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가수 겸업의 배우로 대성한 차태현은 예능에서도 단단히 한 몫을 하는 만능 연예인이다. 청춘스타 출신의 그가 이토록 오랜 세월 굳건히 정상의 위치를 지킨 데는 탄탄한 실력과 타고난 재능, 깔끔한 사생활에서 힘을 얻었다. '1박2일'의 막내 정준영이 연예계 초대형 폭탄으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KBS '뉴스9'은 16일 자사의 주말 간판 예능 '1박2일'과 관련된 단독 보도를 터뜨렸다. 주요 멤버인 차태현과 김준호가 수백만 원대 내기 골프를 쳤다는 내용이다. 경찰 단속 사안이 될 만한 거액의 상습 도박인지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 KBS 보도내용만으로 봤을 때는 메인 뉴스로 보도할 만한 사건인지 여부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준이다.
문제가 커진 건 정준영 후폭풍 때문이다. '버닝썬' 사건으로 촉발된 연예계 추문은 현재 일파만파로 번져가는 중이고 정준영 '몰카'가 겹치면서 수습불가능 상황에 빠져 있다. 특히, 파렴치한 성범죄를 연상시키는 정준영 '몰카' 건은 '1박2일'의 존폐를 거론하게 할 정도로 죄질이 나쁘고 여론도 최악이다.
차태현, 김준호의 내기골프가 친구나 동료 간 여흥에 불과했더라도 갑자기 지상파TV 프라임타임의 메인 뉴스에 걸린 배경 아닐까 싶다. "왜 이 시점에서 멀쩡한 차태현을.."이라는 카더라 통신까지 퍼지고 있다. 이 점에 관해, 네티즌 여론은 오히려 KBS 보도에 우호적이지 않다. '골프장에서 친구끼리 내기 안 거는 사람들 있나' '명절 가족들의 고스톱도 단속할 거냐' 등 비딱한 일부 댓글이 나오는 중이다.
오히려 차태현의 사과는 빠르고 정확했다. 보도 다음 날 소속사 블러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먼저 너무 죄송하다. (김준호 등과)재미삼아 했던 행동이지만 너무나 부끄럽다. 공인으로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 이후 모든 방송에 하차하고 자숙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주목할 부분은 보도의 오류 부분을 살짝 언급한 부분이다. "(KBS 뉴스9 보도처럼)해외 골프가 아니었고 국내에서 재미삼아 내기 게임을 했으며 돈은 당시에 바로 돌려줬다"고 했다.
'1박 2일'이 지금 연예계 핫이슈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정준영이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고 이 불법 촬영물을 모바일 단체 대화방을 통해 공유, 유포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그렇다고 '1박2일'과 그 출연자들을 연좌제로 몰고 가서는 절대 안될 일이다. 대중의 인기로 먹고 사는 연예인 직업의 특성상 이런 식의 '일단 터뜨리고 보자' 뉴스로 한 번 이미지에 손상을 받으면 영영 회복되기 쉽지 않다. 사실 확인에 공을 더 들인 뒤에 보도하는 신중함이 필요할 때다. /mcgwire@osen.co.kr
[사진] OSEN DB, KBS 방송 캡처