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NO·지인도 만류..세월호 소재 '악질경찰', 감독이 하고픈 얘기(종합)[Oh!쎈 현장]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3.13 18: 46

이정범 감독이 새 영화 '악질경찰'을 내놨다. 신작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다뤄 제작 단계부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13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악질경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이정범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이선균, 전소니, 박해준 등이 참석했다.
2006년 상업영화 데뷔작 '열혈남아'를 내놓은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2010)로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610만 관객을 돌파했고, 대한민국에 '아저씨' 열풍을 일으켰다. 2014년 연출한 '우는 남자'는 흥행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이번 '악질경찰'은 절치부심, 본인이 꼭 하고 싶었던 얘기로 돌아왔다. 

남녀 한 명씩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이들이 사건에 휘말리는 등  전작들과 유사한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주인공의 변화와 각성이 본인뿐 아니라 주변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차별점을 보인다.
특히 '악질경찰'은 한국 상업영화에 처음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냈다. 이정범 감독이 단원고에 직접 방문하면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고, 주인공들이 세월호 참사와 연관돼 있다. 조필호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유가족과 인연을 맺은 경찰로 등장하고, 미나의 절친 지원이가 세월호 참사로 희생 당한 단원고 학생으로 설정돼 있다. 최종적으로 이들의 타깃은 재벌을 향한다.
2015년 단원고를 방문한 이정범 감독은 "그때 받은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며 "그때부터 세월호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면서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를 준비한 게 5년이 넘었다. 상업영화를 하는데, 단순히 세월호를 소재로 가져오겠다는 건 위험한 생각이다. 그 생각을 하면서 5년을 버티고, 준비할 순 없다. 세월호 얘기를 똑바로 잘하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상업영화가 가져야하는 방법을 취하면서, 보고나면 '관객들 가슴 속에 뭐가 남을 것인가' 생각했다. 세월호 소재를 상업적으로만 쓴다면 최악이다. 최초의 시작은 세월호지만,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했던 게 지금의 악질경찰이다"고 밝혔다.
이날 한 취재진은 영화의 표현 방법을 비롯해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부분에 대해 질문했고, 이정범 감독은 "논란은 당연히 예상한다. 시나리오를 기획 했을 때부터, 촬영을 들어가기 전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 영화사를 비롯해 개인적으로 큰 각오가 없다면 만들 수 없는 영화다. 논란 여부에 대해서는 당연히 예상했다. 이런 자리에서 풀 수 있다면 하고 싶었다. 표현 방법이 세련되지 못했다면 충분히 수긍하겠다. 그러나 세월호를 다루는 감정에 대해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처절하고 최선을 다해 찍었다"고 답했다. 
감독의 의도가 100% 관객들에게 전달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영화를 판단하는 건 어디까지나 관객들의 몫이다. 아직까진 대한민국 사회에서 세월호와 관련된 모든 얘기는 민감하다. 그것이 다큐멘터리도 아닌 상업영화에서 다뤄진다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이정범 감독은 "매일같이 자기 검열을 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관객들이 가져가야 할 긴장감을 너무 배제해서 진정성을 해치는 건 아닌지, 진정성에 집중해서 기본적으로 상업영화가 갖고 있어야 할 미덕을 놓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했다. 그런 균형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영화를 2편 찍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사실 이 영화가 투자도, 캐스팅도 힘들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아마도 세월호 때문일 것이다. 주변 친한 지인들도 '꼭 세월호를 다뤄야겠냐'며 설득하고 반대하고 만류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해야되는 이유는 끓어오르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안 하면 나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가 굉장히 많은 투자사의 돈이 들어와서 만든 상업영화다.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무시할 순 없었다"며 힘들었던 점을 털어놨다.
유가족들은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이정범 감독은 "그 시사가 가장 떨리고 두려워서 잠도 못잘 정도였다. 상영을 끝내고 돌아볼 수가 없어서 위통이 왔다. 방황하다가 집에 늦게 들어갔다. 그때 한 아버님이 문자를 주셨는데, 내가 '아버님 죄송하다. 저 때문에 잊고 싶은 기억들을 다시 떠올린 건 아닌지 송구스럽다. 이 영화는 청불에 장르 상업영화라서 보시기 불편하셨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아버님이 본인들이 겪은 일은 그것보다 더 폭력적이고, 야만적이었다고 하시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혹여라도 그런 얘길하는 분이 있다면 자기 이름을 팔아도 된다고 하셨다. 물론 아버님 한 분의 의견이 유가족 전체 의견이 될 순 없겠지만. 이 영화가 곡해되진 않았구나 싶었다. 앞으로 유가족들과 관객들이 어떻게 영화를 볼지 모르겠지만, 예상했던 논의고 쟁점이라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이선균은 "그 어떤 영화보다 치열하고 뜨겁고, 진심을 다해서 찍었다. 민감한 얘기가 나와서 여러가지 논의가 있고, 문제 제기가 있겠지만, 고민하고 계속 검열하면서 찍었다. 영화적인 재미와 우리의 진심을 봐주시면 좋겠다", 박해준은 "영화의 힘과 진정성이 있다. 그것을 보고 평가해주셨으면 좋겠다", 전소니는 "처음이라 서툴겠지만 잘 봐주시면 좋겠다. 좋은 영화로 남으면 좋겠다"고 각각 말했다.
이정범 감독은 "도망가고 싶은 순간도 많았던 영화다. 그때마다 힘을 주셨던 분은 유가족들이었다 . '사람들의 뇌리와 기억에서 세월호가 잊혀질까 봐 두렵다'고 하셨다. 이렇게라도 말하는 게 침묵하는 것보다 낫다고 느꼈다. 앞으로 나오는 영화들 사이에서 이렇게 공론화 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상업영화가 처음으로 이렇게 담론화 시키는 게 부담되지만, 465명의 배우들이 2년간 치열하게 찍었다. 그들의 진심이 잘 전해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쓰레기같은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 분)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으로, 오는 20일 개봉./hsjssu@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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