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예능 '1박2일'이 출연자들의 거듭된 논란들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정준영의 몰카 파문이 가시기도 전에, 차태현과 김준호의 내기 골프 정황이 불거졌다. 차태현과 김준호는 "해외 내기 골프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행동을 반성하고, 자숙하는 의미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고 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KBS '뉴스9'에서는 정준영의 휴대전화에서 확인된 '1박2일' 멤버들의 단체 채팅방이 공개됐다. 해당 채팅방에서 차태현과 김준호가 수 백만원 대 내기 골프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뉴스9' 측은 채팅방 대화를 재구성해 공개했고, 보도에 따르면 차태현은 "단 2시간 만에 돈벼락, 김준호 형이 260 땄다. 225 이건 내 돈"이라며 수십장의 5만원권 지폐를 촬영해 올렸고, 정준영이 "우리 준호 형 돈도 없는데"라고 하자, "신고하면 쇠고랑이지"라는 글을 덧붙였다.
채팅방에는 당시 '1박2일' 연출을 담당했던 PD도 있었지만, 내기 골프에 대해서 묵인했고, "신고하면 쇠고랑이지"라는 멘트를 볼 때, 불법적인 행동을 인지하면서도 즐긴 것으로 보인다. 당시 PD는 현재 KBS를 퇴사해 다른 방송국으로 이적했다.
특히 이 같은 대화가 일회성이 아닌, 태국 등 해외에서 상습적으로 내기 골프를 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져 사안이 더욱 심각해졌다. 게다가 김준호는 지난 2009년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활동을 전면 중단한 경험이 있기에 비난이 거세졌다.
앞서 '1박2일'은 최근 사회적으로 파장을 몰고 온 출연자 정준영의 몰카 파문으로 위기를 맞았고, '정준영 사태'의 심각성과 책임감을 통감하며 "방송 및 제작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15일 KBS 측은 "정준영을 모든 프로그램에서 출연 정지시킨 데 이어, 당분간 '1박2일' 프로그램의 방송 및 제작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부터 '1박2일' 시간에는 대체 프로그램을 편성할 예정이다. '1박2일'을 기다리시는 시청자를 고려해 기존 2회 분량 촬영분에서 정준영이 등장하는 부분을 완전 삭제해 편집한 후 방송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전면적인 프로그램 정비를 위해 결정했다"며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후 정준영이 나온 '1박2일' 인터넷 VOD 서비스가 중단됐고,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정준영의 사진만 쏙 빠지는 등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그러나 '1박2일' 측이 방송과 제작을 중단한 이유 중 하나에는 차태현과 김준호의 내기 골프 혐의도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정준영의 몰카에 맏형들의 내기 골프 정황까지 포착된 상황에서 더는 방송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오전 차태현은 "보도에 나온 것처럼 해외에서 골프를 친 것은 아니고 국내에서 저희끼리 재미로 게임이라 생각하고 쳤던 것이고, 돈은 그 당시에 바로 다시 돌려줬다"며 "저희끼리 재미삼아 했던 행동이지만, 그런 내용을 단체방에 올린 저의 모습을 보게돼 너무나 부끄럽다. 많은 사랑을 받은 공인으로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반성하면서 자숙하겠다"며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차태현에 이어 김준호도 "2016년도에 동료들과 해외에서 골프를 친 사실은 없다. 단순히 게임의 재미를 위한 부분이었을 뿐이며, 게임이 끝난 후 현장에서 금액을 돌려주거나, 돌려받았다"면서도 "공인으로서 '1박2일'의 큰형으로서 모범이 돼야 했음에도 그렇지 못한 것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2007년 8월 첫 방송을 시작해 12년 가까이 '국민 예능'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은 '1박2일'이 진짜 폐지 수순을 밟을지 지켜볼 일이다./hsjssu@osen.co.kr
[사진] OSEN DB, 해당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