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멤버, 리멤버, 포에버를 외쳤지만 이들의 우정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막내 정준영이 국민 예능으로 손꼽히던 ‘1박 2일’에 역대급 민폐를 끼쳤다. 제작진은 그의 몰카 범죄에 관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방송 및 제작 중단을 선언했고 시청자들은 충격에 빠진 상태. 정준영 쇼크가 5일째 계속 되고 있다.
KBS 측은 15일 “최근 불법 촬영과 유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을 모든 프로그램에서 출연 정지시킨 데 이어, 당분간 '1박 2일' 프로그램의 방송 및 제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주부터 '1박 2일' 시간에는 당분간 대체 프로그램을 편성할 예정이다. 매주 일요일 저녁 '1박 2일'을 기다리시는 시청자를 고려하여 기존 2회 분량 촬영분에서 가수 정준영이 등장하는 부분을 완전 삭제해 편집한 후 방송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전면적인 프로그램 정비를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정준영은 2015년 말부터 10개월간 여성 10명의 성관계 영상과 사진을 불법으로 찍고 유포한 혐의로 12일 입건됐다. 이는 벌써 세 번째 적발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으로 피의자 신분이 된 그는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21시간의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15일에는 그의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이미 제출 받은 이른 바 황금폰 속 내용을 복구하고 있다.
정준영이 더 큰 비난을 받는 이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 정준영은 지난 2016년 8월, 전 여자 친구에게 ‘몰카’ 혐의로 피소됐다. 하지만 전 여자 친구는 고소를 취하했고 탄원서까지 제출하며 정준영의 선처를 바랐다. 결국 이 사건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어갔지만 정준영은 휴대전화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고 10월 6일 그대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때 정준영은 ‘1박 2일’에서 잠시 하차했다. 정말 깨끗한 무혐의가 아닌 가장 중요한 증거인 휴대전화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아 받은 처분이었는데 이 사안만 보고서 제작진은 그의 복귀를 온몸으로 염원했다. 자막과 영상으로 정준영을 끊임없이 회자했다. 차태현, 김종민, 김준호, 데프콘, 윤동구 역시 막내 정준영의 빈자리를 느끼며 헛헛해하기도.
결국 정준영은 자숙한 지 4개월 만에 ‘1박 2일’에 돌아왔다. 이 때에도 제작진은 금메달 따고 돌아온 국가대표처럼 정준영을 미화했다. 정준영은 거뭇거뭇해진 수염과 더 짙어진 다크써클 얼굴로 “그동안 정말 그리웠는데, 앞으로 시청자 여러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형들은 그에게 달려가 안겼고 정준영은 흐뭇하게 웃었다.
제작진이 이번 정준영 사건에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다. ‘1박 2일’ 측은 “정준영이 3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당국의 무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출연 재개를 결정한 점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출연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시청자들에게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사과했다.
‘1박 2일’은 강호동을 중심으로 한 시즌1 때 MBC ‘무한도전’과 함께 국민 예능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시즌2 때 잠시 인기가 주춤했지만 시즌3로 멋지게 부활에 성공했다. 정준영 논란이 터지기 전 인기가 시들해지긴 했지만 개그맨 이용진이 인턴으로 합류하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멤버들의 호흡도 여전히 탄탄해 시청자들에게 믿음을 안겼다.
그러나 정준영이 똥물을 끼얹었다. 형들과 함께 외쳤던 “이 멤버, 리멤버, 포에버” 다짐이 머쓱해질 정도다. 자신을 아껴준 이들에게 제대로 뒤통수 친 정준영이 두고두고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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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박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