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돼 있습니다.)
요즘 영화 관련 대화를 나눌 때 '캡틴 마블'을 잘 알고 있으면, '인싸(인사이더,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주 개봉한 '캡틴 마블'은 한국을 비롯해 북미, 중국, 영국, 브라질, 프랑스 등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였다. 한화 약 5,173억 원.
마블에서 내놓은 작품이니 "예상된 흥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영화는 드라마와 달리 시간과 돈을 투자해 직접 극장까지 가는 등 수고로움을 감당해야 한다. 다시 말해, 관객들은 재미없는 영화에 절대 반응하지 않는다. '캡틴 마블'이 세계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 마블 10년史, 첫 여성 히어로
'캡틴 마블'은 2019년 첫 마블 스튜디오 영화이며, 지난 2008년 '아이언맨' 1편으로 시작된 화려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작품이다.
마블은 지난 10년간, 총 20편의 슈퍼히어로 무비를 선보였는데, 여성 히어로가 주인공인 영화는 처음이다. 어벤져스의 원년 멤버이자 뛰어난 능력을 지닌 블랙 위도우와 스칼렛 위치 등이 있지만, '첫 여성 히어로' 솔로무비는 '캡틴 마블'이다.
앞서 2017년 DC코믹스에서는 '원더 우먼'을 제작해 8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침체에 빠진 DC를 간만에 웃게 하면서 흥행작에 등극했고, 현재 속편 '원더우먼 1984'를 제작 중이다. 이번 '캡틴 마블' 개봉을 앞두고 '원더 우먼' 패티 젠킨스 감독은 "축하한다"는 응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영화 속 캡틴 마블(브리 라슨 분)은 지상에 두 발을 내딛고 힘껏 뛰어다니며 결투를 벌이는 모습부터 각성 이후 지구와 우주를 넘나드는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다. 캡틴 아메리카와 닮은 면모도 있고, 최첨단 무기를 장착한 아이언맨의 특징까지 모두 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캐릭터다. 성별을 제외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매력 있다.
개봉 전, 영화의 본질을 벗어난 페미니즘 논란과 평점 테러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캡틴 마블', 작품에 대한 판단은 어디까지나 관객의 몫이지만, 결코 특정 집단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 MCU 최초 1990년대 배경(ft.젊은 닉 퓨리)
'캡틴 마블'은 어벤져스 결성 이전의 이야기를 그린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초로 1990년대를 배경으로 했고, '퍼스트 어벤져'의 냉전 시기를 제외하곤 MCU에서 가장 앞선 시기를 다루고 있다.
중반부 결정적인 증거가 드러나는 순간, 컴퓨터에 CD를 넣고 지루한 로딩 시간을 기다리는 장면은 90년대 배경을 실감케 한다. 진지함 속에서도 유머를 발휘하는 마블 특유의 분위기가 엿보인다.
이와 함께 머리숱이 풍성한 젊은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분)의 비주얼도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그를 상징하는 검은 안대도 없다.
닉 퓨리는 어벤져스 군단 앞에서 늘 안대를 차고 위엄 있는 모습을 드러냈는데, 과거의 그는 좀 더 인간미가 넘친다. 또, 캡틴 마블을 만난 뒤, 한쪽 눈을 잃게 되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어벤져스를 결성하는 등 인생의 변환점을 맞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사람을 이어주는 '캡틴 마블 호출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 쿠키 영상 2개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가는 길
마블 영화를 100% 즐기려면 약간의 인내심은 필수다. 본편이 끝나고 등장하는 쿠키 영상 2개는 꼭 봐야 하니까.
지난해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는 절대악 타노스(조슈 브롤린 분)에 의해 우주의 절반이 사라졌고, 모든 히어로들이 희망을 잃은 채 절망에 빠졌다. 이때, 닉 퓨리는 호출기로 캡틴 마블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에 대한 답이 이번 쿠키 영상이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마블의 차세대 히어로이자 구원의 손길이 나타난 것.
이어 두 번째 쿠키 영상에선 '신스틸러' 고양이 구스가 등장하는데, 악당 타노스가 노리는 테서렉트(스페이스 스톤)의 행방이 공개된다. 오는 4월 개봉하는 마지막 시리즈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위한 떡밥인 셈이다./hsjssu@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