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오직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 빽도 연줄도 없는 ‘수수료 O원’의 그는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 해고 직전의 처지로 몰린다.
위기의 순간 베일에 싸인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 분)를 만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거래에 참여를 제안 받는다.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제안을 받아들인 일현은 클릭 몇 번으로 순식간에 큰 돈을 벌게 됐다. 집과 차를 사며 승승장구하던 그 앞에 번호표의 뒤를 캐던 금융감독원의 한지철(조우진 분)이 나타나 일생일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많은 것을 걸어야 하지만 큰돈이 걸린 위험천만한 작전, 그 달콤함 뒤로 돈이 요구하는 엄청난 대가까지. 영화 ‘돈’(감독 박누리,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사나이픽처스・영화사월광)은 조일현의 변화의 과정을 따라가며 그의 선택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재미를 안긴다. 뿐만 아니라 돈이 우선시 되는 이 시대에 과연 ‘돈’이란 무엇인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돌아보게 만든다.
연출을 맡은 박누리 감독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속 조일현의 특징을 만든 과정에 대해 “실제 인물들을 참고 했다. 저 자신이나 친구, 부모님 등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돈을 대하는 태도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히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다기 보다 삶에서 겪은 소소한 디테일을 담았다. 영화에 나오는 장면 중에 직장에서 실적이 없어서 괴로움을 느끼고 회식자리에서 우는 장면은 회사 다니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서 참고했다”며 “큰 돈을 벌어 변하고, 예민해지는 모습도 제 주변에 실제로 돈을 많이 버신 분들을 보면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돈’의 핵심이자 주제는 조일현이다. 사회 초년생인 그가 여의도 1위 증권가에 입사하고 큰 돈을 벌면서 일상에서 변화를 겪는 모습은, 특권층의 삶이 아닌,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한 번쯤 상상해본 보통 사람들을 담았다 점에서 보편성을 획득했다.
박누리 감독은 “조일현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내레이션 밖에 없었다. 내레이션으로 1인청 시점으로 따라갔다”며 “내레이션이 어려운 게 숨 소리, 톤, 목소리에 따라 굉장히 차이가 크다. 디테일한 것으로 관객들에게 다르게 다가갈 수 있다. 그래서 류준열과 수십 가지 버전으로 진행했다. 어떤 게 더 좋을지 고민하면서. 류준열도 ‘내레이션이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고 하더라. 물론 하고 나서는 둘 다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류준열에 대해 “첫인상에서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멀리서 본 적은 있었는데 가까이선 첫 미팅 때 처음 봤다. 마치 흰 도화지 같았다. 그에게 선한 기운이 느껴졌다”며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조일현 캐릭터에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화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가 (캐릭터에)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일현을 사이에 놓고, 류준열과 제가 ‘평범함’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았다. 저도 평범한 사람으로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그 역시 배우로서 시작을 떠올리며 조일현에게 공감했다. 서로의 디테일한 부분이 살아나면서 영화의 메시지가 잘 표현된 거 같다”고 말했다.
박누리 감독은 “류준열과 작업을 하면서 배우로서 더 좋아졌고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존경심이 생겼다”며 “앞으로도 더 잘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