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공주’(2014)를 통해 충무로에 자신의 입지를 만든 이수진 감독이 신작 ‘우상’(제공배급 CGV아트하우스, 제작 리공동체영화사, 공동제작 폴룩스바른손)을 통해 스크린에 컴백했다. 무려 5년 만의 신작이다. '한공주' 제작 전인 2007년 ~2008년 기획했지만 투자가 되지 않아 뒤로 미뤄왔던 작품이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영화 속 시대상이 크게 달라졌다.
‘우상’은 도지사 선거를 앞둔 정치인 구명회(한석규 분), 지체 장애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유중식(설경구 분), 그 날의 교통사고 현장에 있었던 여자 최련화(천우희 분) 등 세 사람의 서사가 각기 흘러가다가 결말에 이르러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는 형식을 띈다.
영어 제목이 Idol(아이돌)인 ‘우상’은 관객들이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이다. 형식과 줄거리를 갖춘, 분류가 가능한 장르영화로써 스릴러, 드라마로도 볼 수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정치 영화 혹은 사회파 영화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이수진 감독은 1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정치 사회파 영화라고 미리 분류하면)관객들에게 어렵게 다가갈 수 있을 거 같다. 그렇다고 없는 말을 한 건 아닌데 개봉 전부터 사회파 영화로 전달이 되면 관객들이 부담스러워 하실 것 같다”며 “일단 가볍게 영화를 보시고 관객들이 느끼는 게 좋을 거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양한 해석)요소들이 보이거나 개인적으로 느끼는 게 좋은 것이지 제가 정의하는 건 아닌 거 같다. 해석은 관객들의 몫”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 감독은 이어 “‘우상’이라는 제목도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왜 우상일까?’라는 호기심을 갖고 따라간다면 재미있게 볼 요소들이 있다. 제가 정치적인 영화라고 규정하면 흐름이 끊길 거 같다. 제목, 주제의식이 뭔지 제가 말하는 건 가급적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상’의 핵심인물이 도의원 구명회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원전을 이슈로 내세워 전면화하고 집중 조명하기 때문에 사회파 영화로 볼 수는 있겠다. 하지만 욕망과 탐욕이 들끓는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지, 국내 정치 세태를 비판하거나 불의를 고발하기 위해 ‘우상’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정치적인 이슈를 끌어 올렸다기보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본성이 어떠한지, 스스로 어떤 가치관을 추구하며 사는 게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를 묻는다.
사회파 영화가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소재 역시 무궁무진한데, 인종, 정치적인 음모 등 다양한 이슈들이 채택될 수는 있다. 그러나 ‘우상’이 정치적 선동을 위한 프로파간다는 아니라는 말이다.
주인공 명회가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며 탈원전을 내세우는데 이에 이수진 감독은 “극중 창산시라는 가상의 도시를 만들었다. 울산-경남 쪽에 포함돼 있다고 한 거였다. 특징 지역이나 인물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