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은 높았지만 그 끝은 결국 '간'이었다. 늘어지는 전개 속에 가족애의 감동을 퇴색시킨 '왜그래 풍상씨'다.
KBS 2TV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가 14일 밤 방송된 40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이풍상(유준상 분)은 쌍둥이 여동생 이정상(전혜빈)과 이화상(이시영 분)으로부터 간을 이식받아 간암을 극복하고 살아날 수 있었다. 혼수상태에 빠졌던 이외상(이창엽 분)이 조폭 일을 하며 모았던 3억 원으로 이풍상의 병원비까지 댔고, 극적으로 깨어났다. 자식들의 돈을 받고 도망쳤던 엄마 노양심(이보희)은 폐지를 모으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행복을 찾은 이풍상 가족과 그를 외면한 노양심의 비참한 말로까지 완벽하게 닫힌 해피엔딩이었다.
'왜그래 풍상씨'는 지난 1월 9일 첫 방송되며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 남자 이풍상과 철 없는 동생들의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드라마로 포문을 열었다. 소위 '등골 브레이커'나 다름 없는 동생 이진상(오지호 분), 이정상, 이화상, 이의상 등과 그를 뒷바라지 하는 이풍상과 아내 간분실(신동미 분)의 이야기는 매회 시청자의 가슴을 치게 만들었다. 마지막 회인 40회에서는 22.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높은 시청률이 '왜그래 풍상씨'의 전부는 아니었다. 이풍상의 안타까운 사연과 끈끈한 가족애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후반부 늘어지는 전개로 시청자에게 뭇매를 맞기도 한 것. 특히 '왜그래 풍상씨'는 이풍상의 간암 투병, 그로 인한 간 기증자 찾기 과정을 지루하게 그려내며 현대판 '별주부전' 아니냐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일례로 이풍상의 간 기증자를 찾는 과정에서 그의 형제들과 노양심이 모두 소비됐다. 먼저 이진상이 간 기증자로 나섰다가 '지방간'이라는 이유로 제외됐고, 이화상은 이풍상에 대한 오해와 서운함으로 집을 나갔다. 이외상 또한 조폭 일을 하며 철없는 행동들로 안타까움을 자아내다가 혼수상태에 빠지며 형을 살리고 죽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샀다. 형제들이 제외되자 이번엔 아내 간분실이 기증하겠다고 나서며 이름처럼 간을 분실할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시청자를 가장 분노케 한 것은 노양심의 간 이식 불발 에피소드였다. 과거 자식들도 나몰라라 하고 도망쳤던 노양심은 이풍상의 간암 소식에 간 기증을 하겠다고 나서 뒤늦게 '엄마 노릇'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간 이식을 빌미로 간분실에게 2천 만원을 받는가 하면, 그마저도 이식 수술 직전 무섭다며 도망쳤다. 수술대 위에서 마취 직전 화장실을 핑계로 도망친 노양심의 모습은 시청자를 경악케 했다. 결국 노양심 역시 이름처럼 양심 없이 살다 비참한 말로를 맞는 모습이 그려졌으나 앞서 분노했던 시청자의 허탈함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풍상의 '간'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전개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배우들은 열연했다. 유준상은 생사의 기로에 선 이풍상의 애환을 절절하게 표현했고, 신동미는 간분실을 통해 '국민 며느리'로 거듭났다. 오지호와 전혜빈, 이시영, 이창엽 등 이풍상의 동생들도 각각 '등골 브레이커'부터 형과 오빠를 생각하는 동생들의 애틋함을 넘나들며 시청자의 몰입을 도왔다. 배우들의 열연 속에 시청자는 시나브로 '왜그래 풍상씨'의 가족애에 빠져들었다. 후반부 전개가 늘어지지만 않았다면 보다 훈훈한 감동이 몰려왔을 것이라 짐작되는 대목이다.
사실 이 같은 전개는 문영남 작가의 작품들에서 대거 등장한 방식이기도 했다. '정 때문에', '남의 속도 모르고', '장밋빛 인생',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 등 문영남 작가는 다수의 작품에서 주인공의 투병기와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가족애를 강조해왔다. 하나같이 시청률은 높았지만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과 뻔한 전개가 아쉬움을 남겼던 터. '왜그래 풍상씨'에서도 동일한 구성이 반복된 형국이다.
더 이상 시청자가 TV로만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는 시대, 이제 시청률은 드라마의 완벽한 성공 지표가 아니다. 시청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작품을 보면서도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비교적 냉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왜그래 풍상씨'도 마찬가지였다. '별주부전', '간 때문이야' 등 후반부 전개에 대해 다양한 비판과 패러디 표현들이 등장하며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증명했다. 분명히 시청률 면에서는 최근 작품들이 따라올 수 없는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짙은 아쉬움을 남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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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2T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