는 표절이 아니라고 강조하는데
“제가 유사하다고 꼽은 24가지 요소를 빼면 ‘화유기’에 무슨 얘기가 남나? 보지 않고 썼다고 표절이 아니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재판부는 2011년 판례를 들었는데 비슷한 아이디어라 해도 선택하고 배열하는 거에 따라서 독창성이 생긴다고 판단했더라. 이것저것 섞어서 재밌고 히트하면 끝이라는 건가. 저희는 2017년 판례를 근거로 들었는데 판결이 역행한 느낌이다. 1심 재판부는 일반이고 2심부터 저작권 전문 재판부가 맡는다는데 항소를 고민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제 항소 기한이 지나서 물건너갔다.”
(인터뷰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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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