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왼손 파이어볼러. 그런 투수의 나이가 38세라면 믿겨질까. 그것도 아직 메이저리그에 데뷔도 하지 않았다.
기이한 사연의 주인공은 루크 해거티(38). 1981년생 좌완 투수로 201cm 104kg 큰 체구를 자랑하는 유망주였다. 지난 2002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2순위로 시카고 컵스에 지명됐다. 계약금으로 100만 달러를 받았다.
그러나 팔꿈치 부상에 제구 난조를 보이며 실패한 유망주로 전락했다. 상위 싱글A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했고, 2006년을 끝으로 컵스에서 방출됐다. 2007~2008년 미국 독립리그 이후로 공식 리그 기록이 없다.

27세 젊은 나이에 조용히 은퇴했던 이 투수가 11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시카고트리뷴’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재기를 시도한다’고 그를 조명했다.
2008년을 마지막으로 야구공을 놓은 해거티는 애리조나 주립대를 졸업한 뒤 피닉스 지역에서 체력 관리사 자격증을 따냈다. 애리조나주 스캇데일에 ‘X2 애슬래틱 퍼포먼스’라는 이름의 회사를 차려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일했다.
이곳에서 어린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로 일하던 해거티는 어느 날 자신의 팔에 힘이 붙은 것을 느꼈다. 지난해부터 첨단 레이더 장비 ‘랩소도’ 시스템을 통해 볼 스피드뿐만 아니라 회전수, 회전축을 면밀히 체크했다. 주변 전문가들도 “다시 선수를 해도 되겠다”고 평가하자 결심을 굳혔다.
지난 1월 중순 워싱턴주 켄트에서 워크아웃을 열었다. 스카우트들이 보는 앞에서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시속 98.5마일, 약 159km까지 나왔다. 코리 클루버(클리블랜드)를 흉내낸 커브까지 선보였다. 몇몇 팀이 관심을 보였고, 그 중 가장 적극적인 팀이 컵스였다.
17년 전 자신을 지명하고 4년 뒤 방출한 친정팀과 다시 계약했다. 해거티는 “컵스에 진 빚이 있다. 그들은 내게 많은 기회를 줬다”며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팀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선수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팔꿈치 안쪽 총출근건으로 피칭을 잠시 중단했던 해거티는 이번 주말 마이너 캠프에서 캐치볼을 재개한다. 그는 “올 시즌 어느 시점에 빅리그로 가는 것이 내 계획이다”고 말했다.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만 38세를 넘어 데뷔한 선수는 모두 8명 있었다. /waw@osen.co.kr
[사진] 2005년 룰5 드래프트로 플로리다 말린스로 이적했던 해거티.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지 못하면서 컵스로 복귀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