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감독 "'나라면 어떤 선택할까?'라는 질문 던진 영화"[Oh!커피 한 잔②]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3.12 18: 31

 (인터뷰①에 이어) “‘우상’이라는 제목 때문에 영화를 보시면서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하다 보면, 틀에 갇힐 거 같다. ‘우상’이라는 게 없다고 보셔도 무방할 거 같다.”
1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이수진 감독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이 같이 전했다.
이 감독은 “장르영화로써 봐주셨으면 좋겠고, 특별히 인물들의 우상이 무엇인지 따지는 게 중요한 거 같진 않다. 감독이 생각한 게 ‘이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렵다고 말하는 분들이 계셔서)영화를 보는 팁을 하나 드리자면 ‘이 영화 속에서 나는 누구랑 닮아 있을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보시면 흥미로울 거 같다. 제 생각을 강요하기 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시고 나서 생각하는 게 모두 정답인 거 같다. 제가 정해놓은 것을 따라가면 심각한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우상’은 청렴한 도덕성으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차기 도지사로 주목받고 있는 도의원 구명회(한석규 분), 지체 장애아들 부남을 키우는 소시민 유중식(설경구 분), 그리고 부남의 처이자 중식의 며느리인 조선족 최련화(천우희 분)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다.
한석규가 연기한 구명회는 인자한 웃음 너머 가늠할 수 없는 속내를 감추고 있다. 몸에 밴 친절을 베풀다가 일순간 돌변하며 이면을 보여준다. 이는 정치인만이 아닌 모든 인간의 양면성으로 볼 수 있다.
이수진 감독은 명회 역의 한석규에 대해 “한석규 선배는 연기 경력이 오래되셨지 않나. 한국영화의 중심이자 어른이다. 내공도 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좋았던 것은 마치 연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처럼 매 장면 공을 들여서 임했다는 거다. 그게 영화적으로 잘 표현됐다”고 칭찬했다.
지체 장애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진 아버지 유중식 역을 맡은 설경구도 한계 없는 캐릭터 변신을 보여줬다. 또한 ‘한공주’를 통해 한 차례 이 감독과 호흡을 맞춘 천우희 역시 외모적인 변신부터 연기톤까지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수진 감독은 “천우희가 한층 성숙해졌고 노련해졌고 유연해졌다. 이제는 여유도 많이 생긴 거 같다”며 “이번에 같이 작업하면서 ‘이 친구가 많이 성장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배우로 자리 잡았다. 한국영화계에 보석 같은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에서도 또 같이 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저는 배우를 정해놓고 시나리오를 쓰진 않는다. 천우희가 새로운 모습을 또 보여줄 수 있다면 언제든 같이 하고 싶다. 다음에는 사랑스럽거나 로맨틱한 인물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purplish@osen.co.kr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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