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과 승리가 나란히 경찰에 출두한다. 그러나 출석 하루 전, 정준영이 멀쩡한 증거도 없앴던 과거가 포착됐다. 믿을 수 없는 정황이 대중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14일 정준영과 승리는 각각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에 임한다. 승리와 함께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 있던 유리홀딩스 대표 유 모씨도 함께 출석한다.
이 가운데 정준영의 과거 동종 범죄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 정황이 공분을 사고 있다. 하루 전 방송된 SBS '8 뉴스'에서 정준영의 과거 불법 동영상 촬영 혐의가 집중적으로 보도된 것.
2016년 정준영은 전 여자친구 몰래 불법 동영상, 일명 '몰래 카메라'를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보도에 따르면 3년 전 정준영의 불법 동영상 촬영 혐의 수사 과정에서 담당 경찰관은 정준영의 스마트폰 분석을 맡은 사설 포렌식 업체 직원에게 "데이터 복원 불가 확인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다.
사건 담당 경찰관이 먼저 나서서 당당하게 '증거 인멸'을 요구한 상황. 정작 업체 직원이 "저희도 절차가 있다"며 경찰의 요구를 거부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정준영의 스마트폰에 대해 '복원 불가'를 결론 짓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사설 포렌식 업체에 다시 정준영의 스마트폰을 분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경찰은 그러지 않았다.
그마저도 정준영이 직접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정준영에게 스마트폰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 하지만 정준영은 처음엔 "휴대폰을 분실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휴대폰을 찾았는데 고장났다"고 번복했다. 보도에 의하면 정준영은 진술을 번복하며 사설 포렌식 업체에 휴대폰을 맡겼다.
문제는 사설 포렌식 업체에 휴대폰을 맡길 당시 기능이 모두 정상적이었다는 것. 결국 "고장났다"던 정준영의 진술도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실제 취재진이 확인한 당시 접수 서류에서는 정준영의 휴대폰이 '정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 정준영의 스마트폰은 유력한 증거물이었던 터. SBS가 보도한 과거 정준영의 사설 포렌식 업체 서류에는 실제 스마트폰 상태가 '정상'으로 표기돼 충격을 자아냈다.
모든 정황이 경찰의 부실 수사, 정준영의 거짓 진술 및 증거 인멸 의혹을 키우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당당했다. 경찰은 취재진에 "기억이 안 난다"고 했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므로 문제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하지만 정준영은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로 풀려났다. 유력한 증거물인 불법 동영상을 촬영한 휴대폰이 없는 데다가, 고소인이었던 전 여자친구가 고소 취하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었다. 결국 경찰의 부실 수사와 정준영의 증거 인멸이 3년 전 밝힐 수 있던 죄상을 묵힌 형국이었다.
더욱이 승리는 두 번째 경찰 출석이며 정준영은 12일 오후 귀국해 이틀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하는 상황. 이 가운데 경찰의 조사를 신뢰할 수 있을까.
논란을 의식한 듯 민갑룡 경찰청장은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과거 경찰과의 유착 의혹해 120명이 넘는 경찰관을 동원해 엄중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에 대중의 이목이 쏠렸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DB, SBS 방송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